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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문재인은 좋은데…
2017-01-24 13:58:12 2017-01-24 14:07:39
문재인은 좋은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안주 삼아 술자리에 오른 대선 얘기에 상대가 고개를 젓는다. 함께 자리한 지인들도 동의한다. 다른 자리의 다른 사람도 반응은 매한가지다. 문재인은 좋은데, 그 주위가 싫다며 아직 표심을 정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인용에 무게가 실리면서 화두는 조기 대통령선거로 집중되고 있다. 야권이 갈라진 상황에서 여권마저 분열하며 다음 대선은 다자 선거가 확실시된다. 반기문이라는 변수도 등장했다. 개헌을 매개로 이합집산을 도모하지만, 본질은 반박근혜·반문재인이다. 개헌은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하며, 청산해야 될 과거에는 패권주의로 가득 찬 박근혜와 문재인이 있다. 지지도 1위 주자를 박근혜와 묶고, 그 틈을 노려 공간을 넓혀야 하는 다른 주자들로서는 적절한 프레임이다. 개헌을 통한 미래 이미지도 채용할 수 있다.
 
문제는 야권, 심지어 민주당 내에서도 이 같은 프레임이 통용된다는 데 있다. 심지어 박원순마저 문재인을 촛불민심의 청산 대상으로 규정했다. 텃밭인 호남과 국민 정서에 퍼져있는 친문 패권주의를 자극하겠다는 의도다. 1등을 향한 공세는 당연하다. 다만, 그 수위가 도를 넘었다. 박원순의 조급함과 그를 부추기는 참모진의 어리숙한 전략이 자충수를 낳았다. 강직하고, 선하며, 깨끗한 박원순의 이미지만 상처를 입었다. 김두관의 실패도 반면교사로 삼지 못했다. 이재명의 외곽지원 단체인 손가락혁명군은 문재인이 민정수석 당시 삼성 X파일 특검 도입을 막았다는 이상호 기자의 주장을 SNS를 비롯한 온라인에서 적극 뒷받침하기로 결의했다고 한다. 문재인을 적으로 규정할 때, 적에 대한 적은 나의 아군이다.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 비난의 강도도 더해질 것이 틀림없다. 수위를 조절치 못하는 비방과 힐난은 승패가 결정된 이후에도 물리적 결합을 어렵게 한다. 심지어 감정의 허물을 벗지 못하고 상대당 후보를 돕는 일도 선거판에선 다반사다. 촛불로 얻은 정권교체의 동력을 야권 스스로 소진하는 자멸이 지금 민주당에서 자행되고 있다.
 
문재인도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자신을 둘러싼 참모진의 면면부터 지지세력의 날선 독설까지, 결국은 그의 몫이다. SNS와 팟캐스트에서는 이미 헐뜯기가 시작됐다. 욕설도 예사롭지 않게 내뱉는다. 사실과 논리로 무장했다고는 하나, 본질은 문재인은 선이며 이에 대한 반대는 악이다. 1등 주자로서의 포용과 존중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상처뿐인 승리를 가져온다고 해도 그 끝은 정치혐오증의 부활이다. 여야 모두 한패거리로 묶이면 본선 승리도 기약할 수 없다. 876월항쟁 끝의 어부지리를 우리는 이미 경험한 바 있다. 2017년 촛불항쟁 끝도 알 수가 없다. 자신할 때가 아니다.
 
극좌와 극우는 통한다. 극이 폭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학 원론 시간의 가르침이었다. 말도 폭력이다. 독이 있는 말은 결국 자신을 독사시킬 수도 있다. 문재인은 좋은데……. 뒷말의 함의가 오해 끝에 빚어진 왜곡이라 할지라도 이 또한 표심이다. 그 앞에 문재인이 서 있다.
 
김기성 산업1부장 kisung01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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