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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하이닉스 시설투자 절반 수준 하락…하반기도 '흐림'
1분기 4.4조 전년동기 8.6조의 절반, 미래 먹거리 R&D는 유지
2019-05-19 07:00:00 2019-05-19 17:56:46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1분기 실적이 반토막 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설투자 비용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들은 사실상 감산 결정을 내린 상황이다. 2분기에도 시장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반도체 시설투자는 당분간 정체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 시설투자로 4조4738억원을 집행했다. 지난해 1분기 8조6457억원 보다 48% 줄어든 수치다. 반도체 사업 시설투자가 크게 줄어든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1분기 반도체 사업 시설투자에 3조6177억원을 들였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시설투자 규모 7조2181억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SK하이닉스도 1분기 시설투자에 3조1570억원을 집행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집행된 4조6180억원 보다 32% 줄어들었다. 
 
 
 
양사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생산 조절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 하락에 대응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급격히 늘어난 수요 대응을 위해 생산량을 증가시켜왔는데 최적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설비 재배치 등을 통해 생산라인 효율화를 결정했고 생산량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산라인 최적화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라인 공정을 개선하고 품목을 조정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생산량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 관계자도 “낸드플래시 웨이퍼 투입을 10% 가량 줄이고 M15 신 공장 생산량 증가시기를 늦추겠다”고 설명했다. 직접적인 생산량 감축 의사를 밝힌 셈이다.
 
생산량 조절과 그에 따른 시설투자비 하락의 배경에는 크게 늘어난 재고가 있다. 삼성전자의 1분기 기준 반도체 재고자산은 14조5796억원으로 지난해 말 12조7630억원보다 14%(1조8166억 원) 늘어났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재고자산 역시 5조1174억9100만원으로 지난해 말 4조4227억3300만원보다 16% 늘었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주요 고객인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투자를 줄이고 재고수준을 낮추는데 집중한 탓이다. 삼성전자는 “시장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시설투자를 집행할 것”이라며 “올해 메모리 관련 투자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나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는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R&D)을 지속하겠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었다. 삼성전자의 1분기 R&D 비용은 총 5조372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4분기(5조3173억원)보다는 다소 줄었으나 2분기 연속 5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올 1분기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9.6%에 달했다. 메모리 반도체가 초호황을 누리던 2017년 7.0%, 지난해 7.7% 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R&D 비용도 7434억5100만원으로 전 분기 8796억1700만원 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지난해 1분기 5894억6900만원 보다는 크게 늘었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도 11.1%으로 높았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33조원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육성 방안을 내놓은 만큼 당분간 R&D 비용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다음 달 삼성전기로부터 인수할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사업 패널레벨패키징(PLP) 부문에 대한 R&D 투자도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도 STT-M램과 Re램 등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개발을 지속하는 한편, 급격한 시장 성장이 예상되는 자동차용 반도체 연구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시설투자가 내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 등 시장조사업체와 증권가에 따르면 내년 D램 시설투자 규모는 올해와 비교해 15%, SK하이닉스의 D램 투자는 22%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내년 낸드플래시 시설투자 규모도 삼성전자는 15%, SK하이닉스는 22%의 증가폭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가격 하락에 따른 수요 증가가 시장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면서 “2020년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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