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허브 한국' 만들기 중심에 서겠습니다"
(스타트업리포트)김정빈 테이스팅앨범 대표
"와인은 글로벌하게 공유할 수 있는 문화코드"
"이제 감성 필요한 사회…와인을 문화로 바라봐야"
입력 : 2018-01-12 06:00:00 수정 : 2018-01-12 06:00:00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한국이 와인허브가 되는데 테이스팅앨범이 중심에 서겠습니다." 지난 4일 만난 김정빈 테이스팅앨범 대표는 회사의 비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테이스팅앨범은 일종의 와인 인스타그램으로 2015년 11월 법인을 설립해 올해 3년차를 맞이한 스타트업이다. 스마트폰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안에는 자신이 마신 와인을 별점 등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능과 해당 와인에 대한 대중의 평가를 자신의 평가와 비교할 수 있는 기능 등이 구현돼 있다. 와인 사진을 찍고 지인들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다. 특히 누적된 와인 관련 데이터를 통해 테이스팅앨범은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와인을 추천해준다. 김 대표는 와인 분석 추천 기능을 강조하면서 "나만의 인공지능 와인 소믈리에를 꿈꾼다"라고 했다.

김 대표는 법인 설립 후 10개월 개발 끝에 2016년 10월 테이스팅앨범 베타버전을 출시할 수 있었다. 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등 고도화된 기술이 요구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개발에만 1억원 넘게 들었다. 현재 페이스북 팔로우는 3800명가량이고,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은 사용자는 8000여명으로 1만명을 향해 가고 있다. 와인 라벨을 인식해 제품 정보를 불러올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에는 국내 최대인 13만개 와인(위스키 포함)의 품종, 맛, 산지 등의 정보가 데이터 베이스로 축적돼 있다.
 
성형외과 원장 출신이기도 한 김 대표는 잘 나갈 때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기도 했다. 고소득 전문직을 그만두고 창업을 한 데에는 취미로 시작했던 와인 관련 일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와인의 매력에 빠지게 된 뒤에는 국제 와인 전문가 인증과정인 WSET 1, 2 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취미로 시작한 일이 사업으로 연결됐다"며 "평소 즐거움을 느끼는 취향과 관련된 일을 창업으로 발전시키면 어떤 어려움이 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조언했다.
 
테이스팅앨범은 온라인 주류 거래인 주류통신판매업이 현행법상 불법으로 규정돼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대표는 이와 관련 스타트업계 현안으로 꼽히는 규제 개혁 등에 대해서 올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김 대표는 창업 만 2년이 지난 지금 최대 성과를 묻는 질문에 "사업의 방향 설정만큼은 제대로 했다는 확신이 든다"며 "와인은 글로벌하게 공유할 수 있는 문화코드"라고 말했다.
 
창업한 결심한 이유는.
 
술을 즐겨 마신다. 창업 동료인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다 떠올랐던 고민이 창업 아이템으로 연결됐다. 어떤 술인지 맞히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었는데, 메뉴판에 술과 관련된 정보가 없었다. 종업원을 불러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관련 지식이 없고 교육을 받지 않은 종업원이라면 사실 잘 모른다. 소비자는 일일이 포털에서 검색해야 한다. 와인을 마시고 싶어도 와인 종류가 너무 많아서, 정보가 부족해서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몰라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직접 취향을 알려주고 싶어 취미로 시작한 일이 사업까지 이어졌다.
 
테이스팅앨범은 어떤 회사인가.
 
2015년 11월 법인을 설립했다. 준비는 2015년 6월부터 했다. 2016년 10월쯤 애플리케이션 베타버전이 나왔다.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투자도 받고 있다. 페이스북 팔로워는 3800명 정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공격적으로 운영하거나 따로 마케팅은 하지 않는다. 알음알음 오시는 분들이 그 정도 규모다. 애플리케이션 사용자는 8000명 다운로드를 돌파해서 1만명을 향해서 간다. 애플리케이션 기반 서비스가 메인이다. 와인과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재가공해서 내놓는다. 인공지능 소믈리에를 꿈꾸는 회사다.
 
애플리케이션은 어떤 기능을 담고 있나.
 
와인 맛을 평가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취향에 맞는 와인을 추천해주는 등 기본 틀이 애플리케이션에 구현돼 있다. 와인을 마시면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와인 사진을 올리는 등 와인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맛은 별점과 함께 오각형으로 평가된다. 빨간색 오각형은 글을 올린 사람이 평가한 것이고, 회색 오각형은 해당 와인을 마셨던 사람이 평균적으로 평가한 값이다. 대중의 분석과 자신의 취향을 비교할 수 있다. '좋아요', 댓글, 본문 작성 기능이 있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와인을 '위시리스트'에 담을 수 있다.
 
가장 좋은 기능은 '추천' 기능이다. 마이페이지에는 와인을 마시면서 기록했던 와인 정보들이 쌓인다. 와인뿐만 아니라 위스키 정보도 누적이 가능하다. 몇 병을 마시고 맛에 대해 어떻게 평가했는지 등 기록이 남는다. 많이 마셨던 와인 생산국이 어딘지도 알 수 있다. 자신의 취향을 분석해 알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인공지능 기반인데.
 
