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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반도체만 독주, 3개 계열사 구조조정 '적신호'
수주잔고 감소해 매출절벽 우려…경영내실 지표도 낙제점
2017-08-17 06:00:00 2017-08-17 06:00:00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삼성의 조선·플랜트 사업 부실이 지속되고 있다.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3사의 ‘매출절벽’과 경영내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룹사의 구조조정 현안을 해결하지 못한 채 삼성전자만 독주하는 불균형도 수년째 심화되고 있다.
 
최근 5년간 삼성 그룹사 전체 순이익은 감소 추세다. 2012년 약 30조원에서 지난해 16조원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그 사이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삼성전자만 승승장구해 그룹 순이익의 3/4(74%)를 책임지는 구조가 됐다. 계열사의 부진이 이같은 부실을 키웠다. 특히 수주산업 계열 3사가 여전한 숙제다. 올 들어 실적은 회복됐지만 수주감소로 매출이 줄면서 하반기 하락반전에 대한 우려가 상존한다. 상반기 말 기준 삼성물산의 수주잔고는 27조82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조5656억원 줄었다. 삼성중공업도 같은 기간 2조2859억원 줄어든 11조8238억원에 그쳤다. 삼성엔지니어링은 8조2996억원에서 4조3717억원으로 거의 절반 수준 감소했다. 수주잔고 부족은 거래처와의 협상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각사는 신규 수주도 부진해 향후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영내실도 적신호를 띠고 있다. 재무 안정성 지표인 유동비율은 상반기 말 기준 삼성물산이 86.7%, 삼성중공업 99.6%, 삼성엔지니어링 94.9%를 기록했다. 통상 100% 미만은 위험수위다.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삼성엔지니어링은 마이너스를, 나머지 2사는 1%대에 불과했다. ROE가 한 자릿수 미만인 수주기업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활동성 지표인 총자산회전율은 삼성물산이 29.7%, 삼성중공업 31.7%, 삼성엔지니어링 57.4%를 나타냈다. 기업이 성장 단계에 있으면 해당 지표는 상향된다. 전년 동기 대비 삼성중공업(30%에서)만 올랐고 삼성물산(33.4%), 삼성엔지니어링(61.9%)은 뒷걸음질 쳤다.
 
과거 구조조정 방안으로 시도했던 합병은 재추진이 요원한 상태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2014년 9월 합병을 시도했다가 주주 반대로 무산됐다. 1년여 지난 재시도도 결말은 흐지부지됐다. 삼성물산 합병 관련 뇌물죄 혐의 등 비판여론으로 재추진은 더욱 어렵게 됐다. 합병이 수월한 ‘원샷법’도 삼성은 활용이 쉽지 않다.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의 휴대전화에서 “어제 정의화 의장과 4명이 저녁 했는데 오늘 원샷법은 꼭 통과시키겠대요”라는 문자 수신이 확인돼 로비의혹이 불거졌다. 삼성 측은 “장 전 차장의 고등학교 동기가 들은 내용을 전달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계열사간 구조조정을 위해선 중재가 필요하지만, 삼성은 미전실 등 그룹 해체를 선언한 터다. 더욱이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 회장 역할을 부인하며 그룹 경영에도 관여하지 않는다고 법정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는 추후 주주총회 등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앞서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맡을 당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미전실 해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과잉설비 압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삼성물산 등 계열사가 제각기 독자적으로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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