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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협치 없인 개헌도 없다
2018-01-12 06:00:00 2018-01-14 14:14:58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6월 개헌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며 국회에 책임 있는 개헌 합의를 주문했다. 선호하는 개헌 방식으로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꼽았다. 3월 중 개헌안이 발의되지 않으면 정부가 나서겠다며 구체적인 개헌 스케줄까지 제시했다.
 
과거 개헌 논의는 대부분 정권 임기 말에 시작됐다. 대통령은 힘이 빠지고, 차기 유력주자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에서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시기 면에서는 정권 초인 지금이 개헌 적기임에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문 대통령이 내놓은 개헌 일정은 여권의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다. 국회를 향한 문 대통령의 개헌 압박은 오히려 정치권의 반발만 샀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좌파 사회주의 경제체제로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개헌에 대한 인식이 매우 우려된다”고 했다.
 
야당이 잘하고 있다는 건 아니다. 여야를 떠나 지난 대선 공약으로 모두가 개헌을 내걸었다. 개헌 찬성 여론도 많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한 건 입맛에 맞는 개헌안을 관철하려는 여당과 시간만 끌려는 야당이 만든 합작품이다.
 
권력구조 개편 방향으로 문 대통령이 제시한 ‘대통령 4년 중임제’는 여야 모두 반대하지 않던 내용이다. 하지만 좌우 이념이 충돌할 수 있는 민감한 문제가 개헌 논의에 섞여들어 가면서 대치가 장기화하고 있다.
 
개헌을 지방선거에 이용하려는 당리당략도 문제다. 여당은 찬성 여론을 등에 업고 개헌을 밀어붙이는 중이다. 야당이 반대하면 투표가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설득노력은 하지 않는다. 사실은 개헌투표가 6월에 이뤄지든 말든 개헌으로 민심을 얻어 보려는 꼼수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반대로 야당은 6월에 개헌투표를 하게 되면 당연히 개헌을 주도해 온 여당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 투표율이 올라가는 것도 부담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이것저것 트집을 잡아 개헌 시기를 늦추는 데 안간힘을 쏟는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현재 재적의원 297명 중 3분의 2(198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116석인 한국당만 반대해도 개헌안 처리는 무산된다. 이런 상황에서 진짜 개헌을 하려면 협치 밖엔 길이 없다.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에 높은 점수를 받고 있으나, 협치는 그렇지 못하다. 신년회견에서 모든 질문에 조목조목 답하면서도 ‘영수회담’ 추진 의사를 묻는 질문을 애써 외면한 게 그 단면이다. 불통의 대명사가 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시절 제1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의 영수회담 제안에 응한 바 있다.
 
대통령이 아무리 힘 있고 지지율이 높아도 야당의 협조 없이는 개헌도 없다. 많지 않은 시간이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국민들에 그랬던 것처럼 야당에도 먼저 다가가 손을 내미는 대통령의 모습을 기대한다.
 
김의중 국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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