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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보다 수소"…정유업계, '수소 사업화' 속도내는 이유는
지주사 차원에서 '정유사 핵심' 수소 로드맵 속도
생산·저장·운송·공급 등 전 분야 먹거리로 부상
2021-04-13 06:03:18 2021-04-13 06:03:18
[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정유업계가 정유 중심의 사업 구조 탈피를 위한 신사업 확장의 일환으로 수소 시장에 속속들이 뛰어들고 있다. 이미 판도가 어느 정도 짜여진 전기차 분야 보다는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이 용이하면서도 다양한 가능성이 내재된 분야이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정유사들의 수소 사업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 SK 등 지주사 차원의 동력 발굴 작업이 추진되면서 이들이 주요 역할을 맡게 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현대오일뱅크 수소충전소 상상도. 사진/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는 최근 '수소 드림 2030 로드맵'을 발표하고, 사우디 아람코와 수소·암모니아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는 아람코에서 LPG를 수입해 수소 생산설비를 통해 블루수소를 생산한다. 생산된 블루수소는 탈황설비에 활용하거나 차량, 발전용 연료로 판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전국에 180여개 수소 충전소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현대오일뱅크는 세계 최대 수소 기업인 미국 에어프로덕츠의 제조기술을 활용, 원유 부산물과 직도입 천연가스로 수소를 생산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지주사인 SK도 향후 5년간 약 18조원을 투자해 국내 수소 생태계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우선적으로 자회사 SK E&S를 중심으로 2023년부터 연간 3만톤 규모의 액화수소 생산설비를 건설하고 수도권 지역에 공급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은 석유화학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부가적으로 나오는 부생수소를 SK E&S에 공급하기로 했다. SK는 또 수소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한 해외 기업에 대한 투자와 파트너십도 지속한다. 
 
에쓰오일도 최근 수소의 생산부터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수소산업 전반의 사업 진출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와의 협력을 통해 그린수소, 그린암모니아를 활용한 사업 및 액화수소 생산·유통사업 등을 검토중이다. 최근에는 40여건의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FCI에 지분 20%를 투자하며 수소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FCI는 2027년까지 최대 1000억원 규모를 투입해 100MW 이상 규모의 생산설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이 밖에 서울 시내에 복합 수소충전소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최근 버스·트럭의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업계가 추진하고 있는 특수목적법인 '코하이젠'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정유사들이 수소 경제에 적극 뛰어드는 것은 코로나19가 '에너지 대전환' 시기를 앞당기면서, 신규 먹거리 발굴이 시급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는 2050년에는 수소 시장이 7000억달러(약 780조원) 규모로 성장해, 글로벌 에너지 수요의 5%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의 경우 한전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주요소에는 충전기만 설치하면 되기 때문에 인프라 구축이 어렵지는 않지만 사실상 수익에 크게 도움되는 사업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며 "반면 수소는 생산에서 운송, 저장, 공급까지 전 과정이 신사업으로 기회가 더 많이 열려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한편 경쟁사들과 달리 GS칼텍스는 아직까지 수소 경제에서 이렇다 할 대형 프로젝트에 돌입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서울 강동구 소재에 'H 강동 수소충전소'를 선보이는 등 충전소 구축에는 속도를 내고 있다. 해당 충전소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휘발유와 경유, LPG, 전기, 수소를 모두 공급하는 융복한 에너지 스테이션이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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