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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짧은 콘텐츠의 반격, 릴 나스 엑스와 지코

2020-02-0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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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신예 래퍼 릴 나스 엑스(20·Lil Nas X)가 일으킨 돌풍은 대단했다. 2분도 안되는 짧은 곡으로 데뷔 즉시 빌보드 싱글 차트 진입, 17주 연속 1위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썼다. '17주 기록'은 이 차트가 생긴 이래 역대 최장기간이다. 그 이전에는 머라이어 캐리와 보이즈 투 맨의 '원 스위트 데이(One Sweet Day)', 루이스 폰시의 '데스파시토(Despacito)'가 16주 1위로 공동 1위였다.
 
엑스가 세운 이 전무후무한 기록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음악성? 캐치한 후렴구? 
 
1999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태어난 엑스는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와 함께 자란 Z세대(Generation Z)다. 데뷔 즉시 그는 1~2분대의 짧은 곡들을 트위터와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리는 파격적인 제작, 유통 방식을 취하며 유명해졌다. 
 
특히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곡 '올드 타운 로드'의 경우는 짧고 흥미로운 영상 콘텐츠와 결합해 전 세계로 뻗어나간 사례다. 1분53초 남짓한 원곡은 발표 직후 10~20대 젊은 세대들이 주로 쓰는 '틱톡(TikTok)'에서 거대 유행을 촉발시켰다. 컨트리풍의 이 노래는 카우보이 흉내를 내는 듯한 15초 짜리 일반인들 패러디 영상과 맞물려 돌풍이 됐다. 
 
 
 
처음엔 이 재미난 음악에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자발적으로 가세했다. 빌리 레이 사이러스, 빌리 아일리시, 디플로, 영 서그…. 급기야 방탄소년단 RM도 '서울 타운 로드'라는 싱글 버전을 내놓으며 한국에 이 세계적인 현상을 소개했다. 올해 2월 그래미에서 이들이 단체로 우르르 몰려 나와 합동 무대를 꾸민 것을 보면 이 흥미로운 현상이 새로운 음악사의 흐름을 만드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 국내에서 유행하는 ‘아무노래 챌린지’ 신드롬도 이 세계적 추세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1월 발표된 가수 지코의 신곡은 귀여운 안무동작의 영상을 입고 고공행진 중이다. 이효리 같은 톱스타부터 일반인들까지, 다양한 버전의 이  ‘아무노래 챌린지’ 영상이 쏟아지고 있다. ‘#아무노래챌린지’ 해시태그 수는 약 6만430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음악전문가들은 아예 새로운 음악 현상으로 보는 분위기다. 짧은 시간 안에 승부 봐야하는 새 시대의 선언 같은 것. 앱용 콘텐츠가 음악시장과 연결돼 상품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결과, 오히려 전통 시장의 힘이 약해질 것을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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