와인 관련 각종 분석을 기반으로 맞춤 추천 탭을 활용할 수 있다. 예상 별점이 높은 것 위주로 랜덤으로 바꿔 가면서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결국 데이터가 쌓이면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좀 더 정확하게 자신의 취향에 맞게 안 마셔본 와인을 추천받을 수 있게 된다. 데이터 기반으로 상황에 맞는 응용이 가능하다. 크리스마스에 애인과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간다고 가정하면 그 상황에 적합하고 취향을 고려한 와인을 추천받을 수 있다. 와인이 레스토랑에 있지만, 소믈리에가 없고, 메뉴판에 단 몇 줄에 불과한 와인 관련 정보에도 힘들이지 않고 와인을 추천받을 수 있다.

창업 3년째 가장 큰 성과는.
 
와인 관련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주변에서 굉장히 문의가 많다. 거창하게 창업해서 확장을 계획하고 시작한 일은 아니다. 와인을 직접 즐기는 소비자 입장에서 불편함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다.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많았다는 걸 알게 됐다. 자신이 마실 와인을 선택하는 문제부터 와인을 선물하고 싶을 때 뭐를 선물해야하는지 등의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럴 때마다 최소한 사업의 방향 설정만큼은 제대로 했다는 생각이 든다. 꼭 필요한 분야라는 확신이 든다. 소비자한테 필요한 분야라는 확신을 가지니까 일이 더 즐겁다.
 
김정빈 대표가 스마트폰에서 '테이스팅앨범'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한 모습. 사진=테이스팅앨범  
 
사업 확장 가능성은 어떤가.
 
테이스팅앨범은 취향을 소비하니까 가능한 서비스다. 취향을 소비하는 여러 가지 산업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테이스팅앨범은 종류가 많고 선택이 어려운, 아주 복잡한 와인이라는 분야를 택했는데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된다면 음식·옷 등 취향을 소비하는 제품에 비슷한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

비즈니스모델은 무엇인가.
 
좋아하는 와인을 소비자가 아닌 테이스팅앨범이 스스로 파악해서, 딱 맞는 와인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생각했다. '와인 맞춤 박스 배송'이다. 와인 관련 취향 데이터가 쌓이게 되면 해당 소비자 입맛에 맞는 와인을 더 정확하게 추천할 수 있다. 정확도를 높인 데이터로 취향을 분석한 뒤 월 정액제로 금액대를 다르게 설정해 상품을 구성해 판매할 수 있다. 월 5만원, 10만원, 20만원 등 상품에 가입하면 알아서 와인 맞춤 박스에 담아 주기적으로 입맛에 맞는 와인을 배송해주는 것이다. 와인은 취향 소비이므로 주기적으로 계속 소비한다. 주기적으로 마시고 선물한다. 이런 서비스가 와인 애호가 사이에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라 판단했다.
 
그런데 애플리케이션 출시 이후 비즈니스 모델을 론칭하고자 했지만 처음부터 막혔다. 일단 주류통신판매가 불법이라는 걸 알았다. 현행법상 주류는 반드시 대면 거래해야한다. 직접 얼굴을 맞대고 결제해야하는 것이다. 주류통신판매는 영국, 일본, 미국 25개주 모두 합법이다. 주류통신판매 불법 규정의 목적은 국민 건강을 지키고, 청소년들이 무분별하게 인터넷 주문을 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함이라고 한다. 유해하다면 성인 인증 등으로 해결할 일이지, 원천 차단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런 식의 발상은 산업 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또 전통주는 주류통신판매가 합법이다. 전통주 생산자 중 국가 허가를 받은 자들은 인터넷에서 전통주를 팔 수 있다. 국가산업 육성 차원인데, 주류 전반은 통신판매를 막고 일부 항목은 허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잘못된 법이다.
 
올해 계획은 무엇인가.
 
데이터 축적이다. 애플리케이션 사용자가 늘어나야 많은 데이터가 쌓이고 분석할 것들이 늘어난다. 고도화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기 전에 많은 수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국내 최대의 와인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려고 노력 중이다. 수익사업 모델인 와인까페나 와인온라인판매는 장기적으로 보고 있다.

테이스팅앨범의 비전은.
 
와인은 글로벌하게 공유할 수 있는 문화코드다. 공통된 코드를 국내서도 누릴 수 있도록 해야한다. 홍콩은 와인산지가 아님에도 세금 등의 행정 개혁으로 제일의 와인 허브로 자리를 잡았다. 한국도 규제 완화를 통해서 와인 허브로 새롭게 자리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그 중심에 테이스팅앨범이 서는 게 꿈이다.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창업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창업을 일로 생각하지 말고 잘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을 확장한다는 시각을 가져야한다. 평소 즐기고 즐거움을 느끼는 취향과 관련된 것을 창업으로 발전시키면 어떤 어려움이 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끝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성보다 감성을 강조하는 토양이 필요한 사회가 됐다. 이런 면에서 한국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와인 산업도 문화로 접근해야 한다. 와인 산업을 규제 대상으로 폐쇄적으로 바라볼 게 아니라 개방적으로 접근해 산업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 외국인도 우리나라에서 와인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고 국내서도 와인을 즐기는 문화 기반이 자리 잡아야 한다. 그래야 술도 맛, 취향 관련 소비시장 등 여러 가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와인을 통해 세수를 늘려 외화 유입도 가능해진다. 와인은 술이고, 건강에 해로워 규제해야 한다는 식의 태도는 아쉽다.
 
김정빈 테이스팅앨범 대표. 사진=테이스팅앨범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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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우찬

중소벤처기업부, 중기 가전 등을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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