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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초대형 IB, 당국은 초심잃지 말아야
2017-11-16 08:00:00 2017-11-16 08:00:00
“초대형 IB 연내 결정은 어려울 거라고들 하더니 갑자기 선정이 이루어지네요. 혼란스러운게 사실입니다.”
 
최근 만난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의 말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정례회의를 열고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지정안을 승인하는 한편 한국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을 인가했다.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어음을 조달할 수 있는 단기금융업 시장은 한국투자증권이 선점할 수 있게 됐고 나머지 4개사는 초대형 IB 지정으로 인해 기업에 대한 환전 업무가 가능해졌다.
 
이로써 몇 개월을 끌어온 초대형 IB의 도입은 일단락 됐다. 단기금융업 인가가 나지 않은 4개사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 심사가 완료된 이후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것이 당국 입장이다.
 
하지만 초대형 IB 사업자 결정을 놓고 벌어진 일련의 과정에 대해 업계가 느낀 당혹스러움은 적지 않다.
 
금융위가 초대형 IB 육성방안을 처음 내놓은 것은 지난해 8월이다. 당시 금융위는 규제 완화와 지원을 통해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의 초대형 IB 출현을 기대하면서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규모가 2017년 3월 중 확정되는 만큼 2017년 2분기부터 시행에 들어갈 계획임을 밝혔다. 이에 주요 증권사들은 인수합병과 유상증자를 통해 몸집불리기에 나섰고 결국 5개 증권사가 자기자본 4조원을 넘기면서 선정 요건을 충족시켰다.
 
하지만 초대형 IB의 선정 일정은 이후 엿가락처럼 늘어지기 시작했다. 올해 7월 5개 증권사는 금융위에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8월 심사를 거쳐 9월 인가를 실시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인가안 심사는 10월로 연기됐고, 국정감사와 맞물리면서 11월로 또다시 밀려났다. 이런 가운데 국감에서는 특혜 시비가 제기됐다. 은행보다 자본 건전성 규제가 완화됐다는 지적에 대해 금융당국은 심사를 엄격히 하겠다며 또다시 불안감을 안겨줬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올해 안에 심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어갔다. 출범이 유야무야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섟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같은 우여곡절 끝에 한국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가 결정되면서 시장의 우려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반쪽짜리’ 출범이라는 오명 속에 이번에 인가를 받지 못한 4개 증권사는 심사 일정 재개를 마냥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당국이 언제쯤 심사에 들어갈지도 분명치 않다.
 
은행권의 견제도 부담이다. 은행연합회는 금융위 정례회의를 며칠 앞둔 지난 9일 초대형 IB의 발행어음 인가 추진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초대형 IB들이 발행어음 업무를 하게 되면 단기대출업무에 치중하고, 은행의 기업대출 영역을 침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핵심 사업이라고 자평했던 초대형 IB를 놓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정권이 바뀌면서 우선 순위에서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불러오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판 골드만삭스’ 시대를 열어 대한민국의 금융투자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한 곳이라도 선정됐으니 다행입니다. 정말 잘 되는 모습 보여서 초대형 IB의 필요성을 입증해주길 바랍니다."
 
증권사 관계자는 이 말도 잊지 않았다. 당국도 같은 심정이길 바란다.
 
손정협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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