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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 아빠 육아휴직이 정착되려면
2018-02-09 06:00:00 2018-02-09 06:00:00
최근 고용노동부는 민간기업의 남성 육아휴직자가 작년 말 기준으로 1만2043명으로, 1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남성 육아휴직자가 1만명이 넘기까지 지난 1995년 아빠 육아휴직제가 도입된 이래 무려 22년이 걸렸다.
 
육아휴직은 근로자가 고용된 상태를 유지하면서 일정 연령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하여 신청, 사용하는 휴직을 말한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에 근거하고 있다. 고용부는 남성 육아휴직자의 증가 이유로 일·가정 양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육아휴직에 따른 소득 감소를 보전하는 조치를 강화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과연 그럴까. 필자가 만난 중소기업 직원들은 마치 ‘딴 세상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헛웃음만 터뜨렸다.
 
“마음 같아서는 3개월 정도 육아휴직을 회사에 신청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럴 수 없습니다. 요즘은 회사에 잘 다녀도 짤리는 판에 아이 키우겠다고 대놓고 휴직을 하겠다면 좋아하는 상사가 누가 있겠습니까. 휴가를 받았어도 집에서 편히 아이를 돌 볼 수 없을 겁니다”
최근 아이를 출산한 한 중소기업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육아휴직은 커녕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출산휴가 3일도 다 못썼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아빠 육아휴직을 쓰도록 법과 시행령을 개정하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공무원 같이 직업이 보장되어 있는 공공부문에서는 육아휴직 신청자가 증가 하고 있는 반면 민간 영역에서는 아직도 머나먼 길을 가야한다. 특히 직원 100인 이하의 중소기업에서는 ‘그림의 떡’ 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국가직 공무원의 아빠 휴직사용률은 해마다 두자릿수 비율로 늘고 있다. 2016년 18.95%(1528명), 2015년 15.9%(1269명), 2014년 14.5%(1100명), 2013년 13.2%(928명), 2012년 11.3%(756명)의 증가율을 보였다. 지방직 공무원들도 지난해의 경우 전체 공무원의 10.6%가 남성 육아휴직을 사용했으며 공공기관은 8.3%, 교사는 5.02%의 남성 육아 휴직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일반인들보다 공무원과 교사들은 이중삼중의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 이외에도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임용령,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사학연금법 등에 남성 육아휴직을 명문화하고 있다. 현행 아빠휴직 보너스제 상한액은 첫 아이의 경우 150만원, 둘째아이부터 200만원을 지급하고 있으나, 올 7월부터는 모든 자녀에 대해 상한액이 200만원으로 상향조정된다. 기존에 자녀를 두고 있는 공무원들도 혜택을 받을수 있도록 소급적용, 특혜를 주고 있다.
 
민간기업에서 남성 육아휴직이 증가하려면 정부의 홍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아빠 휴직이 보편화되어 있는 독일 등 유럽과 다른 사회적 환경에 있는 우리나라의 아빠들에게 캠페인만으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의 경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성 육아휴직제를 도입한 롯데는 남성직원들이 배우자가 출산하면 최소 1개월 이상 의무적으로 사용토록했다. 그 결과 지난해 아빠 휴직자는 1100여명에 달했다. 이런 기업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길 밖에 다른 뾰족한 수가 없는 것 같다.
 
권순철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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