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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액티브ETF·ETF선물 등장이 터닝포인트…순자산 30조 넘어설까
두 달 연속 거래량 1조원 웃돌아…기관·개인 쌍끌이에 최고치 거듭 경신
2017-06-23 08:00:00 2017-06-23 08:00:00
[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량이 거듭 역대 최고 수준을 갈아치우는 등 열풍이 그칠 줄 모르고 있다. 국내 증시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면서 강세장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ETF로 자금이 몰렸고 다시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역레버리지 ETF 거래를 늘리면서다. 거래 ‘큰손’인 우정사업본부가 지난 4월 현·선물 차익거래를 재개하며 ETF 매매에 가세한 점도 ETF 거래량 증가로 이어졌다. ETF 시장 활성화 의지를 드러낸 금융당국이 기관의 ETF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있는데다 실제 기관들이 올해 추가로 대규모 자금집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도 우호적이다. 폭발적인 성장세가 감지되는 올해는 ‘터닝포인트’를 맞이할 전망이다. 이달 말 모습을 드러낼 액티브 ETF와 ETF 선물이 답보상태였던 국내 ETF 순자산가치를 30조원까지 끌어올릴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으로 기대되면서다.
 
22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 달(5월22일~6월21일) ETF 일평균거래대금은 1조1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 한 달(1조1946억원)에 이어 두 달 연속 1조원이 넘는 일평균거래량을 기록한 것으로 지난 4월(8237억원)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1월(6410억원)과 비교하면 80% 넘게 증가한 것으로 월 평균 기준 사상 최대치다. 전체 유가증권시장 거래량 대비 ETF 거래량 비중도 하루 평균 19.2%까지 올랐다. ETF 거래가 시작된 2002년 1.1%에 불과했던 코스피 대비 비중은 2004년(0.5%), 2006년(0.7%), 2008년(1.9%), 2010년(2.0%) 연속해 한자릿수에 그치다 2012년(11.3%) 10%대에 진입한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내 ETF 시장 성장은 지난해부터 예고됐다. 작년 말 ETF 순자산총액은 사상 처음 25조원을 넘어서며 전년대비 16.1% 증가했다. 지수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나 지수가 하락하면 수익을 내는 인버스 ETF와 같은 파생형 ETF들이 새롭게 등장하면서다.
 
현재 ETF 순자산총액은 전날 기준 25조823억원으로 한국거래소는 ETF 시장이 올해 그 어느 때보다 추가 확대될 여지가 높다고 말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코스닥지수, 고배당지수 ETF와 같은 다양한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 도입된 데 이어 올해는 액티브 ETF와 ETF 선물 출시를 앞둔 상황”이라며 “해외 상품라인업도 다양화하면 대폭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처음으로 국내 ETF 규모가 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하반기에는 기관들이 기대하고 있는 액티브 ETF 상장이 예정돼 있고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 등이 추가로 자금집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며 “ETF 선물 출시 효과까지 더해지면 ETF 거래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AUM 기준 30조원 돌파는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액티브 ETF란 지수 완전 복제를 목표로 하는 전통적 ETF가 아닌 매니저 재량에 따라 알파(초과수익)를 목표로 운용되는 ETF다. 한국 액티브 ETF는 지난해 5월 금융위원회의 ‘펀드상품 혁신방안’에서 언급된 이후 제도적 기반을 다져왔다. 기존 ETF처럼 PDF를 일일 공시하기 때문에 선행매매 이슈가 적은 채권형 액티브 ETF가 먼저 도입된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채권형 액티브 ETF를 통해 가파른 설정액 증가를 보이며 성공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미국의 상위 채권 액티브 ETF인 ‘MINT’와 ‘TOTL’의 설정액은 지난 1년 각각 58.8%, 38.9% 증가세를 기록했다.
 
국내 채권형 펀드 시장에서도 설정액 기준 대략 26%를 점유하는 ETF의 위상은 절대 낮지 않다. 설정액 상위 국내 채권형 펀드를 보면 KODEX 단기채권, KODEX 단기채권 PLUS, TIGER 단기통안채와 같은 ETF들로 국내 증시에서 채권형 ETF는 이미 효율적인 투자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채권형 액티브 ETF 투자환경은 어느 정도 우호적이란 얘기다.
 
향후 채권 액티브 ETF가 안착된다면 단기 채권 위주의 채권형 ETF 시장 판도도 뒤바꿀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채권형 펀드의 운용전략은 듀레이션 관리전략과 수익률 곡선 전략, 섹터배분 전략, 신용관리 전략 등으로 요약된다. 결론적으로 액티브 채권 ETF의 성공은 이런 전략의 유기적 활용과 초과수익 발생에 달렸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오는 26일 국내 최초 ETF 선물 상장 일정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거래소는 최근 KODEX 삼성그룹주와 TIGER 헬스케어, ARIRANG 고배당주 ETF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 선물 세 종목을 상장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ETF 투자자의 위험관리 수요를 충족시키고 ETF 현·선물시장 간 연계 거래를 활성화 시켜 시장의 질적 성장은 물론 양적 성장도 제고시킬 것이란 방침이다.  
 
한편 ETF가 원금손실 우려가 있는 펀드 상품이라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 운용결과에 따라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수익과 손실은 투자자에게 귀속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ETF 투자 유의사항을 소개했다. 먼저 ETF 선택시 어떤 종목들을 담고 있는지 ‘자산구성내역(PDF)’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금감원은 조언했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해당 ETF의 순자산가치(NAV)가 시장가격 보다 크다면 ‘저평가 상태’로 보면 된다는 얘기다. 또한 ETF도 주식처럼 거래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매수·매도시 중개 수수료를 내고, 운용보수·판매보수 등은 펀드자산에서 차감된다. 현재 거래되고 있는 전체 ETF의 비용은 최저 0.05%에서 최대 0.99%까지 차이가 난다. 비슷한 기초지수를 따라 움직이는 ETF라면 ‘추적오차’와 ‘괴리율’도 살펴보고 골라야 한다. ETF의 포트폴리오에 일부 종목을 편입하지 못하면 순자산가치(NAV)가 기초지수를 제대로 못따라가면서 ‘추적오차’가 발생한다. ETF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가 벌어지면서 ’괴리율‘도 나타난다. 거래시간 차이 등에 따라 일시적인 현상이 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간격이 크게 벌어진다면 해당 ETF는 피하는 게 좋다.
 
하루 지수 등락률의 2배 수준으로 움직이는 레버리지 ETF와 반대로 인버스ETF는 장기투자시 낭패를 볼 수 있는 상품이란 점도 명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1000포인트였던 기초지수가 다음날 25포인트 하락했다가 그 다음날 25포인트 상승했다면 지수 수익률은 ‘제로(0)’이지만 레버리지ETF 수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0.14%)상태가 된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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