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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안종주 "미세먼지 해결 위해선 국민생활 대혁명 필요"
“전기·수소차 확산, '왜 이런 데까지 만드느냐'라는 말 나올 정도로 충전소 만들어야"
"미세먼지 해결, 먼저 줄이려는 노력 보여줘야 상대방의 감축노력 요구 가능하다"
2019-06-18 06:00:00 2019-06-18 17:05:29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정책기획위원회는 정부가 목표로 하는 국정과제의 효율적 추진과 국가 중장기적 발전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구성된 대통령직속 '싱크탱크'. 뉴스토마토는 지난 11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안종주 정책기획위 지속가능분과위원장을 만나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과 에너지대전환 방향 등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 위원장은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를 나온 뒤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환경보건학 석사,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부터 2004년까지 '한겨레신문'에서 사회부장, 보건복지 전문기자로 활약했고, 특히 원진레이온 노동자 이황화탄소 중독 참사 최초 보도로 유명하다. 주요 저서로는 문재인 대통령이 감명깊은 책으로 꼽았던 '빼앗긴 숨'과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증폭사회' 등이 있다.
 
안종주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지속가능분과위원장 사진/뉴스토마토
 
지속가능분과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총 100여명 가까이 되는 정책기획위에서 우리 분과는 14명으로, 주로 대학교수들을 중심으로 한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크게 안심사회 소분과와 문화 소분과로 나뉜다. 안심사회에는 재난과 안전사고 분야, 미세먼지와 같은 생태환경 분야, 에너지 및 탈원전 분야, 식품·의약품·화학물질 등 생활안전 분야 등이 들어가 있다. 문화 쪽은 한류와 관광, 미디어와 신문방송 등이 포함된다.
 
환경문제 중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부쩍 많아진 것 같다.
 
사실 미세먼지는 과거 1990년대와 2000년대가 지금보다 심각했다. 당시는 국민 소득수준도 낮고 경제발전을 중시하다보니 환경문제나 건강 문제에 대한 관심이 낮았다. 지금은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로, 국민들의 건강이나 안전문제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그런데 최근 3~4년간 미세먼지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미세먼지 발생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중국발 요인'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그건 상당히 위험한 생각으로 본다. 물론 중국발 미세먼지가 원인일 때도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결국 우리가 국내에서 먼저 줄이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외교적으로 상대방에게 더 노력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사실 중국은 과거에 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임시정부 100주년 행사와 관련해 중국에 다녀왔는데, 거리 오토바이 절반 이상이 전기배터리로 다닌다. 또 녹색으로 표시한 전기자동차도 대충 눈으로 봐도 10% 이상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우리보다 몇 배나 빠르게 가고 있는 중이다.
 
그럼 국내에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정부가 현재 한 자리 수준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하고, 2040년까지 40% 이상한다고 했는데, 지금 포르투갈만 해도 이미 전체 전기생산의 100%를 재생 에너지가 담당하고 있다.
 
미세먼지 해결책은 크게 산업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 석탄, 석유를 쓰는 것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중단하고 중간단계인 천연가스로 가야한다.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를 높여야 한다. 여기에 우리 국민들이 전기를 많이 쓰는 편인데, 전기를 적게 쓰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에너지 효율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국민들은 자동차 매연이나 공장·발전소 매연을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알고 있지만, 결국 그 매연은 국민 소비생활과 연계돼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여름에 하루종일 에어컨을 틀면서 왜 미세먼지를 줄이지 않느냐고 비판하는 것은 일종의 자기모순이다. 석유와 석탄 시대를 끝내고 태양광과 바람의 시대로 가야한다. 일종의 국민생활 대혁명이 필요하다.
 
'탈원전 논란'이 있다. 원자력 발전이 가장 깨끗한 청정에너지라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또 탈원전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원전이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안 만드는 청정에너지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악의 약점이 있다. 소위 큰 사고가 나면 대재앙으로 번진다는 것이다. 1986년 소련 체르노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대지진 참사가 있었다. 핵관련 기술이 완벽해도 사람이 실수할 수 있다. 예상 못한 재난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우려를 했고, 지난 대선 때도 많은 탈원전 공약이 나왔다.
 
핵폐기물 문제도 남아있다. 과거 중저준위 핵폐기물 시설을 만드는 데 우리 사회에 많은 갈등이 있었는데, 각 발전소에 쌓여있는 고준위폐기물 시설은 아예 공론화 시작도 못하고 있다. 이건 미래세대에게 폭탄을 돌리는 격이다.
 
그럼 탈원전의 대안이 있는가.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가 있다. 독일이나 대만은 빠른 속도로 전환하고 있고, 특히 독일은 이제 몇 년 안에 '원전제로'를 선언해도 큰 문제가 없을 정도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이미 원전을 짓고 있는 것도 있어서 2060년까지는 원전과 함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탈원전이 바로 원전을 없애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데, 더 이상 짓지 말자는 것으로 장기적으로 원전이 없는 사회로 나가자는 것이다. 예전에 공론화위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70% 이상이 그러한 방향에 동의했다.
 
정부에서는 미세먼지 해결 방안으로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에 주목하는 것 같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충전소도 부족하고 정부 보조금 수준도 딱히 매력적이지 않다는 반응인데,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할까.
 
