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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산업은행, 쌍용차 무파업 강요 입장 선회…"검토 과정 제안일 뿐"
산업은행 "ILO 협약 준수에 유의할 것"…배진교 의원 "고용안정과 마힌드라 책임 필요"
2021-03-03 11:55:59 2021-03-03 12:16:59
[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산업은행이 쌍용자동차 지원과 관련해 흑자 전 무파업 각서를 쓰지 않으면 단돈 1원도 지원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제적 의무를 부과한 것이 아니라 채권은행으로서의 입장을 밝힌 것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3일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이 '쌍용차 지원 관련해 두 가지를 전제로 한 산업은행의 입장이 어떤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결정된 것인지'를 묻는 질의에 산업은행이 제출한 서면 자료를 보면, 산업은행은 "의사결정 단계가 아니다"라며 "쌍용차에 대한 지원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쌍용차 노사관계 안정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를 기대하는 채권은행으로서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밝혔다.   
 
3일 배진교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쌍용자동차 지원과 관련해 흑자 전 무파업 각서를 쓰지 않으면 단돈 1원도 지원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쌍용차
 
앞서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쌍용차 노사에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3년으로 연장할 것과 △흑자가 날 때까지 쟁의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할 것 등 두 가지 전제가 충족되지 않으면 단돈 1원도 지원하지 않겠다고 한 바 있다. 
 
두 가지 요구사항과 관련해 진행사항을 묻는 질문에는 "두 가지 요구사항과 관련해 현재 시점까지 산은과 쌍용차간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는 않았다"며 "쌍용차 앞 문의 결과 쌍용차 노사간 진행된 사항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산업은행이 쌍용차 노사에 요구한 두 가지 사항이 국제노동기구(ILO) 기본 협약 제87조 결사의 자유에 어긋난다는 판단이 있을 경우 산업은행의 입장을 변경할지에 대한 질의에는 "당행은 쌍용차와 노조에 강제적 의무를 부과한 것이 아니다"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산업은행은 "쌍용차 지원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채권은행으로서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향후 ILO 기본 협약 비준 동의안이 통과된다면 협약 준수에 유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쌍용차가 회생절차를 신청 중인 상황에서 당행이 단독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향후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채권자로서 지원 노력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의 지원 전제 입장이 완화된 것은 최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3건에 대한 비준 동의안이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향후 ILO에 협약 비준서를 기탁할 예정이며, 기탁한 날로부터 1년 뒤 효력이 발생한다. 
 
아울러 배 의원실이 산업은행이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에 요구한 내용과 마힌드라의 수용 여부를 묻는 질의에는 "당행은 마힌드라 앞 쌍용차에 대한 추가 지원, 대주주 희생을 포함하는 적극적인 신규 투자자 유치 노력 등 책임있는 역할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산업은행은 "그러나 마힌드라는 현지 언론 등을 통해 쌍용차 대주주 지위를 포기할 수 있으며, 쌍용차 앞으로 더 이상의 추가 투자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서면 답변 자료에는 산업은행이 지난 2019년 쌍용차에 대해 1000억원 안팎의 대출을 결정하게 된 판단 근거도 드러났다. 산업은행은 전기차 개발, 연구개발(R&D), 설비투자 등 쌍용차의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를 지원하기 1000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산업은행은 "2019년 1월 대주주의 유상증자(500억원) 실시로 재무구조가 개선됐다"며 "또 렉스턴스포츠칸, 코란도 등 신차출시로 2019년 1분기 판매실적이 전년 동기대비 13.7% 증가하는 등 향후 실적 개선이 기대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다만, 2019년 하반기 이후 내수시장에서 기아 셀토스, 한국GM 트레일블레이저, 르노삼성 XM3 등 지속적인 경쟁차종이 출시됐다"며 "2020년에는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판매 부진 등으로 영업실적이 악화했다"고 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쌍용차 매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임직원들의 고용안정과 마힌드라 대주주에게 현재 쌍용차 사태에 대한 강력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쌍용차 매각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을 지속해서 챙기고 다각도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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