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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박주원 그리고 추재엽, 이상재
2017-12-11 06:00:00 2017-12-11 06:00:00
박주원 전 최고위원의 ‘DJ비자금’ 제보 의혹 건과 관련해 국민의당이 풍비박산이 난 분위기다.
 
지금 재조명 받고 있는 것은 박주원 전 최고위원의 이력이다. 인구 70만이 넘는 경기도 안산의 시장을 지냈고 국회의원 후보도 지낸 박 전 최고위원은 검사 출신이 수두룩한 정치권에서 보기 드문 검찰 수사관 출신이다. 전북에서 태어나 소위 명문학교를 졸업하지도 못했다. 검찰 말단 직원으로 공직에 입문, 여러 지검 특수부와 대검 중수부에서 수사관을 하다가 퇴직한 것.
 
입지전적 인물이라 볼 수 있지만 검찰 수사관 생활을 할 때도, 퇴직하고 한나라당 안산 시장 공천을 받을 때도 ‘정보의 힘’이라는 말이 적지 않았다. 이번 파장은 어찌 보면 그 부메랑인 것.
 
박주원 전 최고위원이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지만 비슷한 사람이 이전에 없진 않았다.
 
보안사 대공수사관 출신의 추재엽 전 양천구청장. 그는 서울공고를 졸업하고 보안사에서 군생활을 하다 중사로 전역하고도 한 동안 보안사 대공수사관으로 일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4당체제가 성립하는 와중에 신민주공화당 당료료 변신해 서울시의회 전문위원, 국회정책전문연구위원, 한나라당 부대변인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리고 양천구에서 세 차례나 구청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그도 말로가 좋지 않았다. 공직선거법 위반과 무고 위증으로 1년 3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으며 직을 상실한 것. 추 전 구청장이 보안사에 근무할 당시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 등을 고문했다는 내용이 담긴 공개질의서와 보도자료, 성명서 등을 공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추 전 구청장의 부침도 매우 드라마틱하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그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민주당 공천을 받은 이제학 후보에게 패했다. 그런데 이제학 후보가 “추재엽이 신영복 선생 등 여러 사람을 고문했다”고 주장한 것이 허위사실로 판명, 직을 상실해 보궐선거가 벌어졌고 그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다시 출마, 3선에 성공한 것.
 
하지만 신영복을 고문하지 않았을 뿐 다른 사람들을 고문한 것, 그리고 자신의 고문 전력을 폭로한 사람을 간첩으로 모략한 것 등이 결국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았다.
 
역시 보안사 출신 이상재 전 의원도 보탤만한 케이스다. 공주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 전 의원은 보안사에서 줄곧 군생활을 했다.
 
장교로 임관하진 않았지만 준위까지 승진했고 12.12 직전에는 보안사 대공처 공작과 남영동 분실장으로 근무했다. 12.12 이후에는 전두환이 이끄는 합동수사본부의 언론대책반장으로 일하며 언론사 통폐합, 언론인 해직을 좌지우지했고 언론인을 회유하여 신군부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비밀공작, 이른바 ‘K 공작’을 주도한 것.
 
제대 후에는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거쳐 1981년에는 민정당 사무처장으로 임명됐다. 1985년엔 전국구로 국회에 진출했다. 하나회 출신 못잖은 출세가도였다. 13대 총선에선 낙선했지만 14대에선 무소속으로 출마해 검사장 출신 민자당 현역 의원을 꺾고 자신이 민자당에 입당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15, 16대 총선에선 연달아 낙선하고 정치권에서 사라졌다.
 
세 사람 다 실무자였지만 ‘조직’에선 높은 평가를 받았고 정치권에 들어와서도 부족한 배경을 벌충할 저력을 발휘했다. 출신과 학벌이 한미하고 하위직으로 입직한 후배들에겐 롤모델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이들은 앞장서서 자기 손에 피를 묻히면서 출세한 인물들이다. 게다가 조직을 떠난 후에도 자기 손에 묻은 피, 피를 보는 노하우를 발판으로 삼았다. 애초에 말로와 평가가 좋을래야 좋을 수가 없었다.
 
흙수저 분투기, 출세기를 이렇게 짚어보니 개인적으론 분노보다 씁쓸함이 더 앞서기도 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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