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리걸테크 스타트업, 수년 내 100개 이상 생길 것"
"유렉스, 순수 우리기술로 개발…법·컴퓨터 궁합 잘 맞아"
"변호사법 융통성 있게 개선되면 시장 완전히 열릴 것"
입력 : 2018-03-07 06:00:00 수정 : 2018-03-07 06:00:00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인텔리콘의 인공지능(AI) 법률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도입하기로 했다. 자연어처리와 법률추론을 특징으로 하는 일종의 검색시스템인 '유렉스'는 판례와 법령 등을 빠르게 검색해 유기체처럼 서로 간의 연관성을 보여준다. 김대희 대륙아주 대표 변호사는 "수준 높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변호사와 AI 전문가로 구성된 인텔리콘은 여러 법률 AI 서비스를 개발한 국내기업이다. 지난 2016년부터 2년 연속 톰슨로이터 후원 세계 법률 AI 경진대회에서 우승했다. 개발자이자 변호사인 임영익(48·사법연수원 41기) 인텔리콘 대표를 만나 인공지능과 정보통신 기술을 법률에 접목한 '리걸 테크(Legal tech)'에 관해 물었다 (편집자주).
 
인텔리콘 대표인 임영익 변호사는 "새로운 법률 세계에서는 인공지능의 판도를 읽고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유리하다"며 "관심을 두고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인텔리콘
 
 
 
왜 인공지능에 관심을 두게 됐나.
 
우리나라 법률은 독특한 고유지식이라 미국이 들어올 수 없고, 시장은 작지만 거대한 자본과 기술을 피해 경쟁할만하다는 막연한 생각에서 시작했다. 법이야말로 컴퓨터와 궁합이 잘 맞는다는 게 느껴져 사업으로 구체화했다. 학부 시절에는 생명 과학을 전공한 뒤, 미국에서는 뇌 인지 과정에 대한 수학적 원리 등을 다루는 분야를 잠시 공부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법령과 판례를 찾아주는 서비스는 기존에도 존재했다. 인텔리콘만의 차별적인 요소는 무엇인가.
 
리걸 테크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미국에서 하는 것을 흉내낸다. 우리는 독립적으로 한국 법률 체계를 받아들이면서 대륙법에 적합한 법률 탐색과 추론을 기반으로 했다. IBM 왓슨 같은 기술을 이용하지 않고, 처음부터 우리가 스스로 원천기술을 축적했다.
 
대륙아주와 협약식을 맺었는데, 인공지능 기술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 로펌들도 많지만 동시에 사용과정에서 기밀 등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우려하는 로펌들도 많다.
 
인텔리콘은 법률 인공지능에 대한 지능형 검색 원천기술과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QA(Question Answering) 머신 두 가지를 가지고 있다. 이런 알고리즘을 응용해 챗봇, 계약서 자동 검토기 등 여러 가지를 만들 계획이다. 로펌이 가지고 있는 빅데이터를 최적화하는 모듈을 다시 만들기 때문기 때문에 정보 유출 위험성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법률 인공지능이 생소한데 대륙아주는 이를 먼저 접해 본다는 의미가 있다. 지능화 법률 작업에 선두주자가 될 수 있다. 결국, 더 좋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선 변호사와 기술자가 개발단계서부터 협업하게 될 것이다.
 
해외 로펌이 우리나라 법률시장에 진출하듯 외국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진화시스템 개발 등이 중요할 것 같다. 업무 협약식에서 인공지능 몰락하는 경험 등에 대해 언급했는데, 인텔리콘만의 대응 방안이 있나.
 
법과 판례는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계속 움직인다. 기술 자체도 변화를 담아내 진화되도록 설계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 처음에는 수준이 낮고 잡음이 섞여 들어오지만, 쓰면 쓸수록 점점 좋아지게 돼 있다. 과거 소위 '인공지능의 겨울'이 오랫동안 지속된 것은 사람처럼 배우고 적응하는 게 안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적응과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대륙법계 최적화된 독자적 기술을 확보해 세계화하는 게 방안이자 비전이다.
 
