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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출석한 최순실, 국회 소추인단에 호통
'묵비권 행사' 예상 깨고 공세적으로 신문 주도
2017-01-16 18:29:40 2017-01-16 18:29:40
[뉴스토마토 최기철·홍연기자] “아까 물어보지 않았느냐.”, “검찰이나 특검이나 수사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 “재판장님, 저는 억울합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국정농단 사건의 한 축으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16일 박근혜 대통령 5차 변론기일에 탄핵심판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씨는 애초 묵비권에 가까운 모르쇠로 일관할 것으로 보였지만, 예상을 깨고 공격적으로 탄핵 소추위원단과 맞붙었다. 
 
김기춘 전 청와대실장 등과 아는 사이인지, 장관 등 고위 정부인사에 개입했는지 등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에 대해서는 부인하거나 기억이 안 난다면서 수세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본인과 딸 정유라씨에 대한 질의나 박 대통령의 뇌물 등 의혹에 대한 질문에는 언성까지 높여가며 방어하고 나섰다. 최씨는 검찰과 특검이 인권침해적 수사를 하고 있다며 "검찰이나 특검에게 수사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고까지 했다.
 
이날 최씨에 대한 소추위원단 측의 첫 질문은 청와대 출입에 대한 의혹이었다. 최씨는 청와대 출입 빈도와 시기, 이유를 물었으나 “대통령의 개인적인 일을 도와주기 위해 청와대를 출입했으며, 어떤 이유인지는 사생활이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박 대통령의 의상 준비를 맡은 이유에 대해서는 “옛날부터 도와드리는 마음에서 했다. 특별히 박 대통령이 부탁하거나 그런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증인으로 출석해 신문을 받은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의 진술조서에 따르면 최씨는 2013년 4월24일부터 그해 7월까지 총 13회에 걸쳐 청와대를 출입했다. 그러나 최씨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 답변을 모두 피했다. 최씨는 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 때 입을 의상비 등을 맞추는 과정에서 비용을 지급했는지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사생활”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 부분은 최씨와 박 대통령간 뇌물 의혹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최씨의 청와대 비선출입 의혹이 처음 불거진 것도 사실 이 쟁점과 관련해서다. 앞서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는 박 대통령이 최씨를 통해 의상을 구입한 의상실에 대해 지난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자신의 명의로 임차됐고, 임대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50만원을 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최씨는 “고씨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고 계획된 것”이라며 “고씨가 증인으로 한 얘기를 근거로 한 질문에는 대답하기 곤란하다”고 말해 아예 다음 신문을 차단하기 까지 했다. 박 대통령의 경제부흥 정책 등 국정에 관여했는지 묻는 질문에도 최씨는 “아까 물어보지 않았느냐”며 언성을 높이고 “굉장히 의도적인 질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가 국정을 대통령과 상의해서 이끌어가는 식으로 보도가 됐지만 단순 의견만 피력했을 뿐”이라며 “전체적으로 끌어갈 이유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저는 정말 억울하다 재판장 계시지만”이라며 재판부에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최씨는 특히 독일에서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 지인에게 검찰 수사 등에 대응 방안을 지시하는 녹음 파일에 대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녹음 내용은 앞서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위원이 공개한 첫 녹음 파일이다. 그는 이에 대해 “자기네(녹음 및 녹음파일을 제공한 제보자)들이 자기들이 한 말을 빼고 저를 이용해 녹취를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소추위원단 측이 미르재단 설립에 관여 안했다면 대응지침을 말 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캐묻자 최씨는 “걔네들이 그런식으로 얘기했으니까 제가 그렇게 얘기했다. 이성한 폭로하고 조선일보 이OO 기자를 만나고 그래서 그랬다. 저는 방어차원에서 얘기한 것이지 (재단설립에)개입해서 얘기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최씨는 그러나 일부 신문에 대한 진술에서 모순되는 답변으로 자승자박하기도 했다. 그는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미르재단 설립 과정에서 안 전 수석에게 연락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안 수석 자체를 모른다. 연락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형사재판에서 검찰이 공개한 안 전 수석과 정동춘 K스포츠재단 전 이사장의 통화 녹취에서 안 전 수석이 최씨를 직접 언급한 바 있다.
 
최씨는 이와 함께 박 대통령에게 지인이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이 일감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청탁을 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러나 최씨는 일감을 준 현대차 얘기는 꺼내지 않았고 박 대통령이 스스로 판단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해 책임을 박 대통령에게 떠넘기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에 대한 신문은 대통령 대리인단이 최씨에 대한 신문을 집중적으로 진행하면서 오후 6시 이후로 미뤄졌다. 헌재는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검찰 진술조서와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대한 증거채택 여부를 17일 오후 6차 변론기일에서 결정한다.
 
'비선실세' 최순실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증인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홍연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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