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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성수기에 때아닌 철근 감산 돌입
사회간접자본 투자 위축 영향…원재료 가격도 고공행진
2018-05-28 16:32:03 2018-05-28 16:42:37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현대제철이 철근 감산을 추진한다. 철근은 주로 아파트 등 대형 건물의 기초공사가 시작되는 2월 직전부터 6월 중순 장마기간이 시작되기 전까지가 성수기다. 최근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청약 과열이 빚어지고 있지만, 수요의 또 다른 축인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철근 시장이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2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이달 말부터 다음달까지 포항과 인천, 충남 당진 등 3개 지역 공장의 압연설비 가동을 중단한다. 세 공장의 감산 규모는 총 6만t이다. 철근은 건설·토목 현장에서 쓰이는 봉강의 일종으로, 건물의 뼈대 역할을 한다. 현대제철의 철근 감산 규모는 이달 중순 당진공장의 제강·연주(쇳물을 굳히는 공정) 설비 고장으로 2만t가량 생산차질을 겪은 것까지 포함하면 모두 8만t이다. 현대제철의 전체 철근 생산능력은 300만t으로, 감산 규모는 2.7%에 불과하다. 하지만 철근 수요가 급증하는 계절적 성수기에 감산을 단행해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동국제강도 감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감산 계획이 없다"는 게 회사측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에 이어 동국제강도 생산량 조절에 들어가지 않겠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울 중구 만리재고개 인근 신축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철근 제조사들이 성수기에 때 아닌 불황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수요 부진에 원재료 값 상승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철근 수요의 큰 부분을 담당하는 사회간접자본 사업이 한파에 처했다. 정부는 올해 SOC 예산을 전년보다 14% 감소한 19조원으로 정했다. 내년에도 정부는 SOC 삭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져 예년과 같은 수요 창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원재료 가격도 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철근의 주요 재료인 철스크랩(고철) 가격은 t당 42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 올랐다. 같은 기간 철근을 포함한 봉형강류 평균판매가격은 11.8% 상승하는 데 그쳐, 원료와 제품 간 가격차를 의미하는 스프레드는 -1.3%를 기록했다. 제조사들이 철근을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난다는 의미다.
 
철근 수요 침체로 기업들의 수익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현대제철은 모기업 현대·기아차의 부진으로 자동차용 강판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철근 수요 감소까지 겹쳐 2분기 실적 전망이 어둡다. 현대제철 매출에서 봉형강과 판재류(강판)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7.1%, 63%다. 동국제강 역시 봉형강이 매출(별도기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8%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SOC 예산이 대폭 줄면서 기존 생산량으로는 수익성을 맞추기 힘들어졌다"며 "철근 생산은 줄이고, 원형강 등 다른 제품의 생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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