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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김홍걸 "한반도 문제 해결시간 얼마 안남아…'진정한 중재자' 역할 필요"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 인터뷰 전문

2019-10-1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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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는 통일문제에 대한 국민 합의와 민족 공동번영을 위해 지난 1998년 9월 정당, 종교,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모여 결성한 통일운동 상설협의체다. 현재도 보수와 진보, 중도를 망라한 200여개 단체들이 가입해 있다.
 
민화협을 이끌고 있는 김홍걸 대표상임의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이희호 여사의 아들로도 유명하다. 부친이 씨를 뿌리고 모친이 지켜온 한반도 평화 의지를 그 아들이 소중히 이어가고 있다.
 
김 의장은 11일 서울 마포구 민화협 사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올해 말을 한반도 평화의 '골든타임'으로 주목하고 "정부는 물론 민간차원에서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총력전을 펼쳐야한다"면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하는 인터뷰 전문이다.
 
-지난 7일 공식 출범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범국민운동본부'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지금 북미관계가 풀리지 않고 있고, 한반도 평화문제가 불투명한 안개 속에 들어가 있다. 그동안에는 어떻게든 북미 간에 잘 풀어가길 기대했지만, 이제는 우리가 그냥 보고만 있을 상황이 아니다. 우리 정부는 물론 민간차원에서도 나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총력전을 펼쳐야겠다는 생각이다.
 
일단 우리 남측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북측도 우리가 단순히 미국의 눈치만 보거나 상황을 방관하는 것이 아닌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시민사회에서 먼저 나서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재개를 촉구하는 모임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민족교류를 위한 200여 개 정당·종교·시민사회단체 협의체인 민화협보다 더 큰 조직인 것인가?
 
그렇다. 시민사회와 종교단체 등을 다 포함해 한반도 평화문제에 관심이 있는 세력들이 거의 다 모인 것이라 볼 수 있다. 향후 대국민 홍보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예정이다.
 
-사실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는 유엔의 대북제재에 막혀 재개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금강산과 개성공단은 우리 한국정부가 일방적으로 폐쇄한 것이지, 유엔에서 못하게 해서 할 수 없이 철수한 것은 아니다. 북측이 먼저 닫은 것이 아니고 우리 남측이 먼저 철수한 것이니, 우리 측에서 먼저 재개 노력을 보이는 것이 맞다.
 
문론 유엔의 대북제재가 걸림돌이긴 하지만 얼마든지 해결할 방법이 있다. 우선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 관광은 제재대상이 아니다. 설령 북측에 달러를 주더라도 숙식비만 내면 그건 제재와는 상관이 없다. 과거 현대아산이 북측에 입산료를 냈던 것은 이제 안 되겠지만 단순 관광객 숙식비 지불은 된다.
 
개성공단의 경우, 지금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 파견한 노동자들은 (유엔 제재 대상이긴 하지만) 2년 정도 유예를 받아 아직도 일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만 유엔 제재를 핑계되면서 개성공단 재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올해 연초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건없이, 대가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는 유엔 제재 때문에 달러지급에 문제가 생긴다면, 현물지급 방식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일각에선 개성공단에 들어간 돈이 핵개발에 쓰였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실 개성공단을 만들 때 달러 결재를 요구한 것은 우리 남측이다. 북한을 국제경제 시스템 안에 끌어들인다는 차원에서 한 것이다. 10년 전 국제 곡물가격이 올랐을 때도 북측이 먼저 달러 대신 현물 지급을 요구했는데, 그때도 달러지급 보다 비용이 더 들것 같아서 거부한 바 있다. 그렇지만 이제 그런 방식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금 북미 협상이 잘되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2하노이 결렬이후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미국 측에 당신들이 풀어나가지 못한다면 우리가 나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재개를 가지고 남북관계 먼저 풀어, 비핵화나 북미관계 개선을 우리가 앞에서 견인하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사실 정부는 지난 5월 개성공단 기업인 방문을 승인했지만, 막상 북한이 응답하지 않고 있다. 이산가족 화상상봉 역시 우리는 준비가 끝났지만 북한이 응답하지 않는다고 한다. 북한의 의도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북측에서는 금강산, 개성공단을 재개할거면 확실하게 하고, 어정쩡하게 분위기만 띄우는 것은 필요가 없다는 입장 같다. 분위기만 띄워 생색만 내고, 실제 강력히 추진하려는 의지는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 같다.
 
-그럼 정부는 어느 수준으로 의지를 보여야 할까?
 
