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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국회의 내로남불, 정부 견제 자격있나
2018-08-14 06:00:00 2018-08-14 06:00:00
박주용 정치부 기자
국회의 기득권 지키기가 도를 넘어섰다. 38명 의원이 피감기관의 예산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와 김영란법 위반이 의심되는데도 명단 밝히기를 거부하는가 하면,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하라는 법원의 결정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국회가 행정부 등 타 기관에 대해선 ‘적폐청산’을 외치면서 정작 자신들의 특권에는 관대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내로남불’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가권익위원회의 부적절 외유 의원 명단 통보와 조사 요청에 대한 국회의 반응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다. 권익위가 추가 조사를 요청한 대상은 피감기관이라 해당 피감기관의 자체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해 징계 여부를 결정하겠단다. 그러면서 “해당기관이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국회가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어느 피감기관이 ‘문제가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겠는가.
 
여기에 특활비를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을 무시하는 국회의 태도는 정말 뻔뻔하다. 1심 법원이 20대 국회의 특활비 내역을 공개하라고 판결했음에도 국회는 이를 거부한 채 지난 9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가능한 한 대법원까지 끌고가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속셈이다. 결국 20대 국회 임기 중에는 공개할 생각이 없는 것 아닌가. 그나마 특활비를 완전 폐지하기로 여야가 뜻을 모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 또한 특활비에 대한 국민적 반대여론이 높아지자 폐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급하게 선회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지난 10일 열린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도 굵직한 의혹이 여럿 제기됐지만 정작 청문회는 5시간 만에 싱겁게 끝났다. 현역 의원이 청문회에서 낙마한 적이 없는 이른바 ‘현역 불패’가 이번에도 이어진 것이다. 여러 의혹이 불거졌지만 이를 더 따져 묻고 검증하려는 의원들의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자료 제출 요구도 평소와 달리 독촉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여야 의원들이 동료 의원이니까 대충 봐주면서 한다는 논란을 국회가 오히려 더 키웠다. 
 
정치개혁의 핵심이 제왕적 대통령의 특권 내려놓기에서 시작되는 것이라는 데는 여야 모두 이견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국회 역시 스스로 특권 내려놓기에 나설 수 있느냐다. 지금까지 국회 행태를 보면 특권 내려놓기에 비해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되는 책임은 회피하기 바쁘다. 국회가 정부를 정책적으로 견제하고 때로는 정부 부패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할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돌아볼 때다.
 
박주용 정치부 기자(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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