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최기철

(토마토칼럼)'더불어민주당 승리의 법칙'

2020-06-03 19:39

조회수 : 2,110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또는 민주당)을 보아 오면서 늘 안타까운 점이 있다. 역사의 굴곡에서 민주당의 승리는 대부분 스스로 잘해 얻은 승리가 아니었다. 상대방이 못했거나 그나마 대통령이 면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번 21대 총선만 봐도 그렇다. 177석 확보라는 놀라운 승리는 '그렇다고 미래통합당 손을 들어주지는 못하겠다'는 국민의 차악의 선택이었다. 민주당이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 통합당이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를 부정하는 것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것인지 변함이 없다. 참 한결 같다. 뒤늦게 언론을 통해 알려진 금태섭 전 의원에 대한 징계 건은 그 단면이다. 민주당이 밝힌 금 전 의원에 대한 징계이유는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표결을 기권해 당론을 어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금 전 의원의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비판적 견지도 한몫 했으리라. 모두 당론에 반대했다는 이유다.

민주당의 당규 제7호 윤리심판원규정 의 '4장 14조 징계 사유 및 시효 규정'을 보면 을 보면 당의 강령이나 당론을 위배한 경우를 징계 대상으로 하는 조항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1항이 밝힌 징계대상자는 당원과 당직자에 한한다. 금 전 의원도 당원이나 당직자일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 2항에 '당 소속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 사유'를 따로 명시하고 있다. 물론, 이 항에 소속 의원이 당의 강령이나 당론을 위배한 경우 징계할 수 있다고 한 규정은 없다.

이는 규정이 헌법과 국회법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헌법 46조는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법 114조는 "국회의원은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정했다. 금 전 의원은 이에 충실했다. 때문에 민주당의 금 전 의원에 대한 징계는 어느 모로 보나 말이 안 된다. 무리에 쓴 소리 한다고 따돌리고 배척하는 모양이 도대체 무슨 꼴이란 말인가.

앞서 말한 '민주당 승리의 법칙'은 앞으로도 계속될 조짐이다. 이 당 김남국 의원을 보면 그렇다. 김 의원은 3일 오전 10시 자신의 SNS 게시판에 금 전 의원을 타박하는 글을 올렸다. 제목이 <자신의 주장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만큼 타인의 주장도 존중해주셨으면 합니다>이다. 길기도 한 이 제목 아래에는 1624글자로 이뤄진 장문의 글이 있다. 일부를 옮기면 이렇다.

"…의원님이 ‘공수처 반대’, ‘조국 임명 반대’를 소신이라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만큼 ‘공수처 찬성’, ‘조국 임명 찬성’ 주장도 동등하게 대우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내 말만 소신이라고 계속 고집하고, 남의 말은 선거 못 치른다고 틀어막는 ‘표리부동’한 모습을 다시 한 번 성찰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당론이 지켜져야 한다’는 근거로 의원님에 대한 경미한 징계를 한 것보다 의원님께서 선거 치르는데, ‘조국 프레임’으로 안 된다는 논리로 분위기 만들어서 다른 말 못하게 틀어막고, 경선 못 치르게 한 것이 100배는 더 폭력적이고 비민주적입니다.…"

초선의원의 혈기라고만은 못 보겠다. 절묘한 것은 ‘공수처 반대’, ‘조국 임명 반대’와 ‘공수처 찬성’, ‘조국 임명 찬성’의 위치만 바꾸면 금 전 의원의 심정을 그대로 옮긴 듯 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 의원이 이 글을 올린 것은 수려한 반어법을 이용한 금 전 의원에 대한 지지성명일까? 당을 위해 치밀하게 계획한 고도의 매운 조언일까?

그러나 글 머리에 "금태섭 의원님께서 우리 당의 선배정치인으로서 후배 정치인을 품을 수 있는 넓은 마음과 태도를 보여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또 이기적이고, ‘표리부동’한 자신의 모습도 함께 돌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쎈 발언을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좀 충격을 받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ㅠㅠ)"라는 부분을 보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저는 금태섭 의원님을 소신 있고, 강단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하며, 좋은 점은 본받고 싶습니다. 저의 진심입니다. 금태섭 의원님뿐만 아니라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미래통합당 의원님을 포함하여 그 누구와도 토론하며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라는 부분도 한참을 생각하게 한다.

뒤에 "보수와 진보, 여야, 이런 것을 떠나서 민생을 챙기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금태섭 의원님을 소신 있는 정치인으로 높이 평가하면서 포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라는 부분을 보면 과연 표리부동한 정치 선배를 포용하는 대인으로서의 풍모도 보인다. 이쯤 읽다 보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으나...

징계야 지나간 일이라.

그렇다면 김해영 최고위원이 걱정이다. 김 최고위원은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금 전 의원 징계는 헌법, 국회법과 충돌할 여지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완곡한 표현이다. 민주당의 징계기준에 따르면 당론에 반하는 행위로 징계감이다. 김 최고위원의 안녕을 바란다.

최기철 법조데스크
  • 최기철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