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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 그런데 우병우는?
2017-01-19 06:00:00 2017-01-19 22:19:37
희대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파죽지세로 수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달 21일 공식적인 수사를 시작한 지 28일만에 ‘천하의’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대통령의 복심’인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피의자로 소환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기각되기는 했지만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에 대해서는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최종 목표인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보름 정도 남겨두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시계도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다. 공판준비기일 3번 만에 쟁점을 정리하고 6차 변론기일까지 끝냈다. 이 와중에 ‘국정농단’의 한 축인 최순실씨가 탄핵심판 증인으로 출석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증인으로 출석해 신문을 받았다. 윤전추·이영선 청와대 행정관도 탄핵심판 심판정에서 증인 진술했다. 오는 19일(7차 변론)과 23일(8차 변론)에 이어 25일 9차 변론기일까지 마치면 공개변론은 마무리 되고 곧바로 재판관 9명 전원이 참여하는 합의가 시작된다.
 
특검팀은 1차 수사기한인 다음달 28일까지 모든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목표로 전력질주 하고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여부도 이런 속도라면 ‘2말3초’라는 예상을 깨고 2월 중순쯤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팀과 헌재 재판관들은 설 연휴 기간 중에도 출근해 증거물 분석과 자료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법원도 뒤지지 않는다. 앞서 검찰이 기소한 최씨와 안 전 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김종 전 문체부2차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대한 형사재판도 만만치 않은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의 재판을 맡고 있는 재판부는 야간재판도 마다하지 않고 재판을 진행 중이다.
 
검찰로 눈을 돌려보자. 고검장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장을 맡은 특별수사본부는 최씨 등 국정농단 핵심 사범을 줄줄이 구속 기소하고, 박 대통령을 사실상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실로 오랜만에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박영수 특검팀에게 그동안의 수사 자료를 모두 넘겨준 뒤에도 최씨 등 국정농단 사범들의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 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정농단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준 사법부라는 검찰을 포함해 우리나라 사법부 전체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뭔가 허전하다. 방대하면서도 복잡하게 설치된 도미노가 빠른 속도로 넘어가는 것 같지만 중간 패가 빠져 곧 막힐 것 같은 불안감마저 든다. 그 중간 패,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때문이다.
 
우 전 수석, 2015년 2월 취임했을 때부터 2016년 10월 퇴임할 때까지 그가 남긴 의혹은 손가락으로 꼽을수 없을 정도다. 검찰은 언제부터인가 ‘우병우 사단’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뒤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 전 수석의 비리를 수사하겠다며 호기롭게 특별수사팀 지휘를 맡은 윤갑근 대구고검장은 126일이나 사건을 만지작 거리다가 수사를 끝냈다. 스스로도 “민망하다”고 말 한 윤 고검장은 “역시 우병우 사단”이라는 오명을 스스로 각인시켰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의혹은 크게 개인비리와 국정농단 배후로 대별된다. 이 중 개인비리는 검찰이 가지고 있다. 넥슨과의 강남땅 특혜 거래 등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김석우)가 맡고 있다. 변호사시절 ‘몰래변론’ 등 변호사법 위반과 조세포탈, 국정감사 불출석 고발사건은 특수1부(부장 이원석)에 재배당됐다. 그러나 검찰은 우 전 수석에 대해 이렇다 할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우 전 수석이 특검의 수사대상이기 때문에 섣불리 조사하다가는 자칫 특검 수사를 방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검은 어떤가. 검찰 인사 전횡과 국정농단 측면에서 보면 우 전 수석은 김 전 비서실장보다 오히려 더 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특검 역시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만큼은 이렇다 할 진척이 보이지 않는다.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 사건의 초기 단계인 ‘최순실 게이트’ 때부터 박 대통령을 비호하기 위한 전체적인 판을 짰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박 대통령과 국정농단의 한 축인 최순실과의 관계도 심상치 않다는 의혹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현상수배’가 붙은 뒤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나왔을 때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여전히 존경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했고 검찰 조사 때 찍힌 팔짱 낀 모습의 사진에 대해서는 “추워서 그랬다”며 국조특위를 희롱했다.
 
더 이상 검찰과 특검의 ‘서로 눈치보기’는 매우 위험하다. '특검의 본질은 검찰 수사의 검증'이라는 법리는 허울 좋은 궤변이다. 검찰과 특검이 머뭇거리는 사이 국정농단의 진실은 우 전 수석과 함께 지금도 묻혀가고 있다.
 
 
 
 
최기철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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