좀 더 과감하게,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 미국을 설득하고 반대를 꺾거나, 아니면 우리가 단호하게 추진하면서, 미국에게 우리가 나서서 해결해 볼 테니 당신들은 지켜봐라는 식의 강한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북측도 우리를 존중한다. 모든 것을 일단 미국에 물어보고 허락받고 한다는 식으로 북측에 이야기하면, 북측은 그럼 우리가 미국과 직접 협상해 받아내지, 당신들 도움을 청할 필요가 없다는 식이 된다. 지금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못하면, 설령 북미협상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도, 우리 역할과 이익을 지키기 어려워진다. 구경꾼 신세가 되니...
 
과거 금강산 관광이 처음 시작됐을 때도, 당시 임동원 외교안보수석은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진다는 각오로 미국 측과 충분한 협의가 다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발표를 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했다. 미국 국무부 관료 모두와 조율해 오케이(OK)’를 받고 하려고 하면, 남북관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지난번 북측에 타미플루(조류독감 치료제) 제공하려한 것도 한미 워킹그룹의 동의가 안 돼 못했다. 병자들에게 약품을 보내주는 인도적인 일 조차도 우리 맘대로 하지 못한다면, 북측이 과연 우리를 존중해 주겠는가.
 
-최근 북미스톡홀름 협상이 결렬되면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도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어떻게 전망하나.
 
이번 협상이 결렬된 것 하나만 놓고 상황을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라는 정치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있는데, 북한과의 협상에서 과거의 태도를 크게 바꾸지 않고 있는 것 같진 않다. 북한이 현재 핵과 미사일 실험을 안하고 있으니, 여의치 않으면 현상유지만 해도 괜찮은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북측에서는 지난 하노이 회담 때 망신당한 것까지 이번에 다 받아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일종의 보상심리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니 더 강하게 나가야겠다는 식으로 보인다.
 
이것을 그대로 두면, 어느 한쪽이 양보를 하거나, 양자 절충이 이뤄지지 않고 계속 저렇게 나간다면 내년에 상황이 아주 어려워질 수 있다. 우리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한다. 이제는 북미가 만나서 협상을 하면 뭔가 좋은 결과가 나오겠지, 그저 좋은 소식을 기다리기만 하던 시기는 지났다.
 
우리가 적극 나서 양측을 설득해야 한다. 아무래도 북측보다는 우리와 협조가 상대적으로 잘되는 미국 측에 뭔가 양보를 받아내, 그걸 가지고 북측을 만나 북측의 양보도 받아내는 진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시기가 됐다. 계속 북미가 만나 서로 자기 요구만 하는 식의 실무협상으로는 해결이 나지 않는다.
 
-북미 실무협상이 일정 한계에 부딪힌 것인가.
 
그렇게 볼 수 있다. 지금 벽에 부딪힌 것이다. 어느 한쪽도 쉽게 양보를 하지 않으려는 상황이기 때문에, 양측 모두 자존심을 지키고 체면을 차리면서 협상을 이어나가려면, 그들이 한국을 중재자로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싱가포르 회담은 양자가 만나게만 해주면 되는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문제가 훨씬 복잡하다.
 
-김 의장은 북한을 수차례 방문하고,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나도 봤는데, 북한이 과연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에 진지하게 나설 것으로 보나.
 
이미 작년에 김 위원장 본인 입으로 직접 비핵화를 이야기했다. 그보다 더 의미가 있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평양에서 북한 주민들 앞에서 비핵화 이야기를 했다. 북측에서 그런 자리를 마련한 것만 봐도 비핵화의 길로 가는 것은 공식화 된 것이다.
 
문제는 북미협상이 여의치 않아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내 비핵화 반대 강경파라던가, 불안해하는 주민들을 설득하는게 쉽지 않다. ‘비핵화 길로 가면 우리가 경제발전을 시킬 수 있고, 더 잘살 수 있다는 주장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시 말하자면 김 위원장이 강경파의 반대를 누르고 적극 비핵화를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우리 남측이나 미국이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추진하려면, 내부 반대세력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미국이나 한국으로부터 확실한 보장이나 선물을 받은 것이 없으니 반대세력 설득이 쉽지 않다.
 
-그럼 어느 수준의 선물을 보장하면 김 위원장의 비핵화가 힘을 받을까?
 
이미 여러 번 나온 이야기지만, 미국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한다. 불가침을 약속한다. 그것이 최우선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이 북한과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협정 체결을 준비하면서, 그 사이 연락사무소를 평양에 내고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수순으로 가야한다. 군사적으로는 한미연합훈련 문제,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드나드는 부분이 해결돼야 하고, 경제적으로는 단계적으로라도 대북제재를 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제재로 북한을 괴롭혀야, 압박을 해야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미국이 확실한 비핵화를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경협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북측이 비핵화를 통한 개혁개방의 열매를 맛볼 수 있게 한다면, 그들 스스로 비핵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할 것이다. 불가역적 비핵화는 불가역적 경제개발이 시작하면 자연스레 이뤄진다.
 
