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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학교 비정규직 워라밸'은 어디에
2022-06-27 06:00:00 2022-06-27 06:00:00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게 된 한 교사의 브이로그(일상 영상)를 우연히 본 적이 있다. 선생님들의 기피 대상이라는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의 하루는 그야말로 쉴 틈이 없었다. 우유 급식이 나오자 한명 한명 먹는 방법을 지도해야 했고 때로는 화장실에 가는 것까지 선생님이 동행해야 했다.
 
점심시간에도 선생님은 쉴 수 없었다.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들이 올바르게 밥을 먹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주시해야 했고, 요구르트 같은 음식이 나오면 한명씩 모두 까줘야 했다. 모든 일과를 끝낸 선생님은 그야말로 녹초가 된 모습이었다. 영상을 보면서 아이를 좋아하는 마음이 없으면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실 때 아이들이 있는 것이 싫다며 '노키즈존(No Kids Zone)' 만연한 한국 사회인데, 교사는 그야말로 키즈존에 통째로 내던져진 존재인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교사의 점심시간은 직무 특수성을 고려해 근무시간으로 친다.
 
하지만 같은 교육 현장에 있더라도 비정규직이라면 이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받기 힘들어진다.
 
최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도 이런 문제 때문에 거리로 나왔다. 특수교육지도사의 식사와 휴식을 보장하라는 게 이유였다.
 
특수교육지도사는 학교에서 특수교육 대상인 학생들의 각종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비정규직노동자다. 교원자격증이 있는 특수교사가 전반적인 수업을 이끈다면 특수교육지도사는 이를 돕는 역할을 하는 직무다.
 
특수교육을 받는 학생 중 상당수는 장애인이기 때문에 특수교육지도사의 일상도 대부분 쉴 틈이 없다. 학생들과 항상 함께 다녀야하므로 점심시간이나 화장실 갈 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학비노조가 특수교육지도사를 대상으로 업무 환경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은 점심·휴게시간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6명 이상의 특수교육지도사가 업무량이 과하고 담당 업무에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학생들에게 물리거나 꼬집히는 경우도 많고 중증장애 학생을 맡은 경우 근·골격계 질환에 쉽게 노출되지만 이에 대한 산업재해 보상을 받는 경우도 드물다.
 
돌봄교사들도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전국 곳곳에서 지난해부터 파업에 나섰다. 아이들을 돌보고 행정업무까지 하기 위해 현행 6시간에서 8시간으로 근무시간을 늘려달라는 게 이유였다. 실제 업무량보다 근무시간이 짧아 동동거리며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 다만 이런 요구에도 이는 초과근무를 받아들이는 식의 제한적인 합의에 그쳤다.
 
정식 교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점심이나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빡빡한 업무량이 주어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의 몫이 된다. 아이를 키우기 좋은 사회를 위해 공교육의 질을 높이겠다고 정부가 마음먹었다면 학교 비정규직의 처우도 생각해볼 차례다. 
 
김지영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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