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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욱 변호사의 블록체인 법률이슈 진단)규제 샌드박스, 블록체인·암호화폐 기업에 기회?
정부, '규제 샌드박스 5법' 추진…블록체인, ICT·금융규제와 연결
블록체인, 소관 부서 모호…"통합적 제도운영·유연한 태도 필요"
2019-04-16 06:00:00 2019-04-16 06:00:00
금융위원회가 '금융규제 샌드박스(일정 기간 규제 없이 사업할 수 있는 제도)' 우선심사 대상으로 선정한 19개 서비스 중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도 3개나 포함됐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블록체인·암호화폐 규제 정책에도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신기술·신산업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우선허용, 사후규제' 중심의 유연한 규제체계로의 전환을 추진해왔고, 작년 9월경 이른바 '규제 샌드박스 5법'을 국회에 제안한 바 있다.
 
정재욱 법무법인(유한) 주원 파트너 변호사
이는 기존에 존재하던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소위 정보통신융합법)에 따른 'ICT규제 샌드박스'와 △산업융합촉진법에 따른 '산업융합규제 샌드박스',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소위 지역특구법)에 따른 '규제자유특구' 관련 제도를 확대 개편하고,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소위 금융혁신법)을 제정해 새로이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관련 법안은 모두 국회를 통과해 현재 해당 법률이 시행되고 있거나 시행을 앞두고 상황이다. 블록체인, 암호화폐 산업과 관련해서는 해외송금, 결제 등의 핀테크 서비스가 논의·검토되고 있는데 이는 'ICT규제 샌드박스', '금융규제 샌드박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의 정보통신융합법에 따라 시행되는 'ICT규제 샌드박스'는 신기술·서비스에 대한 법령 적용 여부 또는 허가 등의 필요 여부를 신속하게 확인해주는 '신속처리'와 해당 기술·서비스가 규제로 인해 사업 시행이 불가능한 경우,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실험·검증을 임시로 허용하는 '실증규제특례'를 핵심 내용으로 한다.
 
실증규제 특례는 2년간 적용되며, 1회 연장이 가능하다. 아울러 신기술·서비스에 대한 근거법령이 없거나 명확하지 않은 경우 신속한 사업화가 가능하도록 임시로 허가하는 '임시허가(2년 이내 기간, 1회 연장 가능)' 등도 적용된다.
 
실증특례가 시험, 검증이 목적이라면 임시허가는 실제 시장 출시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근거법령이 없거나 명확하지 않은 경우뿐만 아니라 법령상 허가가 불가능한 경우에도 허용될 수 있도록 규율하고 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금융위원회가 소관하는 금융혁신법에 따라 시행되며, 혁신금융서비스에 대한 규제 특례 및 배타적 운영권 부여를 그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꼭 금융회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기존 금융서비스와 제공 내용·방식·형태 등의 차별성이 인정되는 이른바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특정 서비스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 받는 경우, 지정기간(2년 이내) 동안 관련 금융규제가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나아가 지정기간 만료 이전에 해당 서비스에 대한 인·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최대 2년의 범위 내에서 관련 서비스를 배타적으로 운영할 권리를 가지게 된다.
 
단순히 규제 특례를 부여하는 것을 넘어 다른 법령에는 없는 제도인 배타적 운영권 제도까지 도입한 점은 상당히 독특하다.
 
부처 간 떠넘기기 우려,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에서 이미 현실화
 
위와 같은 규제 샌드박스의 취지와 내용은 상당히 긍정적이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부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실무상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규제 샌드박스 제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등 4개 부처가 분야를 나눠서 담당하고 있는데, 신기술·신사업 관련 서비스의 경우 여러 분야에 중첩적으로 관련되는 경우가 많아 어떤 부처가 담당해야 하는지 모호한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블록체인, 암호화폐 관련 사업의 경우 정보통신과 금융이 결합한 형태가 많아 ICT규제 샌드박스로 신청해야 할지, 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신청해야 할지 상당히 불분명하다. 더욱이 어느 기관으로 신청했는지에 따라 서로 다른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게 되므로 같은 사업에 대해서도 지정 신청 승인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며, 부처간 협의 문제로 절차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송금업체 모인(MOIN)의 경우,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서비스 관련해 과기부에 'ICT규제 샌드박스'에 따른 임시허가 등을 신청한 바 있는데 기획재정부, 법무부 등 일부 부처의 환치기 조장 우려 의견 표명했다. 이에 따라 소관부처인 과기부는 금융규제 샌드박스와 통합된 기준의 심사가 필요하다고 하며 추후 관계부처(금융위원회 등)와 논의해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규제 샌드박스, 법령 준수에 더욱 신경 써야

소액해외송금업 등록을 받은 업체가 암호화폐를 이용해서 해외송금업을 하는 것이 법령상 금지되는지는 매우 불분명한 상황인 반면, 해외송금을 할 때 암호화폐를 활용하면 국제결제시스템망(SWIFT)을 통하지 않고 중간 과정을 생략할 수 있으므로 그 비용, 시간이 획기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부분은 규제 샌드박스 적용이 가장 시급히 필요한 분야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그 적용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규제 샌드박스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통합적으로 제도를 운용할 필요가 있고 나아가 각 부처가 제도 운영 과정에서 규제에 대한 유연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기존의 규제자 시각에서 이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사업자, 신청자 입장에서 관련 사업과 규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특히 블록체인, 암호화폐라 하면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한편 규제 샌드박스 제도에 따라 특례 사업 등으로 지정된다고 해도 규제가 배제되는 것은 해당 법령에서 지정한 부분에 한정되므로 다른 법령 위반 여부에 대해서 신경을 쓰며 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혁신금융사업의 경우 금융혁신법상의 금융관련 법령만 적용이 제외되기 떄문이다.
 
이밖에 규제 샌드박스가 적용되는 경우 정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수 있으므로 혹여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한다면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큰 불이익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법령 준수에 더욱 더 유념하여 사업 진행을 할 필요가 있다.
  
* 정재욱 변호사는 국내 대형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세종(SHIN & KIM)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유한) 주원의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하고 있다. 주원 IT/블록체인 TF 팀장을 맡아 블록체인·암호화폐·핀테크·해외송금·국내외 투자·관련 기업형사 사건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이사를 거쳐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상임이사(교육이사)와 대한변호사협회 IT 블록체인 특별위원회 간사, 사단법인 블록체인법학회 발기인·이사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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