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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IPO 실패에 상장예정기업 '부담'
증시약세로 공모가 대폭 하향…"투자심리 위축"
2018-10-23 06:00:00 2018-10-23 06:00:00
[뉴스토마토 이보라·심수진 기자] HDC아이서비스와 SK루브리컨츠의 상장 철회에 이어 하반기 기업공개(IPO)시장에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프라코가 파격적인 할인율을 제시하고도 상장을 자진 철회하는가 하면 노바텍은 기대에 못미치는 공모가를 확정하고 공모물량까지 줄이는 등 IPO 시장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공모가 이상의 주가를 유지해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11일 열린 IPO설명회에서 프라코 기업 관계자가 회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라코는 지난 18일 상장을 자진 철회했다. 사진/프라코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마그넷 기술 전문기업인 노바텍은 공모가를 1만원으로 확정했다. 지난 16일과 17일 이틀간 기관 투자자 대상으로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단순 경쟁률은 66.32대1로 집계됐다. 노바텍은 공모 물량도 20% 줄이기로 했다.
 
프라코 역시 지난 15일과 16일 양일간 진행된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18일 상장을 자진 철회했다. 프라코는 이번 상장에 최대 65.64% 라는 이례적인 할인율을 적용해 '시장 친화적인' 가격을 내세웠다. 2년 전 상장 추진 당시 희망공모가가 높아 상장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를 대폭 수정한 것이다.
 
양사 모두 최근 증시 약세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며 시장에서 제대로된 평가를 못받았다는 입장이다. 노바텍은 "최근 불거진 국내외 증시 약세로 기업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지속성장으로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모 물량 축소도 최근 위축된 투자 심리에 따른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노바텍과 프라코 모두 전방산업 침체가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노바텍은 상장 과정 내내 삼성전자 해외 법인에 대한 매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자동차 내·외장 부품을 만드는 프라코의 주요 고객사가 현대·기아자동차로, 노바텍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두 성장성을 강조했지만 시장에서는 전방산업 침체에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올해 IPO 대어로 주목받았던 SK루브리컨츠가 상장을 철회하면서 IPO시장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당시 SK루브리컨츠는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 받기 어렵다며 상장을 철회했다. HDC아이서비스 또한 지난달  수요예측 실시 후 상장을 포기했다. 상장 후 시가총액만 1500억~2000억원이 예상됐던 HDC아이서비스는 당시 애경산업, 롯데정보통신, 티웨이항공 등에 이어 네 번째로 공모규모가 큰 기업이었으나 수요예측 결과가 부진하자 상장 계획을 뒤엎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IPO를 준비하는 기업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자동차 부품사로 분류되거나 불안정한 매출 구조 등과 관련, 투자자들은 지속성장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다수의 기업이 시장상황을 조용히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위축된 상황일수록 투자자들은 성장성에 의의를 둔다"며 "업종에 따른 선호도가 분명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IPO를 진행 중인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바이오기업은 기술에 대해 낯설어하지만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투자자들의) 반응은 아주 좋은 편"이라고 자신했다.
 
미국 증시 폭락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되며 한동안 증시 회복이 요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도 상장 이후에 대한 우려를 더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시가 나빠지지 않았다면 성공적인 상장을 이뤘을 수도 있지만 증시가 단기간에 회복되기 힘든 상황에서 IPO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에게 어필할수 있는 점을 치밀하게 준비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할인율을 지나치게 높인 것이 오히려 투자 유인을 저해한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보라·심수진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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