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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현장에서)자사 차량 불매? 한국지엠 노조 도 넘었다

2019-09-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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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에서 자사 차량을 불매하는 건 처음 봅니다. 노조의 입장도 이해 못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국민 여론이 악화되고 자칫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의 한국 철수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자충수가 될 것 같아 우려스럽습니다.”
 
한국지엠 노조가 최근 출시된 픽업트럭 ‘콜로라도’, 대형 SUV ‘트래버스’ 등 미국에서 들여오는 모델에 대해 불매운동에 나선다고 한 것과 관련, 업계 관계자의 반응이다.  
 
김재홍 산업1부 기자
한국지엠 노사의 올해 교섭은 순탄치 않았다. 5월 말 상견례를 가진 후 40여일 동안 교섭장소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8월13일 8차 교섭을 한 후 한달이 넘는 기간 동안 대화의 자리도 마련하지 못했다. 노조의 일괄제시안 요구에 사측이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37일만에 지난 19일 가까스로 9차 교섭을 가졌지만 의견차만 확인했다. 이날 교섭장에서 임한택 노조지부장은 사측에 격정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교섭이 종료된 후 중앙쟁위대책위원회를 열어 수입차 불매운동을 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지엠은 국내 공장에서 △스파크 △말리부 △트랙스 △라보 △다마스 등 5종을 생산하고 있다. 수입 물량은 △트래버스 △콜로라도 △이쿼녹스 △카마로 △임팔라 △볼트EV 등 6종이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2월13일 군산공장 철수 방안을 발표했고 한 때 법정관리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철수설’로 인해 브랜드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지난해 국내 완성차 3위 자리를 쌍용자동차에 내줬다. 올해는 판매부진이 심화되면서 5위로 내려앉았다. 한국지엠의 올 8월까지 누적 판매는 내수 4만8763대, 수출 27만7540대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17.2%, 3.6% 감소했다. 
 
한국지엠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가 바로 수입 라인업 확대다.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다양한 차종을 갖춰 판매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불매운동’ 방침을 나타내자 반응은 싸늘하다. 특히 대리점 등 일선 영업현장에서는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불매운동으로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올해 교섭 과정에서 사측은 2022년 이후 부평2공장에 다음 차종 계획이 없다고 했다”면서 “부평2공장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는데 그냥 있을 수는 없다”고 항변했다.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노조도 부평2공장 폐쇄를 막기 위해 필사적일 수밖에 없고, 2022년 이후에도 물량 배정을 받기 위해 불매운동으로 사측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11월 초 예정된 노조 집행부 선거도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다. 지난해부터 노조 집행부의 성과가 없었다는 내부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최근 노조가 강공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불매운동’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불매운동은 선을 넘었다는 분위기다. 회사가 생존해야 하는데 자해행위를 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사측도 신차 출시로 판매를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최근 쌍용차 노사가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합의안에 합의한 점을 감안해 노조도 상생을 위한 방안을 찾는 게 급선무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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