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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아파트 허위광고' 입주 전 알수 있었다면 입주시부터 소멸시효 진행"
2017-07-23 09:00:00 2017-07-23 09: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아파트 분양시 분양업체가 허위광고를 한 경우 입주자들이 허위광고를 인식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면 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의 소멸시효 기산점은 소송 제기시가 아닌 입주시점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정모씨 등 경기도 파주 S아파트 입주자 84명이 군부대를 근린시설로 표시한 허위광고 책임을 물어 S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아파트 카탈로그 등 분양광고에는 부대 위치가 ‘근린공원’으로 표시돼 있었고, 분양광고문상의 예상 조감도나 온라인상의 조감도, 공사현장의 조형도에도 부대의 존재나 위치가 드러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가 아파트 입주자 모집공고시 유의사항으로 ‘인근 군부대의 훈련시 소음이 발생할 수 있으며, 군부대 협의내용에 따라 단지 내 화단형 진지 및 104동, 105동, 106동 일부에 시선차단벽이 설치될 수 있음’이라고 기재하면서 분양계약서에도 군부대와 관련해 같은 내용이 기재돼 있는 점, 아파트 분양계약자 중 일부는 2009년 5월19일과 6월16일에 아파트 인근에 군부대가 존재한다는 이유 등으로 분양계약을 취소한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우편을 발송한 점 등 또한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그렇다면 원고들은 늦어도 아파트 입주 무렵에는 분양광고문에 군부대 주둔지를 근린공원으로 허위표시함으로써 불법행위를 구성함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할 것이기 때문에, 그 무렵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봐야 한다”며 “그럼에도 이와는 달리 원고들의 1심 소송 제기 시점을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S사는 경기도 파주 S아파트 분양을 하면서 아파트에 인접한 군부대 주둔지를 근린공원 시설로 허위 표시했다. 그러나 부대는 아파트 단지 동쪽으로 왕복 4차선 도로 건너편 산에 위치해 있었고, 부대 정문은 아파트 정문으로부터 육안으로 약 300m 거리에 있었다. 부대 주요시설인 탄약고도 아파트 105동 우측면으로부터 불과 약 70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수분양자들은 2007년 5월~2008년 6월까지 S사와 분양 계약을 맺고 2008년 12월쯤 입주할 예정이었지만 공사 지연으로 2009년 4월에야 입주가 가능했다. 이에 S사는 입주 지체에 따른 지체보상금을 산정한 뒤 수분양자들이 지급해야 할 분양대금의 잔금에서 이를 공제하는 방법으로 정산했다.
 
이 과정에서 수분양자 중 252명은 2009년 10월 S사를 상대로 분양대금반환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1, 2심은 두 가지 청구를 모두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S사의 허위·과장 광고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만을 인정했고, 판결은 확정됐다.
 
이후 정씨 등이 2014년 12월23일 S사를 상대로 소송을 청구했으나 1심은 S사의 허위광고에 의한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원고들은 아파트 입주 무렵 또는 늦어도 다른 수분양자들이 제기한 소에서 피고의 허위·과장 광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1심 판결 선고일인 2011년 11월18일 무렵에는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했어야 했지만 이로부터 3년 지난 시점에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지나 배상을 받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원고들이 입주 무렵이나 다른 수분양자들이 제기한 1심 판결 선고일에 S사의 불법행위 사실을 알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정씨 등이 소송을 제기한 날 소멸시효가 중단된 것으로 판단하고 S사가 그때까지의 지체보상금 일부를 정씨 등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S사가 상고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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