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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 선 바이오주)③R&D 비용처리 제각각…금융당국 심판대에
수익 모델 없는 업체 자산화 비중 높아…금감원 판단 따라 존폐 기로 설 수도
2018-05-17 06:00:00 2018-05-17 06:00:00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바이오주의 잠재된 문제로 오랫동안 지적받던 연구개발(R&D) 비용 회계 처리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차바이오텍이 연구개발비 처리 문제로 외부감사인의 지적을 받은 데다 금융당국이 바이오주의 회계에 대한 테마 감리에 들어가면서다.
 
당국의 판단에 따라 바이오주들은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바이오업체들이 그동안 자산으로 잡던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하게 된다면 수익이 줄고 재무상태가 나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R&D 비용 자산화 과다 업체 감리
 
16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부터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처리하는 비중이 높은 제약·바이오업체 10개사를 대상으로 테마감리에 들어갔다. 바이오업체들이 연구개발비를 과도하게 자산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된 데 따른 조치다.
 
바이오 대장주인 셀트리온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연구개발비 2268억원 중 74.4%인 1688억원을 무형자산으로 잡았다. 코오롱티슈진(93.2%)과 코미팜(96.7%)은 대부분을 자산으로 처리했다.
 
신라젠과 같이 연구개발비 모두를 비용으로 잡는 경우도 있지만 국내 신생 제약·바이오업체는 연구개발비 자산화 비율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박동흠 회계사는 "국내 업체들은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나라의 제약·바이오업체보다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인정하는 시점이 빠르고 자산화 비율도 높은 편"이라며 "수익모델이 확실하지 않은 신생 업체들에서 수익관리를 위해 이렇게 하는 모습이 많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하는 비중이 높으면 높을수록 기업의 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차바이오텍의 사례를 보면 바이오업체가 연구개발비의 자산화 비중을 높이려는 이유가 드러난다. 차바이오텍은 지난해 개발비 175억원 중 66%인 116억원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외부감사인은 그중 14억원이 무형자산 인식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양측의 이견은 외부감사인의 지적이 맞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고 자산으로 인식했던 것을 비용으로 바꾸면서 영업이익이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차바이오텍은 한국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한 회계사는 "국내 바이오업체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가 공격적이란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금감원의 감리도 이런 인식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는 비용처리 비중을 늘리는 등 보수적인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며 "비용은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아직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기업들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석 여지 큰 문제지만 뚜렷한 해결책 없어
 
바이오업체의 연구개발비 문제가 오랜 기간 지적되면서도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것은 회계기준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는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하기 위한 여섯 가지 요건이 규정돼 있다. 하지만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이 아니라 원칙 수준이다.
 
바이오가 전문적인 분야라 회계법인이 바이오업체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한 요인이다.
 
손성규 연세대학교 교수는 "회계사가 바이오 기술과 그에 대한 자산 가치를 따지는 데 있어서 회사보다 잘 알기는 어렵다"며 "의구심이 들더라도 명확하게 뒤집을 만한 근거가 없으면 회사의 입장을 수용해야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들 때문에 바이오업체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병철 회계사는 "자산 가치를 분명히 가를 수 있는 기준이 있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며 "개발 제품의 특성에 따라 성공 확률도 다르고 시판 단계가 아니라 임상 1상에서도 매출을 인식할 수 있는 경우도 있는 등 사안별로 따져야 할 게 많아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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