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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알레르망의 은밀한 리콜이 남긴 것
2017-05-25 06:00:00 2017-05-25 06:00:00
[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리콜은 기업 입장에서 위기로 받아드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끔 리콜이 기업에 득이 되기도 하는 경우가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전제조건이 있다. 선제적이고 정직한 대응일 때이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알레르망의 '은밀한' 리콜은 기회를 놓쳤을 뿐 아니라 회사 성장에 치명적 독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본인의 판단이다. 
 
알레르망은 지난 2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토토(남아용) 일체형 낮잠 겹이불 세트'에 대한 리콜 명령을 받았다. 해당 제품에서 알러지성 염료 두 가지가 검출된 데 따른 것이다. '알러지 물질을 거르는 망'을 뜻하는 알레르망 제품에서 알러지 염료가 검출되자 아기엄마가 주된 소비자층에서는 실망과 분노를 나타냈다. 당시 모 육아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한 주부는 "내 아이에게 알러지 염료가 나온 제품을 덮였다니 죄를 지은 것 같다"며 자책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제는 아직까지도 리콜 소식을 접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리콜에 대한 알레르망 측의 미흡한 대응 때문이다. 국표원 발표 이후 알레르망은 일정 기간 이후에 생산된 제품에 한해 리콜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가 2시간 만에 해당 제품 전부 리콜로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홈페이지 내 공지사항에는 리콜이란 단어를 찾아볼 수 없도록 했다. 해당 게시판에서 제품명 관련 글을
클릭해야만 리콜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 놓았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팝업창을 통해 사과문과 리콜을 알리지만 알레르망은 이조차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본지의 잇단 문제제기 이후 24일에서야 팝업으로 사과했다. 리콜 처분 22일만이다. 국내 최고 배우인 김태희를 모델로 발탁해 공격적인 광고를 하면서 정작 소비자가 알아야 하는 것에 대해 소극적으로 나선 것은 소비자에 대한 배신 아닐까. 
 
언론을 대하는 자세도 대동소이했다. "소비자들도 가만히 있는데 왜 언론이 나서냐"며 적반하장격으로 목소리를 높인다. 소비자가 가만히 있는 데는 리콜에 대한 미흡한 공지 때문임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리고는  "더이상 언론대응을 하지 않겠다"며 취재 거부를 선언했다. 반성과 대책을 알리기는커녕 정보를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리콜이라면 부정적으로만 여기는 소비자 인식은 많이 개선됐다.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대규모 리콜로 이미 경험도 했다. 삼성전자는 문제가 된 배터리 부분만 리콜할 것이란 예측을 뒤엎고 사상 초유의 전체 제품 교환이란 결정을 내리면서 제품력과 이미지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이와 비교하면 알레르망의 사상 첫 리콜은 경험을 가치로 살리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김태희라는 톱 배우 안에 숨겨진 알레르망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을 뿐이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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