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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표

(초점)어윤대 회장 '메가뱅크' 잘 될까?

우리금융 인수 관심 공개 표명

2010-06-1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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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15일 KB금융(105560)그룹회장으로 선임된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의 발걸음이 거침없다. 내정 직후 곧바로 "우리금융(053000)에 관심이 많다"며 "금융계에도 삼성이 필요하다"고 직격탄을 날렸을 정도다.
 
◇ 넘치는 자신감?
 
기업 인수합병(M&A)을 얘기할 때는 일반적으로 상대편이 있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럽게 말하거나 아예 "관심이 없다"고 위장막을 치는 경우가 다반사.
 
그런데 어 내정자는 내정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은행계 판도를 뒤집을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여러 정황상 자신감이 넘치는 발언들"이라면서도 "아직 정식으로 선임된 것도 아닌데 속도를 너무 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어 내정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2년 후배에 정권 초부터 한국은행 총재 등 금융 고위직에 이름이 거론됐다. 현 정권과의 친밀성, 본인의 직설적 성격 때문에 이같은 말들을 꺼리낌없이 풀어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은행 대형화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만만치 않아 어 내정자의 구상은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5일 보고서를 통해 "은행이 대형화되면 시스템 리스크가 커지고 중소기업 대출이 위축된다"며 "대형화된 은행이 국내영업에 집중할 경우 독과점 폐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주요국정상회의(G20)를 통해 '볼커룰(대형금융기관 규제 법안)'이 연말에 도입되면 어 내정자의 구상은 어렵게 된다.  
 
◇ '곰' 움직일 '호랑이'될 수 있을까?
 
어 내정자 선임 이후 KB금융그룹 내부도  바빠졌다. 특히 KB금융그룹 내부에서는 조만간 있을 정기 인사에 이어 어 내정자가 정식으로 회장 자리에 오르면 구조조정을 통해 '군살빼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어 내정자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시장주의자로 원래 유명한 분"이라며 "은행 수익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고 인수합병까지 진행되면 (구조조정은) 어쩔 수 없지 않겠나"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가장 최근의 신한은행, 조흥은행 합병과정을 고려할 때 적어도 3년 이내 인력 구조조정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0년 1분기 기준 시중은행 경영실적>
구분 신한 우리 하나 기업 국민
순익(억원) 5886 4598 2830 3765 5203
자산(조원) 238.8 241 155.8 167.2 273.8
자산이익률(%) 1.12 0.83 0.82 0.97 0.81
자기자본이익률(%) 17.51 13.63 12.24 16.31 10.81
(자료 : 각 사 보고서)
 
하지만 인수합병 이전에 어 내정자는 당장 '곰'같은 KB금융을 변화시켜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전체 순익의 90%가 은행에서 발생하고 은행마저 다른 은행들과의 경쟁력에서 현격한 차이가 난다. 덩치는 제일 크지만 이익률은 꼴찌다.
 
이같은 이유를 들어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도 어 내정자를 '생산성 향상의 적임자'로 지목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006년 어 내정자가 고려대 총장 재직시 무리하게 개혁에 나서면서 구성원 반발을 산 적이 있어 얼마나 적절히 '완급 조절'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 하나금융, 별 관심 없다지만...
 
어 내정자 선임으로 불똥이 뛴 지주사도 있다. 바로 '우리금융' 인수에 공들여 온 하나금융.
 
하나금융은 시중 지주사 중 규모가 제일 작지만 인수합병 경험, 조직내 빠른 의사 결정, 중첩되지 않는 사업부문 등을 강점으로 들며 '보아뱀 M&A(자산이 작은 회사가 더 큰 회사를 인수하는 것)'을 통해 시중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외환은행(004940)이냐 우리금융이냐' 논란이 많았지만 결국  '우리금융' 인수를 통해 자산 1위 금융지주사로 도약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다.
 
하지만 어 내정자가 공개적으로 우리금융에 관심을 나타내면서 내부적으로 당황스런 분위기를 감추지 못한 상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김승유 회장이 공개적으로 특정 금융사를 지목해 '인수하겠다'라고 말한 적 있냐?"며 간접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여기에 어 내정자가 "외환은행은 (인수가격이 비싸서) 국내 은행이 사지 못한다"라고 말한 것도 자존심을 건드린 부분.
 
외환은행 인수에 약 5조원 가량이 들 것으로 예측되는데 실제 이만한 동원력을 갖춘 금융사는 국내에 KB금융이 유일하다. 결국 나머지 은행들은 "인수하고 싶어도 돈이 없지 않느냐"고 말한 것과 같은 셈이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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