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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대신 재벌 사정 나선 경찰
한진 이어 삼성…총수일가 비리수사 확대 가능성
2017-10-18 18:13:35 2017-10-18 21:16:41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경찰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이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자택 리모델링 비리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사실상 검찰이 독점해왔던 재벌기업에 대한 사정이 경찰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청 수사국은 18일 회삿돈을 빼돌려 삼성가 자택 리모델링비로 사용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삼성물산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회장일가 자택을 관리하는 한남동 사무실을 설치해 주택 리모델링비와 하자보수 공사 비용 수십억원을 법인 비용으로 대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8월 한남동 자택 관리사무소를 압수수색해 회계장부와 PC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번에 압수한 자료를 분석한 뒤 관련자를 소환 조사 할 방침이다.
 
경찰의 이번 수사가 간단치 않아 보이는 이유는 인테리어 업체에 지급된 돈의 성격 때문이다. 경찰은 삼성일가 자택 공사를 하는 인테리어업체에 지급된 대금이 삼성물산에서 차명계좌를 통해 발행한 수표인 점에 주목해 수사를 진행해왔다. 계좌 추적 등으로 자금의 실소유자가 드러나면 삼성가에 대한 수사로 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조 회장에 대한 수사에 바로 이은 수사라는 점에서 재벌기업에 대한 경찰의 대대적 사정이 시작된 것으로도 해석된다.
 
경찰은 지난 16일 조 회장과 시설담당 전무 조모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 회장 등은 2013년 5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조 회장 부부소유 평창동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용 총 70억원 가운데 30억원을 같은 시기에 진행하던 영종도 H2호텔(현 그랜드하얏트인천) 공사비용으로 전가한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전날 “혐의 입증을 위한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며 영장 신청을 반려했다. 경찰로서는 체면을 구긴 셈이지만 오히려 검찰이 신중한 입장이다. 검·경 개혁과 맞물려 수사권 갈등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조 회장 등에 대한 영장 신청을 반려한 것에 대해 “혐의 입증을 위한 보완이 필요해 재지휘한 것이다. 오해 소지 있어 말하면 수사 잘못됐다는 취지가 아니다. 잘해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이 적폐청산 사건 수사에 대거 투입되면서 그 공백을 경찰이 메우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위 검찰 관계자는 “수사 검사 인원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지금도 국정원이나 정부 관계부처에서 수사의뢰가 이어지고 있다”며 “과거처럼 정권이 바뀌면 으레 진행되는 대기업 사정은 사실상 힘들다”고 말했다.
 
이날 검찰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국정원 여론조작 등 적폐사건을 수사 중인 검사들을 충원해 25명 이상까지 늘렸다. 수사팀도 ‘국정원 수사팀’으로 정식 명칭을 부여하고 박찬호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 팀장을 맡았다. 일부 수사는 마무리 수순이지만 좌익효수 사건 등 검찰로 넘어 올 사건들이 아직 산재해 있어 수사팀 확대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삼성물산 회장일가의 자택 공사비용 수십억 원을 법인비용으로 대납한 혐의로 삼성물산 건설부문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18일 오전 경기 성남 판교 삼성전자 건설부문 본사가 있는 알파돔시티 2동 전경 모습.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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