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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사람)전자책 한권 '99원' 선언…스트리밍 열람 실험
천호영 컴북스 디지털부장 "도서 유통 경로 확대"
2016-08-25 06:00:00 2016-08-25 06: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책 한 권 읽는데 99원”
 
커뮤니케이션북스(컴북스)는 지난달 업계에서 다소 파격적인 도서 유료열람서비스를 시작했다. 단돈 100원도 안 되는 비용으로 책 한 권을 읽을 수 있게 하는 일종의 ‘도서 스트리밍’ 서비스였다.
 
스트리밍이란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보여주는 서비스다. 음원 유통에 주로 이용되며 보통 주요 음원사들은 월정액을 받고 무제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컴북스의 도서 스트리밍은 매번 결제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음원 스트리밍과는 조금 다르다. 99원을 결제하면 시간 제약 없이 단행본 본문 전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전자책 서비스와는 차별성이 있지만 창을 열고 닫을 때마다 99원을 추가 결제해야 하는 점에선 완벽한 스트리밍 서비스로 보기에 큰 제약도 있다.
 
서비스가 시작된 지 한달 동안 업계에선 우려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앞으로 다른 출판사들도 경쟁적으로 가격 기준을 높여 비슷한 대여나 구독 서비스를 출시한다면 종이책이나 전자책 시장에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중호 한국출판콘텐츠(e-KPC) 대표는 “유료열람처럼 싼 가격에 볼 수 있는 도서 비즈니스 모델이 자리잡기 시작하면 종이책 판매에 의존하는 출판사들은 심리적 타격을 입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다만 우려만큼 긍정적인 반응도 만만치 않다. 어려운 출판 업계 환경에서 독자들에게 다양한 책을 알릴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을 조성했다는 점에서다. 한국출판인회의 전자출판위원장인 이지연(이지스퍼블리싱 출판사) 대표는 "출판사들도 수익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실험적인 시도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컴북스 측은 이번 서비스가 출판계 지식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환경을 만드는 출발점이라고 설명한다. 다음은 천호영 컴북스 디지털사업 부장과의 일문일답.
 
-서비스가 진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독자의 반응이 어떤가.
주변 분들을 통해 듣거나 자체 모니터링 비슷하게 전화 통화로 독자들에게 물어보고 있다. 대부분은 새로운 독서방식이다 보니 관심 있게 지켜봐 주는 편이다. 기존에는 서점을 가거나 전자책을 다운로드하지 않는 이상 자기가 원하는 부분을 볼 수 없었지만 이젠 원할 때 언제든지, 원하는 책을 펼쳐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만족하는 것 같다.
 
-서비스는 어떤 배경으로 탄생하게 됐나.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교수나 강사, 과제를 하는 대학생들이 원하는 구절을 위해 책을 사거나 서점을 직접 가는 수고를 덜기 위해 기획됐다. 독자층을 다양화하려는 점도 또 하나의 배경이었다. 다양한 전문 서적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통로를 열어주고자 시작한 실험이다.
 
-한 번 볼 때마다 99원을 매번 결제를 해야 하는 점은 독자의 니즈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 아닌가. 대안은 없었나.
현재로서 대안은 딱히 없다. 충분히 감수했던 부분이고 독자 개인 선택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1일이나 한 달 정액 이용권도 고려의 대상이긴 했지만 작가들의 인세 문제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독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자는 데 초점을 맞췄고 그 과정에서 가격 문턱을 낮추는 방식을 채택했다. 앞으로 기간제 서비스에 대한 검토를 진행할 수는 있지만 지금은 계획이 없다.
 
-서비스에 대한 인세가 어떻게 책정되고 있나.
유료열람서비스의 경우 업계 평균 전자책 인세 기준으로 작가에게 지급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출판업계에서 종이책의 인세는 정가의 10%, 전자책의 인세는 출판사마다 다르지만 종이책에 비해 좀 더 센 편이다.
 
-작가들은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지 않나.
이번 서비스가 가능했던 것은 출판사와 작가 사이의 신뢰 관계가 돈독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책이 99원에 팔린다고 거부 의사를 표한 작가도 당연히 있었지만 대부분은 동의했다. 작가들 역시 자신들이 쓴 여러 종류의 책들이 알려지는 경로가 다양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100% 확신은 못하더라도 출판사 전략에 동의한 것으로 생각한다.
 
-다른 출판사들의 반발은 없었나.
달라지는 환경에 출판사들은 각자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그 시도 중 하나로 관심 있게 지켜봐 주는 정도지 반발은 없었다. 다만 이 서비스는 기존의 것을 잃을까 하는 두려움과 필자와의 관계에서의 어려움 때문에 다른 출판사들이 적용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분명 있다.
 
-이번 사업을 통한 목표는 무엇인가.
이번 서비스는 하나의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열람서비스에 신간 목록을 계속해서 추가할 계획은 있지만 얼마나 확장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치를 상정하진 않은 상황이다. 다만 출판업계의 지식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 환경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목표는 있다. 그 출발점에 유료열람서비스가 있고 앞으로도 다양한 실험은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천호영 커뮤니케이션북스(컴북스) 디지털 사업 부장. 사진/커뮤니케이션북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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