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스튜어드십코드)지배구조 관여도 가능?…'수탁자책임' 한계 논란
기관투자자, 관여 범위와 한계 불명확…비재무요소는 '자의적 관여' 가능성 경계
주주제안 의제도 원천적 제한 한계…경험 축적해 체계성 높여야 할 과제
입력 : 2018-03-14 06:00:00 수정 : 2018-03-14 06:00:00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스튜어드십코드 활성화의 원년이지만 극복할 과제는 산처럼 많다. 기관투자자가 기업 실적 및 배당 외 지배구조 등 비재무요소에 관여하는 것이 주주이익에 부합하는지 자의적일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기업과 기관투자자간 거래 관계에서 오는 이해상충 문제나 국내 규정상 주주제안이 원천적으로 제한되는 한계도 노출하고 있다. 향후 제도 경험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체계성을 높여야 할 개선 과제로 지목된다.
 
삼성이나 현대차는 순환출자 해소, 금산분리 등이 정부가 정책적으로 유도하는 방향이지만 지분 문제를 푸는 데 경영권 불안이나 자본지출이 크고,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부담이 상당하다.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 이행 과정에서 스튜어드십코드는 재벌의 자발적 변화를 유도하도록 기관들의 목소리를 키울 수단이지만 수탁자책임에 벗어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이사회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 외국인과 여성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오는 23일 주총에 올렸다. 그렇지만 경제민주화 상법 개정안에서 유도하는 주주 추천 이사 등 사외이사 선임 방법을 바꾸지 않는 한 이사회 개편은 ‘도돌이표’라는 회의론이 없지 않다.
 
또한 삼성이 전자, 물산, 생명 각사에 분야별 이슈 대응을 위한 TF를 구축하면서 미래전략실 해체 후 그룹 컨트롤타워를 부정하는 상황에도 일부 학계는 불신의 시선을 보낸다.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지주회사가 컨트롤타워인 체제 전환으로 가야 한다는 게 이들의 견해다. 삼성으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충이 있다. 삼성 관계자는 “앞서 지주 전환을 추진했지만 전환 비용이 만만찮고,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나 승계로 연결 짓는 비판여론도 부담이었다”며 “재추진해도 그런 이슈가 클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한 스튜어드십코드의 수탁자책임 원칙은 명확하지 않다. 제도는 투자자의 이익 증진에 기여하는 주주활동을 원칙으로 내세운다. 이에 반해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지배구조 개편을 기관이 유도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논란이 제기된다. 그런데 제도는 동시에 ‘자본시장과 경제 전반의 건전하고 내실 있는 성장과 발전을 뒷받침한다’는 원칙도 규정하고 있다. 이는 경제력 집중이나 재벌 전횡 방지 등 시장 경제를 개선하는 재벌개혁 이론과도 상통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논란이 있는 이슈에 기관이 관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정책 반발 목소리가 큰 재계 편에 기울 수 있다. 재계는 헤지펀드 엘리엇의 경영관여 이슈도 있었던 삼성전자가 외국인 주주 지분이 절반을 넘는 가운데 외부 추천 이사나 지분을 분리하는 작업은 경영권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국내 기관투자자는 기업과의 거래관계에서 이해상충 문제 때문에 주주권리 행사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학계나 시장 전문가들은 기관들이 주주권 행사에 따른 이해상충, 계열회사나 거래기업과의 이해상충을 해소할 의지와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배구조 개혁이 지속가능 성장과 결부된다는, 재벌 스스로 인식을 전환할 필요성도 제기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해외에서도 지배구조 등 비재무요소가 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 이행 관점에서 중요하다는 견해는 국제기구, 특히 UN을 중심으로 개진되고 있다. 기관들이 지배구조 관련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정책을 마련하고 공시하도록 규제하는 강제규정 도입도 늘고 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제도 도입 이유가 기관과 기업간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하자는 것”이라며 “영국은 제도 도입 전에 기업들이 먼저 코퍼릿거버넌스코드 같은 자발적 개선 방안을 도입했는데 우리는 그런 부분이 없어 반쪽짜리”라고 비판했다.
 
기업 경영과 관련해 주주제안 의제가 제한된 문제도 지적받는다. 우리나라 상법은 주주제안을 할 수 있는 의제를 상법과 기업의 정관에 있는 이슈들로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지배구조 외 경영전략, 환경, 노동, 공급망, 노동권 등 사회 관련 이슈는 주주제안을 통해 주주총회에 부의될 수 없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이상인 사업부문은 모두 주주제안이 가능하다”며 “주주제안 안건을 거부하는 절차도 까다로워 참고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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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영

뉴스토마토 산업1부 재계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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