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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철강업계 지각변동…국내 기업들은 '눈치전략'
공급과잉에 맞서 인수합병…포스코·현대제철 어찌하나
2017-09-21 15:56:51 2017-09-21 16:00:20
[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글로벌 철강업계가 공급과잉 문제를 돌파할 방안으로 인수합병 전략을 택했다. 독일의 티센크루프와 인도 타타스틸이 유럽 사업을 합병하기로 하는 등 세계 철강업계가 몸집 키우기로 생존 전략을 찾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는 이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민하고 있다.
 
21일 외신과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독일 철강업체 티센크루프와 인도 타타스틸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유럽 사업을 합병하기로 합의했다. 양사는 이날 각각 50%씩 지분을 가진 조인트벤처 '티센크루프 타타스틸'을 설립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조인트벤처는 연간 2100만t의 철강 제품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에서 아르셀로미탈에 이어 생산능력 2위로 올라서게 된다. 합병은 유럽의 철강 과잉 문제를 해결하고, 저가로 수입되는 중국산 제품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각) 독일 티센크루프와 인도 타타스틸은 유럽사업을 합병하기로 합의했다. 양사 관계자들이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계 철강업계는 수요산업의 침체와 공급과잉 문제가 맞물리며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이 지난 7월 발표한 '세계 금융위기 이후 철강산업 M&A 동향과 전망'을 보면, 세계 철강업계의 잉여능력(조강 생산량에서 소비량을 뺀 수치)은 지난 2008년 이후 2배가량 증가했다. 잉여능력은 1995~2007년 평균 2.8억t 수준에서 2008~2016년 평균 5.6억t으로 2배 늘었다. 반면, 매출 규모는 줄었다. 세계 36개 철강사의 지난해 합산 매출액은 4억6100만달러로, 2008년 7억1400만달러 대비 35%가량 감소했다.
 
이에 글로벌 철강기업들은 생존전략으로 인수합병을 진행 중이다. 유럽에선 올해 6월 룩셈부르크의 아르셀로미탈이 이탈리아의 일바를 인수했다. 철강 생산량이 가장 많은 중국은 지난해 정부가 주도해 바오산강철그룹과 우한강철이 바오우강철그룹으로 합병했다. 세계 시장에서 아르셀로미탈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최근에는 허베이강철과 셔우두강철의 합병이 검토되고 있다. 일본도 세계 4위 철강사 신일철주금이 닛신제강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해 공급과잉에 대응하는 데 목적이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지역 경쟁사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자국 내수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키운 뒤, 동남아 시장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동남아에선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대상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국내 철강사들은 세계 철강업계의 인수합병 움직임을 지켜보며 지역별 경쟁 구도를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자국에서 경쟁력을 키운 중국와 일본 철강사들이 동남아로 진출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도 이에 대비한 경쟁력 강화와 대응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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