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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태

밀레니얼세대 가치소비 파생 경제…크라우드 펀딩 뛰어든 '유통가'

재고 부담 낮춰 가격 인하…한정판 희소성에 가성비까지

2020-01-3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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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대형 유통업체들이 헝거마케팅의 일환으로 '크라우드 펀딩'에 뛰어들었다. 주 소비층으로 성장한 밀레니얼세대의 가치소비를 겨냥해서다. 개성이 강한 젊은 소비층의 니즈에 신속 대응할 수 있고 제조사는 차별화된 상품 개발, 판매사는 재고 관리에 유용해 유통가 전반에 확산될 전망이다.
아워홈이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 시행 뒤 정식 출시한 '온더고' 3종 제품 이미지. 사진/아워홈
 
30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트업이 주로 활용해왔던 '크라우드 펀딩' 실험이 대기업까지 전파되는 추세다크라우드 펀딩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일정 수량의 투자금이 모일 경우 이에 대한 보상으로 제품을 제공하는 '보상형', 기업 지분 등에 투자하는 '증권형'으로 구분된다.
 
유통업계에서는 '보상형' 방식이 주로 도입된다. 투자 과정은 간단하다. 유통업체가 펀딩하기로 한 상품 내용과 가격을 플랫폼에 소개하면 고객들의 투자가 이뤄진다. 다만 목표 투자 금액을 달성해야만 제품 생산에 돌입할 수 있다. 유통업체는 통상 모집 금액의 10%가량을 플랫폼 수수료로 지급한 뒤, 나머지 비용을 생산하는 데 투입한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크라우드 펀딩 활용에 나선 것은 효율적으로 고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예정된 수량의 제품을 생산해 재고 부담을 낮추는 대신 제품 가격을 인하할 수 있다. 그 결과 신규 고객 확보에 유리하며 신상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미리 가늠할 수 있다.
 
최근 대형마트 등 전통 유통업체의 진출이 예사롭지 않다. 이마트는 국내에 정식 판매되지 않은 스페인 슈즈 브랜드 'CETTI'의 스니커즈를 발굴해 크라우드 펀딩에 도전했다이마트 관계자는 "향후 시장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발굴한 상품을 대량으로 수입하거나오프라인 매장까지 판매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은 크라우드 펀딩과 유사한 방식을 자사앱에 도입했다스타트업의 우수 상품 구매자가 목표 수량만큼 모일 경우 30% 할인을 제공하는 '심마니서비스를 론칭하면서다향후 롯데홈쇼핑은 차별화된 단독 상품을 선보이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크라우드 펀딩에 도전하는 업체는 식품부터 패션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식품업계에선 아워홈이 대표적이다. 아워홈은 지난해 9월 냉동도시락 브랜드 '온더고'의 신상품 3종을 대상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3주간 시행한 온더고 프로젝트에서 약 4500만원의 펀딩액을 모집했다. 이는 목표 금액의 888% 수준으로, 이후 정식 론칭의 토대가 됐다.
 
패션업계의 실험은 더 활발하다. 코오롱FnC가 전개하는 스포츠 브랜드 '헤드'는 지난해 말 크라우드 펀딩으로 세로 퀼팅 기법을 적용한 '버티컬 구스다운'을 선보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사내 벤처 브랜드 '플립'15만원대 구스다운을 선보여 목표 금액 50배에 달하는 펀딩률을 기록했다.
 
이마트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선보이는 빈티지 스니커즈 'Cetti' 제품 이미지. 사진/이마트
 
크라우드 펀딩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선주문 방식으로 주문 상품을 받아보기까지 2~3달 이상 기간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 트렌드에서 벗어난 제품이 될 수 있으며, 당초 기획 단계에 설명했던 방향과 다른 상품이 되는 리스크도 있다.
 
롯데홈쇼핑이 론칭한 심마니 서비스 홍보 배너. 사진/롯데홈쇼핑
 
그럼에도 유통업계를 비롯해 크라우드 펀딩은 유행을 탈 전망이다. 소비자가 직접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데다, 상품 제작 스토리 등을 중시하는 가치 소비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에선 올해 국내 크라우드 펀딩 시장(증권형, 보상형 합산)이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지난해 시장 규모의 세 배 이상이다. 크라우드펀딩 업체 와디즈 관계자는 "지난해 와디즈 내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 중 모집 금액이  20억원을 달성한 사례도 등장했다"라며 "유통업체의 참여도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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