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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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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조국 집회, 정치적이면 어떤가요?

2019-08-27 17:17

조회수 : 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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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로 서울대, 고려대는 1차 시위를 열었습니다. 갖가지 의혹에 대해 규명하라는 취지지만 정치색 논란이 일어난 바 있습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를 옹호하는 측은 정치색이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반대로 조 후보를 반대하는 보수 내지 극우 단체는 학생들과 함께하려다가 거부당했습니다.

이런 광경을 보면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흰 도화지에는 무슨 색이든 묻히기 쉽다고 말이죠.

정치색을 아예 빼려고 하다보니, 조금 남아있는 정치색으로도 공격당하기도 쉬워보입니다. 특정 정당 경력이 있다는 이유로 집회 진행에 참가 못하고 사퇴해야 하고, 집회 현장 바로 바깥에 누가 세운지도 모르는 스티커 투표 판넬이 시위의 본질인 양 이야기되기도 합니다.

물론 나름대로 진실을 가리려는 시위에 무분별한 공격을 하는 게 잘못이겠지만, 꼭 비정치를 결벽적으로 표방해야 하는지는 의문이 듭니다.

일부 사람은 조국 후보의 딸 조민을 정유라에 비교하니, 학생 시위를 한번 '그 촛불'과 비교해봅시다.

촛불 한복판에서 이석기 석방 운동이 계속 벌어졌지만, 사람들은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촛불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위에 직결되는 하야 아니면 탄핵 운동이었기 때문에, 그것만큼 정치적인 것이 없었습니다. 거대한 정치 운동의 흐름 속에 이석기 석방은 자갈 한 알 정도의 수준에 불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 같습니다. 주최자가 진보 단체인 것 역시 비슷한 이유로 별로 상관이 없었습니다.

이번 학생 시위는 그런 측면에서 다릅니다. 정치적인 면에서 순백색을 스스로 표방합니다. 애초에 조국 후보자의 적격 부적격을 따지는 과정에서 딸 이슈가 불거진 건데도 말이죠. 딸 입시 문제는 곧 조국의 적격 문제와 직결되는 거고, 따로 보는 게 오히려 부자연스럽습니다. 정치적일 공산이 큰 문제를 비정치적으로 풀려고 하니 어려운 점도 있어보입니다.

어쩌면 전술적으로는 괜찮은 선택일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정치적인 것은 터부시되는 경향이 있고,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으려면 비정치를 표방해야 하는 게 유리할 겁니다. 다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듯이, 정치색이 조금만 묻어도 크게 보인다는 점은 감수를 해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정치색의 연장선상에서 한 가지 더 생각해볼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대학가에서는 총학생회나 총여학생회가 특정 사업이나 행동을 했을 때 학생의 동의 여부가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총학생회가 노동 집회에 연대하든가, 총여학생회가 페미니스트 강사를 초청했을 때 같이 말이죠. 그런 반발 또한 학생 대표가 정치색이 묻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 시위가 과연 그동안 제기돼왔던 '학생의 동의'를 완전히 충족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전 학생 투표로 결정한 것도 아니고 말이죠.(그동안 학생의 동의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의견들은 거의 전 학생 투표에 준하는 절차를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학생들이 다 원하니까 상관없는 걸까요. 총학생회가 아닌 사람들이 연 집회를 총학생회가 별다른 절차 없이 이어받는 것은 맞는 걸까요.

탈정치 행보가 사안에 따라 달리 적용된다면 그거야말로 가장 정치적인 행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 신태현

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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