세계 법률시장에서는 '리걸테크'가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공적 영역에서 우리나라 법 자체나 대법원 정보시스템 등 법률서비스는 최고 수준이다.다만, 데이터베이스(DB) 서비스에 인공지능을 결합해서 지능화 작업하는데 조금 뒤처져 있다. 민간 영역은 아직 초기 단계로 일본과 비교하면 3~5년 늦다.
 
인공지능과 정보통신기술을 법률에 접목하려면 법과 인공지능을 알고 있어야 한다. 알파고 이후에 법률 인공지능 이슈가 세상 밖으로 나왔고, 학자와 기업가가 관심을 가지고 연구에 들어갔다. 지금은 법률서비스를 자동화하거나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는 온라인 로펌이 계속 생기고 있다.
 
각종 규제 때문에 해외 선진국보다 리걸테크 산업의 발전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있다. 어떤 규제 때문이고, 어떻게 개선돼야 하나.
 
미국 온라인 법률 자문 서비스 1위 기업인 '리걸줌(LegalZoom)'도 한때 위법 논란에 휩싸였다. 변호사 단체와 로펌은 리걸줌이 IT기술을 활용해 고객에게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소송을 냈으나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다.
 
우리나라도 변호사법 위반 문제로 고소·고발이 있었는데 정리가 되면 시장이 완전히 열릴 것이다. 변호사법은 전통적인 법률서비스를 전제로 만들어져 융통성 있게 개선돼야 한다. 기술 혁신이 일어날 때 누군가는 피해를 보거나 이득을 본다. 급하게 서두르면 안 되고 연착륙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초년 변호사나 법률지원팀이 해오던 리서치 작업을 대신해 이들의 설 자리가 줄어든다는 우려도 있다.
 
인공지능은 보조 도구다. 구글도 검색만 해주지 답은 내리지 않는다. 검색시스템이 있더라도 업무 능력 개선에 도움이 되는 정도지 일자리 위협은 당장 일어나지 않는다. 네비게이션이 좋아진다고 해서 운전자가 없어지는 건 아니지 않나.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기보다는 법률 추론과 판례를 해석해 스토리를 만든다. 재판 준비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투입되는 변호사 업무를 쉽게 도와주는 정도다.
 
대법원은 2021년까지 AI 소송 도우미를 개발할 계획이고, 법무부는 AI 챗봇 '버비' 2세대를 발표했다. 태평양 율촌 출신 변호사들이 창업한 헬프미도 법무용 AI 서비스를 만들었다. 이런 추세를 어떻게 보나.
 
스마트화는 큰 흐름이다. 미국은 최근 5년 사이에 리걸테크 스타트업이 2000개 정도 생겼다. 우리나라도 젊은 층과 청년 변호사들이 리걸테크 분야에 뛰어들기 시작했고 몇 년 내에 100개 이상 생길 것 같다. 리걸테크가 활성화되면 국가경쟁력이 높아지고, 다른 영역에 응용할 수 있어 좋다. 또 우리나라 대법원·법제처의 DB와 정보검색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이를 인공지능과 접목하면 5년 후에는 적어도 대륙법에서 최고 지능화시스템을 갖춘 나라로 인식될 것이다.
 
AI를 이용한 법률서비스가 일반인에게 높게 느껴졌던 법률시장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출 것이라 보는가. 이유는.
 
기술을 활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법률 컨설팅 분야 등이 개척돼 법률 생태계가 많이 바뀌어 있을 거다. 우리 세대가 스마트폰과 웹을 잘 활용해 지식을 생산하듯, 미래 청년변호사들도 이 기술을 활용해 일반인에게 신속하고 편리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화두를 몰고 온 세계 경제포럼(WEF) 회장 클라우스 슈밥은 '새로운 세계에서는 큰 물고기가 아니라 빠른 물고기가 이긴다'고 했다. 지금은 규모의 경제가 아니라 속도의 경제다. 새로운 법률 세계에서 인공지능의 판도를 읽고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유리하므로, 관심을 두고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인텔리콘 메타연구소가 지난 2월27일 법률 AI 도입과 공동개발을 위한 협약식을 맺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법무법인 대륙아주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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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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