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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감찰출신 현직검사가 본 '검언유착' 수사의 문제점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 '악마의 편집', '총장 패싱' 등 지적

2020-07-0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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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청주지검 정희도 형사1부장이 7일 오후 검찰 내부게시판인 이프로스에 올린 <소위 '검언유착' 수사팀의 불공정 편파 수사 의혹>이라는 제목의 글은 글자크기 10폰트 A4 용지 분량으로 2매 반 분량이다.
 
이 가운데 '검언유착' 의혹사건이 '권언유착' 사건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분량이 1매 반쯤 된다. 나머지 1매는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의 수사진행에 대한 내용이다. 정 부장검사는 대검찰청 감찰2과장을 역임했다.
 
상당한 검증이 필요한 '권언유착 의혹'은 별론으로 하고, 감찰 출신 현직 부장검사가 현재 수사팀의 수사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한 내용을 보면 이렇다.
 
사진/뉴스토마토
                                                                                                                                                      
 
'악마의 편집'
 
정 부장검사는 게시글에서 "6월12일 한모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겠다는 의견을 대검 부장회의에 보고하여 대검 부장회의에서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승인받을 당시 백모 기자와 한모 검사장의 녹음내용 녹취록 중 한모 검사장이 '신라젠 사건은 다중 피해가 발생한 서민민생범죄... 유시민 이사장 등 정치권 인사들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는 내용 등 한모 검사장에게 유리한 부분은 모두 뺀 녹취록 요지를 제출하는 소위 '악마의 편집'을 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면서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현 수사팀은 검사의 객관의무를 심각하게 위배한 것으로, 이 자체로 감찰사안으로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정 부장 검사는 이 부분에 대해 직접 사실을 확인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이에 대해 언급했다.
 
수사팀은 지난 6월21일 오후 4시21분 검찰을 출입하는 법조기자단에 이른바 '문자 풀'을 뿌렸다. 조선일보가 전날 보도한 <'검언 유착' 의혹의 A 검사장, 알고보니 채널A 기자에 "유시민 의혹 관심없다">는 제목에 대한 해명이었다.
 
수사팀은 "서울중앙지검은 해당 사건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확보된 다양한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수사과정에서 그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확인해 드리기는 어렵습니다"라고 했다. 검찰의 일반적인 언론 대응이다.
 
그러나 아래에 설명을 덧붙었다. "다만, 위 기사에 언급된 내용은, 확보된 증거자료 중 일부만을 관련자에게 유리할 수 있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사실관계 전반을 호도하거나 왜곡하여 수사과정의 공정성에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합니다"라고 했다. 조선일보 보도가 '악마의 편집'이라고 에둘러 지적한 것이다. 민감한 현재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이례적인 설명이었다.  
 
정 부장검사가 이날 지적한 부분은 수사팀이 지적한 '관련자에게 유리할 수 있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보도한 부분'과 일치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에 따라 현 수사팀이 수사를 계속하든, 전국 검사장들 의견처럼 특임검사를 세우든 반드시 밝혀져야 할 사안이다.
                                                                                                                                                        
 
수사팀의 '총장 패싱'
 
정 부장검사는 7일 게시글에서 "법무부장관께서 법사위에 출석하여, '한모 검사장이 출석에 불응하고 있다, 휴대전화 포렌직을 위한 비밀번호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는 등의 구체적인 수사상황을 거론하신 것에 대하여, 일선의 많은 검사들이 현 수사팀이 총장에 대한 보고, 지휘는 거부하면서 법무부장관에게 수사상황을 직보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 질의에 "서울중앙지검의 실제 수사는 검사장급 피의자에 대해 수요일(1일) 소환을 (요청)했는데 (한 검사장이) 자문단 결과를 보고 나오겠다며 불출석했다는 것을 들었다"고 답했다. 
 
법무부장관이 현안 수사에 대한 보고를 검찰로부터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추 장관은 이날 보고 출처를 사실상 수사팀으로 지목했다. 윤 총장의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결정을 비판하면서 나온 발언이다. 추 장관은 "수사하는 팀에서는 자문단 등 하나로 잘못 가면 수사 미진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시급히 압색(압수수색)된 것들을 포렌식 해야 하는데 피의자가 소환도 불응하고 제가 보고 받기론 비밀번호를 알아야 하는데 전혀 협조를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태에서 수사팀이 교체된다면 오히려 사건이 매장될 우려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장검사의 제기한 '수사상황 직보' 의혹도 현 수사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 수사팀 설명 없이 특임검사가 수사를 이어간다면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다.
                                                                                                                                                         
 
추 장관, 공보규칙 위반 논란
 
추 장관 발언에 대해서는 조국 전 장관 시절 법무부가 정한 공보규칙 위반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2019년 12월1일부터 시행된 법무부 훈령 <형사사건의 공개금지 원칙> 5조(공소제기 전 공개금지)는 "소제기 전의 형사사건에 대하여는 혐의사실 및 수사상황을 비롯하여 그 내용 일체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같은 원칙 9조에 예외 사항을 두고 있지만 △사건 관계인에 대한 오보를 바로 잡기 위한 필요성이 있거나 △동종 범죄의 급속한 확산 차단 △공공의 안전에 대한 급박한 위협 등이다. 5호에 '수사에 착수된 중요사건으로서 언론의 요청이 있는 등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경우'도 예외 사항이지만 이 경우 '21조의 규정에 의하여 설치된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친 경우'로 제한된다.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의 사안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 장관이나 법무부의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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