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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적어도 안전한 식품 만들어 100년 장수기업 될 것"
가업 승계 3대 오상호 매일식품 대표…중소기업부 선정 '명문장수기업'
2017-09-24 10:18:43 2017-09-24 14:40:07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좋은 원료 가지고 안전한 식품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이익을 적게 갖고 가더라도 많은 소비자에게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공급하겠습니다." (오상호 매일식품 대표)
 
한국은 장수기업이 귀한 나라다. 독일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오랜 세월에 걸쳐 고객들로부터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근대화 과정을 압축적으로 겪은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의 역사가 대부분 짧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업력이 100년 이상인 우리나라 기업은 현재 8개밖에 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런데 장수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여의치 않은 면이 있다. 그간 재벌기업들을 중심으로 편법을 동원한 가업승계가 빈번했던 탓에 적법한 가업승계를 해온 장수기업 이야기마저 꺼내기가 쉽지 않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고자 중기부(이전 중소기업청)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2월부터 현재까지 명문장수기업 6곳을 지정했다. 명문장수기업은 45년 이상 업력의 중소기업 중 경제·사회적 기여, 연구개발, 일자리 창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선정되는, 일종의 정부 인증 기업이다. 이 자랑스런 이름에 최근 장류식품회사인 매일식품도 광신기계공업, 동아연필, 삼우금속공업, 코맥스, 피엔풍년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매일식품은 1945년 '김방 장유양조장'이라는 이름으로 김방 여사가 설립한 회사다.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도 고객들과 함께 고난의 시절을 겪어내며 지역사회에서 사랑받는 장수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명문장수기업 육성방안' 정책세미나에 발표자로 참여한 오상호 매일식품 대표(사진)는 "매일식품은 창업 때부터 자식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졌던 기업"이라며 "지역사회에서 '아, 그 할머니!'하고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인정해준다. 직원들에게도 여성 입장에서 접근하셨다는 게 지금까지 느껴진다"고 전했다.
 
오상호 매일식품 대표이사. 사진/매일식품
 
"듣도보도 못한 기업일 수 있다. 매일유업과는 전혀 관계없다"고 웃음을 지어보인 오 대표는 매일식품에 대해 현재 70명 수준의 직원을 지니고 있는 작지만 강한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장류와 기타 조미소재 및 소스류를 만드는 이 기업이 특이한 점은 저염화 조미기술과 관련한 특허를 무려 9개나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8건, 일본 1건인데 이들 기술이 연구소 연구원이 아닌 장을 만드는 직원들의 손에서 직접 나왔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전라남도 순천 소재의 기업이 국내 대기업말고도 대형 글로벌 기업들을 고객사로 여럿 두고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매일식품의 고객사로는 CJ, 오뚜기, 농협 하나로마트 등을 비롯해 코스트코, 아마존, 월마트, 생스베리, 로손에 이르기까지 국내외로 다양하다. 오 대표는 "제품이 담긴 유리병을 서울에 보내면 병이 깨지던 시절이 있었다"며 "그래서 우리는 소비자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B2B 시장, 니치시장에 집중했고 현재 그 분야에 대해서는 으뜸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업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대기업들에 높은 질의 상품을 낮은 원가에 공급하고자 애쓴 결과란 얘기다.
 
매일식품 증축 제2공장 전경. 사진/매일식품
 
또한 국내 장류시장의 성장세가 매년 5~10%씩 감소하는 가운데에서도 매일식품은 올해 15%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그 첫 번째 배경으로는 해외시장이 꼽힌다. 수년 전 납품을 하던 한 OEM회사가 망하면서 매출의 15% 정도가 빠졌을 때 매일식품은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해외시장에 집중했다. 매일식품은 내년에는 매출 성장률 20%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279억원, 올해 예상치는 310억원이다.
 
김방 여사 이후 오무 대표를 거쳐 현재 오상호 대표에 이르기까지 3대가 가업승계한 명실상부한 장수기업인 매일식품의 사훈은 '창의노력, 품질제일'이다. 이 사훈에 대해 오 대표는 "촌스럽긴 하지만 70년이 넘도록 존속기업으로 올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한국전쟁을 거쳐 IMF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각종 격변기를 거치는 중에도 근로자들과 함께 놓치 않았던 끈이 바로 이 사훈이란 설명이다. 전통의 장맛을 지키면서도 혁신을 게을리하지 않은 매일식품은 이제 직원들과는 소통을 넘어 교감으로, 시장은 국내에서 해외로, 상품분류에서는 장류에서 '한식의 맛'으로 기업 목표의식을 넓혀가며 100년 장수기업이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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