전기차를 사용하려는 사람은 충전소가 없다며 구입을 주저한다. 반면 전기차가 없으니 충전소를 만드는 것은 낭비라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하면 평행선만 달릴 뿐이다. 초기에는 '왜 이런 데까지 충전소를 만드느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충전소를 만들어야 한다.
 
중국은 왜 잘되느냐. 공산당에서 한다고 결정하면 그대로 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6~70년대 독재개발시대와 비슷하다. 방향만 맞으면 빨리 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더 이상 그런 방식이 안 된다.
 
결국은 우리는 많은 국민들이 앞으로 내연기관 자동차 대신 전기·수소차가 필요하다고 하면, 일부 충전소가 지나치게 너무 많다고 하더라도 지지를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 국가가 선진국처럼 몇 년까지 순차적으로 내연기관차를 퇴출한다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사회 시스템과 기술발전, 제도, 국민 의식변화 등이 관련 인프라 구축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지속가능한 사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이제 우리는 경제발전 10%의 고속성장 시대가 아닌 3% 유지도 힘든 저성장 시대에 왔다. 거기에 맞는 국민 의식구조 변화나, 소비패턴, 생활패턴 변화가 필요하다. 일부 소득수준에 비해 소비수준이 과도하게 높은 경우도 있는데, 그런 욕망을 줄여가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포용사회로 가야한다.
 
기업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예전 일부 기업은 이익을 위해 온갖 불법과 탈법을 저질렀다. 이제는 우리 사회의 환경과 생태, 지속가능성과 안전 등을 생각해 기업의 이윤이 좀 줄어들어도 바뀌어 가야한다.
 
그런 문화가 개인과 가정, 사회 공동체와 국가에서 일어나고, 대한민국을 넘어 한반도와 동북아로 이어진다면 평화롭고 계속해 번영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한편 안 위원장은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특히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전문가로 꼽힌다. 그가 관련 내용을 기록한 '빼앗긴 숨'은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더불어민주당 대표시절인 2016년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소개해 잘 알려졌다. 당시 문 대통령은 "우리 정치가 좀 더 일찍 관심을 가졌다면 피해가 그토록 커지지 않았을 테고, 피해자들이 덜 외로웠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취임 후 문 대통령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위로하기도 했다.
 
사회적참사 특조위에서 가습기살균제 분야 조사는 어느 정도까지 진행됐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예정인가.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2011년도 갑자기 산모들이 죽는 일들이 발생해 알려졌다. 그 뒤 여러 역학조사 등을 통해 살균제 성분과 사망사고의 인과관계가 밝혀졌다. 문제의 제품은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팔렸지만, 사실 1994년 첫 제품이 나왔다. SK케미컬, 애경산업 등 다양한 회사가 연루돼 있다.
 
우리가 밝혀낼 것은 왜 이게 오랫동안 드러나지 않았고, 이렇게 위험한 제품이 왜 관리감독이 되지 않고 오랫동안 팔렸는지 밝혀내는 부분이다. 당시 법이 미비했다든지, 그 물질이 관리대상이 아니었다는 식으로 설명하지만 그걸 명확하게 해야 한다. 여기에 피해자들이 계속 드러났는데, 왜 대대적인 연구와 피해접수 등이 안됐는지도 들여다 봐야한다.
 
한 기업만의 문제라면 해당 기업이 책임질 문제지만, 이 사건에는 여러 기업들이 관련돼 있어서 기업에게만 못맡긴다. 피해규모도 커서 정부가 개입할 수 밖에 없다.
 
그럼 기업책임과 정부책임을 같이 보는 건가
 
다 접근하고 있다. 민간 부분의 책임은 이미 물어서 실형선고를 받아 구속된 이들이 많다. 다만 일부 외국인의 경우 사법처리가 안됐고 무죄가 됐다. 정부 쪽에는 아직 징계를 받았거나 책임진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안다.
 
13일 개정 환경보건법이 시행된다. 기업에 환경성질환에 대한 배상책임을 묻는 것인데, 과연 실효가 있을까. 영미법 국가들처럼 강력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필요성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미국은 기업들이 수백억원이 넘는 징벌적 배상을 하는 사건들이 많다. 우리의 경우 거기까진 아니지만, 고의성이 있거나 없더라도 중대 과실을 범하거나, 사고를 반복하는 기업에 대해선, 강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환경과 일부 분야에서 '3배 이내' 수준이다. 과거에 비해선 엄해졌지만, 3배 이내로만으로 막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무조건 3배 이상이거나 10배 이내로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저도 늘리는 것에 찬성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더라도. 배상에 해당되는 것을 엄격하게 하면 된다.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소비자인 국민 건강과 안전을 신경을 쓰는 기업들, 혹은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사고나 실수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도록 하면 된다. 그러나 누가 봐도 명명백백하게 돈을 아끼려고, 국민을 속이는 악덕기업을 대상으로 도입하자는 것이다.
 
노동계에서 나오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비슷한 이야기다. 특정 사업장에서 비슷한 인명사고가 반복되면 처벌법 대상으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에선 이미 도입돼 산업재해 감소에 기여했는데, 우리는 아직 안됐다.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정도가 도입된 듯 하다.
 
안종주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지속가능분과위원장(경기대 사회복지행정대학원 초빙교수)이 지난 2016년 7월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에 참석해 질의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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