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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쇼퍼' 걸리면 매장 근무 제외…벤츠 영업사원의 슬픔
감정노동자 인권침해 논란도…"패널티 제도 개선해야"
2017-01-23 06:00:00 2017-01-23 06:00:00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영업사원들의 서비스만족도 등을 조사하기 위해 손님으로 위장하는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를 운영중이다. 벤츠 영업사원들은 이로 인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미스터리 쇼퍼'는 고객을 가장해 매장 분위기, 직원 친절도 등 여러 서비스 항목을 평가해 상벌을 주는 내부 모니터 요원이다. 미스터리 쇼퍼는 일부 불성실한 직원을 걸러내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운영되지만 평가자의 일방적인 평가에 따라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되고 있다.
 
손님으로 가장한 '미스터리 쇼퍼'는 영업사원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영업사원에게 질문을 하고 대답을 바탕으로 평가를 진행한다. 
 
지난 7년간 벤츠 영업사원으로 근무한 이제한(가명)씨는 최근 2~3년간 ‘미스터리 쇼퍼’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심해졌다고 하소연했다. 수입차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 ‘고객 응대 매뉴얼’이 더 강화됐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때로는 돌발적인 상황을 연출해 직원에게 당혹감 및 불쾌감을 줘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한 뒤 올바른 대처를 하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평가한다. 응대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후배·동료들을 많이 보게 된다고 귀띔했다.  
 
수입차 브랜드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 응대 매뉴얼'이 강화되고 있다. 사진은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사장이 신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미스터리 쇼퍼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고객 응대 등에 문제가 있으면 거기에 대해 지적하고 개선을 하게 하는 등 불이익을 줘야하는데 매장 당직 근무를 제외시켜서 불이익을 받는 것은 '패널티' 치고는 너무 과하다는 것.
 
김수한(가명)씨는 최근 미스터리 쇼퍼를 통해 낮은 평가를 받으면서 큰 불이익을 받았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상당히 불쾌한 고객이 미스터리 쇼퍼였고, 나중에 알게 되면서 허탈함과 배신감을 느꼈다”면서 “영업사원도 감정 노동자로 꼭두각시처럼 항상 웃을 수만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미스터리 쇼퍼의 평가 결과 또한 바로 나오지 않고, 한달 넘게 걸린다”면서 “주변에서 두달 연속 낮은 점수를 받은 영업사원이 결국 한달 간 전시장 당번에 빠지면서 큰 불이익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수입차 영업사원에게 보통 한달에 4~5번씩 돌아오는 전시장 당번에서 빠질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김씨는 "특히 경력이 짧은 영업사원의 경우 기존 고객 데이터베이스(DB)가 부족하기 때문에 당직 제외는 자동차 판매를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 없는 '패널티'"라고 주장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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