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삼성· 롯데, 박수 받긴 아직 이르다
입력 : 2019-05-16 07:07:00 수정 : 2019-05-16 09:30:40
문재인 정부의 대기업 스킨십이 부쩍 늘었다. 기업들도 마지 못해 응하는 것 같지만은 않다. 예상을 깬 친기업 행보는 대기업의 힘을 빌지 않고 정책만으로는 돌파구를 찾지 못할 만큼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 방증이란 해석에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정부와 기업의 스킨십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기업과 '거래'하며 국정을 농단했던 전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면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있는 삼성과 롯데의 경우는 아직 사법 절차가 끝나지 않은 탓에 의혹 어린 시선을 거두기란 쉽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전자 공장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을 두드리고, 이낙연 국무총리가 미국까지 건너가 롯데케미칼의 유화단지 준공식에서 신동빈 회장과 나란히 선 그림은 보는 이에 따라 낯설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재판을 앞둔 이 부회장과의 만남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재벌 성장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데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재판은 재판, 경제는 경제”라고 했다. 정부와 기업이 소통해 투자가 활발히 일어나고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면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 법적 분쟁이 모두 마무리되고 만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경제가 시급하다면, 재판 개입 의도가 전혀 없다면 문제될 게 있겠나. 
 
그러나 삼성과 롯데의 정권과 ‘눈 맞추기’가 실제 경제 활력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의 문제는 다른 얘기다. 삼성은 과거보다 훨씬 불확실한 상황 속에 있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에서 10분기 만에 최악의 실적을 냈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시스템 반도체로의 무게 중심 이동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점유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반도체를 설계·디자인 하는 팹리스와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분야로 나뉜다. 삼성은 두 분야 모두를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CPU(중앙처리장치), AP 등 전자제품의 두뇌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는 설계업체의 보안 사항이 모두 담겨 있는 탓에, 파운드리 사업을 하면서도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삼성에 생산 위탁을 맡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애플 등 파운드리 고객사와 경쟁하는 삼성전자는 이 때문에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파운드리 사업만 하는 대만의 TSMC(시장점유율 48.1%)가 수주를 독점하다시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롯데의 행보도 마찬가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9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롯데케미칼 유화단지 준공식에 참석해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국내 재벌 총수 최초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다. 롯데로선 셰일 혁명의 중심지로 진출하는 글로벌 전략이겠지만 일자리를 고스란히 미국에 안겨주는 일이란 점에서 우리 정부의 지향점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이 총리가 이를 응원하고 한미동맹까지 거론했다. 어떻게 보면 신 회장이 경제 외교까지 앞장선 셈인데,  지난해 국내 기업의 직접해외 투자액이 55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롯데의 결정이 박수를 받을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두 기업의 결정이 석연찮더라도 기업의 미래 가치를 키우고 나아가 우리 경제에 활력으로 이어진다면 더없이 좋겠다. 그러나 반대의 결과로 귀결된다면 삼성과 롯데의 행보는 본래 목적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박미영 기자 binauch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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