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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의 재계시각)포스코, 마침내 적폐를 끊어내다
2018-06-24 16:39:29 2018-06-24 16:52:55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지난 23일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이 포스코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확정되면서 승계카운슬 활동도 모두 완료됐다. 다음달 27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 절차가 남아있지만 이는 절차적 과정으로, 포스코는 사실상 '최정우 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이번에도 잡음이 일며 일부 문제점을 노출했지만, 포스코는 그간의 병폐를 모두 끊어낼 최적의 회장 후보를 찾아냈다는 평가다.
 
포스코가 차기회장 후보로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을 확정했다.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전경. 사진/뉴시스
 
‘국민기업’이라는 태생적 특징은 포스코가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된 원동력이자, 아킬레스건이다. 정치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보니, 회장 선출 과정은 늘 시끄러웠다. 2009년 승계카운슬과 CEO후보추천위원회라는 절차를 도입한 것도 이런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무엇보다 포스코가 자랑하는 사외이사 제도를 적극 활용하며 나름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지키려 애썼다. 일본의 유력 지식창조집단으로 꼽히는 일본디베이트연구협회도 포스코가 신일철주금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철강사로 거듭난 비결로 CEO의 강력한 혁신 의지, 문제가 있는 CEO의 즉각적인 교체를 통한 긴장감 유지와 함께, 사외이사 제도를 꼽았을 정도다.
 
하지만, 정치적 시각이 개입되면 모든 것이 부정적으로 바뀐다. 한국에서는 포스코 사외이사 제도가 회장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폄하한다. 이번 회장 선임 절차에서도 권오준 회장이 선임한 사외이사로 구성된 승계카운슬이 차기 회장을 뽑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공격을 받았다. 8차례의 승계카운슬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 외압설, 권오준 회장 등 전·현직 회장들의 특정인사 지원설 등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승계카운슬이 침묵을 지키자 ‘깜깜이 인사’·‘밀실 인사’라는 불만도 제기됐다. 
 
20일 5명의 최종 면접 후보가 공개되자, 비난은 잠잠해졌다. 철강업계는 후보 면면이 승계카운슬이 제시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였다고 평가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가까운 김준식 전 사장은 후보 명단에도 오르지 못했고, 정치권 지원설이 나돈 다른 인사들도 배제되면서 외압설을 잠재웠다. 권오준 회장이 밀고 있다고 알려진 오인환·장인화 사장 중에는 장 사장이 최종 후보 2명에 이름을 올렸지만 경합 끝에 낙마했다. 김진일 전 사장은 포스코의 주력인 탄소강 생산 부문 대표주자이자 ‘제철소장’ 출신으로 후보군 구성의 한 축을 담당했다. 김영상 포스코대우 사장은 승계카운슬이 보여준 ‘신의 한수’였다. ‘대우맨’이지만 철강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오랜 기간 포스코와 인연을 이어왔고, 지금은 한 식구가 됐다. 때문에 포스코 내부에서도 외부인사라는 이질감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나아가, 김 사장 덕에 이제 포스코도 검증된 외부 인사라면 사장은 물론 회장에도 오를 수 있는 길을 열게 됐다.
 
최종 후보로 확정된 최정우 사장은 외부에서 제기하는 여러 의혹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우면서도, 철강을 비롯한 비철강 사업까지 골고루 경험한 ‘전략가’로 100년 포스코의 새로운 도전을 맡기기에 적임자라는 평가다. 청암 박태준 명예회장이 유훈으로 남긴 포스코 CEO의 자격 요건인 ‘사원·주주·지역사회·지식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조정자’에 가장 부합되는 인물이라는 점도 감안됐다.
 
일부 잡음과 한계도 노출했지만 승계카운슬은 포스코를 위한 최적의 회장을 선출한다는 소임을 해냈다. 이사회(CEO후보추천위)까지 힘을 보태면서 정치권의 외압이라는 오랜 사슬과 함께 전임 회장들의 영향력도 끊어낼 수 있었다. 포스코 특유의 폐쇄적 조직문화를 몰고 온 특정 대학과 철강 부문의 서열문화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포스코는 새로운 50년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기반은 갖춰졌다. 길은 최정우 신임 회장 후보에 달렸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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