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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한진' 힘겨루기, 의결권자문사가 변수되나
주총 표대결 가능성 높아…KCGI '손' 들어주면 결과 예측 못해
2019-01-23 00:00:00 2019-01-23 00:00:00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행동주의펀드 KCGI가 한진그룹에 공개 제안서를 보내면서 본격화한 양측의 공방전은 의결권 자문사의 판단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한진그룹이 KCGI의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여 표 대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현재 보유지분만 보면 KCGI는 조양호 회장 등 최대주주 측의 상대가 안 되지만 의결권 자문사가 KCGI의 손을 들어준다면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뿐 아니라 다른 기관투자가까지 우군으로 만들어 힘을 겨뤄볼 만하다.
 
22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KCGI가 공개적으로 요구한 지배구조 개선안 등을 수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사외이사 2명 추천과 지배구조위원회 설치 등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집중된 권력 구도를 해체하고 경영권 전반에 영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점에서다.
 
 
지주사인 한진칼 이사회는 조 회장과 조원태·석태수 사장 등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6명을 포함해 총 6명으로 구성됐는데 아들인 조 사장을 비롯해 모두 조 회장과 긴밀한 관계로 알려졌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설치 제안도 조 회장 일가의 힘을 빼는 조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진그룹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A증권사 관계자는 "무리한 수준의 요구는 아니지만 한진이 여느 기업보다 오너십이 강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KCGI의 제안을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표 대결까지 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의 대응이 KCGI가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KCGI가 주주제안을 통해 주주총회 안건을 낸 뒤 지분싸움을 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발행주식총수의 3% 이상 지분이 있는 주주는 주총 안건을 제시할 수 있다.
 
KCGI는 '밸류 한진'이란 홈페이지를 만들어 한진칼과 한진 주주들의 의견을 모으겠다고 밝혔는데 주총 표 대결을 위해 지분 확보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KCGI가 손에 들고 있는 한진칼 지분은 10.81%다. 2대 주주이기는 하지만 조 회장 등 최대주주 지분율 28.93%에는 한참 못 미친다. 국민연금이 보유지분 7.34%를 보태도 여전히 10% 이상 부족하다.
 
다만 의결권 자문사의 판단에 따라 KCGI가 열세를 극복하고 대등한 입장에서 힘겨루기를 할 수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 일가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과 공개 제안 내용의 합리성·효과 등을 종합해 봤을 때 KCGI의 제안이 주총 안건으로 올라오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올 것으로 본다"며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을 수용할지는 각 기관의 자유지만 다수의 자문사가 한목소리를 낸다면 대세를 거스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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