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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SK, '아시아나항공 인수' 검토 착수
기내식 대란에 재무구조개선 차질 불가피…산은, 약정 불이행시 매각 추진 가능성
SK, 박정호 사장 '인수' 제안에 수펙스 가동…항공전문가도 영입
2018-07-17 06:00:00 2018-07-17 06: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SK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SK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협의회)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정식으로 제안했고, 조대식 의장이 위원장을 맡은 전략위원회에서 이를 공식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박 사장은 최태원 회장의 최측근으로, 협의회에서 ICT위원장을 맡고 있다. SK C&C와 SK㈜ 합병을 통해 그룹 지배구조의 옥상옥 문제를 해결했고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을 성공으로 이끄는 등 시장을 읽는 감각이 뛰어난 인수합병(M&A) 전문가로 불린다.
 
SK가 지난 4월 최규남 전 제주항공 대표를 협의회 내 신설부서인 글로벌사업개발부 부사장에 영입한 것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최 부사장은 2012년부터 올해 3월까지 제주항공 대표를 맡으며 제주항공을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로 굳힌 장본인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또 다른 SK 관계자는 "박 사장의 제안을 협의회에서 진지하게 논의 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본격적 검토에 착수한 것은 아니며, 8월쯤 돼야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
 
SK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검토는 제2의 하이닉스에 대한 기대 측면이 크다. 항공여객 수요가 가파르게 급증하고 있고, 여기에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이 맞물리면서 항공산업은 침체기에 빠진 산업계에서 손에 꼽히는 알짜 업종으로 부상했다. 게다가 이번 인수전을 박 사장이 첫 제안했다는 점에서 하이닉스 인수를 최대 치적으로 삼고 있는 최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대란으로 위기에 몰리자, 당초 아이디어 차원에서 던져졌던 제안은 실현 가능한 전략이 됐다. 기내식 공급 차질의 근본적 원인이 박삼구 회장의 무리한 그룹 지원(1600억원 BW 발행)에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아시아나 직원들은 박 회장의 사퇴를 요구 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시아나항공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맺은 재무구조개선 약정 이행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양측은 지난 4월 자구안을 체결하고, 하반기 유상증자 실시 등 자금조달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기내식 대란 이후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폭락, 이날 종가 기준 주당 4175원(시가총액 8569억원)에 머물면서 유상증자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현 주가는 액면가(5000원)보다 낮아, 자본시장법이 금지한 액면가 이하 주식의 유상증자 불가 원칙에 반한다. 하반기 목표한 아시아나IDT와 에어부산의 상장도 조정이 불가피해 유동성 확보의 길은 더욱 멀어졌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이 STX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 회장과 산은이 금호타이어 인수 문제로 마찰을 빚고 사이가 급속히 냉각된 상황에서, 산은이 STX 선례를 들어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 지분의 감자와 산은이 보유한 채권의 출자전환을 결행할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1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는 금호산업(33.47%)이며, 2대 주주는 금호석유화학(11.98%)이다. 이에 대해 금호석화 측은 "아직 섣불리 말할 단계가 아니지만 경영권보다는 지분가치 극대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해 SK의 인수 의지에 동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인수에는 SK 외에 한화와 신세계, 애경 등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는 항공시장 진입을 노리는 에어로케이 지분 투자에 참여했다가 철수하는 등 항공산업에 관심이 많다. 그룹 내 방위산업과도 시너지를 도모할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와 협력관계인 신세계는 서비스업에서의 신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은 LCC에서 대형 항공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눈독을 들이는 상황이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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