일각에선 마치 북측에 양보하면, 한국이나 미국이 손해를 보고 일방적으로 수혜를 베푸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러나 지금 제가 이야기한 제재의 단계적 해제나, 군사훈련 중지 등은 북측이 태도를 바꾸면 얼마든지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니 우리가 손해 볼 것이 없다.
 
-북미협상의 마지노선은 있을까? 북한은 올해 말이라고 밝혔는데
 
올해 연말까지 가닥이 안 잡히고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북측은 미국은 핵·미사일 실험이 없는 것에 만족해 현상유지만 하려하고,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없구나고 판단해 그들 말대로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할 수도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문제로 앞으로 두 달 이상은 시달릴 것이고, 내년 2월 미 대선전이 본격화되면서 사실 한반도 비핵화문제에 전념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결국 우리 정부가 남은 두 달 동안 어떤 일을 하는지에 한반도 미래가 결정될 수도 있겠다.
 
그렇다.
 
-남북 민간교류는 언제쯤 재개될까?
 
지금 몇 달째 정부 간의 교류뿐만 아니라 민간교류도 못하고 있다. 북측에선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우리 정부에 대해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어 한동안 민간 교류까지 중단을 시킨 상태다. 그런데 10월말 혹은 11월부터는 서서히 민간 부분 교류는 조금씩 재개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 신호도 일부 감지된다.
 
-지난달 희망을 향한 반걸음이라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한 공존을 위한 방안을 담은 책을 출간했다. 책을 출간한 배경은 무엇이며, 어떤 내용이 들어가 있는가.
 
원래 3년 전 저의 정치입문 동기나 부모님 이야기 위주로 책을 쓰려고 했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다 대통령 선거가 겹쳐 기회를 놓쳤다. 마침 작년부터 남북관계가 개선되기 시작했고, 한반도의 새로운 시대 나아가서는 동북아의 새로운 시대 열어가기 위해 우리가 좀 알아야 할 것들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들을 담았다.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선친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항상 지적했지만, 한국의 지정학적인 위치 때문에 우리에게는 외교가 중요하다. 주변 강대국과의 사이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우리 국익을 지키고,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공동번영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와 같은 문제를 같이 생각해보자는 뜻에서 책을 발간했다. 제가 깊이 수십 년 연구한 학자는 아니다. 국민들이 편하게 읽으면서 우리 미래에 대해 같이 생각해보자는 뜻에서 낸 책이다.
 
-DJ는 남북문제뿐만 아니라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통해 한일관계의 해법과 미래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최근 한일관계가 최악의 상황인데, 어떻게 하면 풀 수 있을까?
 
글쎄.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선친이 정치를 하던 시기에는, 그래도 일본이 지금처럼 우경화 돼 있지 않았다. 오히려 전쟁을 겪었던 세대들, 선친이 상대한 전전세대들은 전쟁의 무서움을 알았기 때문에 항상 말과 행동을 조심하던 사람들이었다. 요즘 일본 우익들은 훨씬 강경하고, 특히 올바로 된 역사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일본이 과거에 저지른 일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고, 한국과의 관계도 악화되고 있다.
 
그래도 선친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가 한반도 평화를 지키고, 또 동북아에서 우리 국익을 지키려면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잘 이끌어가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차원에서도 공공외교를 펼쳐야 한다. 지금은 감정이 많이 격해지고, 상황이 악화돼 있어 공개적으로 외교를 펼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물밑에서 조용한 외교를 해서라도 한일 간 심한 갈등은 양국 모두에게 손해라는 것을 일본 여론 주도층에 계속 설득하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본다.
 
-22일 일왕 즉위식에 문 대통령이나 이낙연 총리가 참석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일본 측의 태도에 달려있다. 지난 몇 달 동안 우리 쪽에서,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해결해보자는 신호를 보내고 손을 내밀어도 일본 측에서 거부한 측면이 있었다.
 
일본 측에서 뭔가 태도 변화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한국 고위급이 방문해, 우리가 일본 측보다 더 합리적이고, 더 양국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다. 한일 갈등은 한국 측이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국제사회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 좀 더 통 큰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김 의장이 내년 총선에 광주지역에 출마하거나 더불어민주당에서 전략공천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출마 의사는 있는가.
 
저는 현재로서는 남북교류 문제에 전념을 하고 있어 선거에 출마할 준비를 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민주당 측과 협의가 되면 출마를 할 수도 있다. 다만 아직은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 출마를 고려해봐라는 이야기가 온 적은 한 번도 없다.
 
-의장 개인의 의지는 있는가?
 
글쎄. 아직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고, 당 측과 깊이 있게 협의한 부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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