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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가혹한 개인회생 모럴해저드 논란
2017-02-20 18:22:50 2017-02-20 18:22:50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때아닌 개인회생 모럴해저드(moral hazard) 논란이 일고 있다. 개인회생을 신청한 채무자들이 추가 대출을 받아 그 금액까지 감면을 받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악성 채무자들은 이전 채무를 탕감받는데 만족하지 않고, 추가로 신규 대출을 받은 뒤 그것마저도 내지 않으려는 '얌체'로 낙인 찍혔다. 이런 배은망덕한 채무자들의 '모럴해저드' 탓에 저축은행 같은 제2금융권 회사의 건전성이 악화될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모럴 해저드 논란은 채무자들에게 가혹한 측면이 있다. 마치 채무자들이 의도적으로 법의 허점을 이용해서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애당초 금융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은 개인회생을 통해 원금을 일부 탕감받을 수 있다는 것만 알지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른다. 이런 내용은 대부분 법률 사무소의 직원이 알려준다. 개인회생 신청자는 그 직원이 알려주는 노하우를 따랐을 뿐이다. 단돈 십만원이 아쉬운 채무자는 그 유혹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개인회생을 위해 법무사 등을 찾으면 인지대와 서류발송비, 수수료 등을 포함해서 신청 비용만 100만원이 넘게 든다.
 
개인회생 제도의 구조적인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현행 개인회생 제도는 수입이 미미한 채무자가 이행하게 어렵게 설계됐다. 원래 개인회생 제도의 취지는 채무자의 수입만큼만 원리금을 받고 나머지는 탕감해줘 정상적인 경제생활로 빠르게 자활하게끔 구제해주자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그런데 이러한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채무자의 마지막 남은 고혈까지 쥐어짜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가령, 채무자의 배우자가 전업주부인데도 경제생활이 가능하다고 보고 매달 갚아야 할 변제금을 높게 설정한다든지, 담보대출이 있는 아파트도 재산목록에 포함시킨다든지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재산 보유규모나 경제 활동 가능자가 많아질 수록 변제금이 높아져 개인회생 졸업이 어려워진다. 장장 5년 동안 본인 수입 보다 많은 돈을 갚아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개인회생 규제는 돈이 많은 사람들이 주요 자금은 빼돌리고 개인회생 등으로 부채를 탕감 받으려는 편법을 막기 위한 방안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정말 어렵고 재정파탄으로 나락으로 떨어진 저신용 저소득 서민들에게는 넘기 힘든 개인회생 규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 개인회생 변제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줄여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지난해 11월 참여연대 및 민변 민생경제위와 공동으로 '채무자회생법 개정안'과 '채권추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현행 5년인 개인회생 변제기간을 3년으로 단축하고, 파산절차 폐지·종결 후에 채권자 등 관계인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한 면책을 허가해 신속한 면책결정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제는 채무자의 모럴해저드를 지적하가 보다는 이같은 문제를 야기한 구조적인 문제와 더불어 취약계층의 경제적 자활에 관한 측면으로 접근이 필요한 시기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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