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촉각이상
(의학전문기자단)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입력 : 2018-01-13 09:00:00 수정 : 2018-01-13 09:00:00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을 경험하면서 다치고도 울지 않는 아이를 보고는 깜짝 놀란 경험이 있다. 다쳐서 살이 찢어져 피가 나는데도 아이는 자신의 그런 모습을 멀뚱멀뚱 바라만 보다가 다른 관심사로 자연스레 몰입해갔다. 말을 못하는 아이라서 표현을 못하는가 싶었는데 나중에 경험해보니 아이의 촉각과 통각 모두 과둔한 상태였던 것이다. 아이는 바쁘게 움직이며 자주 책상 모서리에 부딪쳐 신체 여기저기 멍이 들어도 아프다는 표현 한 번 없었다. 정확하게는 촉각과 통각이 너무 둔해서 외부 자극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정반대의 아이들도 흔했다. 자폐증 아동의 상당수는 촉각에서 과민성 반응을 보인다. 가장 흔하게는 옷을 입은 후 라벨이 목 부위를 자극하는 것을 참지 못해 옷을 벗어버리거나 라벨을 제거한다. 또 양말이나 옷에 있는 솔기의 미세한 자극을 견디지 못해 양말 착용 자체를 고통으로 느끼는 경우도 있다.
 
감각의 과둔형과 과민형이 단일한 형태로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혼재된 아이들도 흔했다. 어떤 아이는 병원에서 주사를 맞아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통증이나 공포가 없는데, 얼굴을 감싸 앉거나 볼에 스킨십을 하는 행위는 견디기 힘들어했다. 체간부의 감각은 과둔하지만 안면 부위의 감각은 과민형으로 혼재된 복합형이다.
 
자폐 아동들의 이상행동으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행위가 신체 자해행동이다. 대표적으로는 흥분 시 자신의 머리를 때리거나 자신의 손등을 물어뜯는 행동이 많다. 이런 경우는 해당 부위 감각이 매우 과둔한 상태이기에 자기자극으로 활성화를 시도하는 경우였다. 이런 행동은 단순하게 말린다고 해결되는 행동들이 아니다. 자폐증 아동의 감각상의 이상상태를 해결해주면 자연스레 교정되는 행동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에 존재하는 촉각·통각 이상은 아동들의 사회성발달을 심각하게 저해한다. 촉각은 자신의 경계를 인식하는 출발점이다. 그런 이유로 자아를 형성시키는 가장 원시적인 감각이다. 그러므로 촉각이 과둔한 경우는 자아 인식과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지 못한다. 심하게는 거울 속 자기 자신을 보고도 누군지 모르는 상태도 나타난다. 과민형의 경우는 타인과의 신체 접촉 자체를 힘들어하며 사람을 기피하는 현상을 보인다. 또한 심각하게 과민한 촉각 자극이 입력되는 순간에는 타 감각에 주의집중을 돌리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촉각의 민감성과 싸우느라 다른 감각적 경험이 원천적으로 차단당하기도 한다.
 
자폐증 아동에서 나타나는 촉각의 이상상태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아동은 자기 인식과 자기 성찰이 불가능해지고 사회성발달도 불가능해진다. 몸이 가려워서 엄마와 대화를 기피하는 어린아이가 있다면 당연히 대화를 강요하기보다는 가려움을 진정시키는 것이 문제 해결 방법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감각이상 역시 동일한 문제이며 이에 따라 동일한 해법이 필요하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현)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현)토마토아동발달연구소 자문의
- (전)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전)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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