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최저임금과 최고임금
입력 : 2019-06-21 06:00:00 수정 : 2019-06-21 06:00:00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하는 시기가 돌아왔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사회각계의 논란도 덩달아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다만 이번에는 동결론에 좀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인상폭은 29%. 인상속도가 가팔라 시장에서 소화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업종·규모별 차등화 주장과 주휴수당 관련 위헌소송이 이어지는 등 최저임금은 여전히 우리사회 핫이슈다. 하지만 오랫동안 최저임금에 대한 갑론을박이 진행돼온 까닭일까. 사실 해묵은 최저임금 논쟁보다 흥미롭게 보여지는 건 최근 최고임금 규제론이 함께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시민사회가 주축이 된 '1:10 운동본부'는 대기업 최고경영자, 고위공직자, 국회의원 등의 임금을 최저임금과 연동해 제한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 심상정 의원이 지난 2016년 발의한 이른바 '살찐고양이법(최고임금규제법)'도 부산시의회의 관련 조례 제정 움직임과 맞물려 다시금 주목받는 분위기다. 법안의 골자는 마찬가지로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경영진, 국회의원, 고위 공직자의 임금을 최저임금과 연동해 규제하자는 내용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고임금 규제는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싶지만 서구에서는 꽤 오래 전부터 관련 주장이 제기돼 왔다. 최고임금을 주장한 대표적인 인물은 조지 오웰이다. 오웰은 1941년 에세이를 통해 최고임금을 최저임금의 10배로 규정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물론 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자본주의사회에선 논란이 따르는 주장이다. 계약자유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반대편의 대표적 목소리다. 또한 임금의 많고 적음은 상대적인 것이라는 주장, 개인의 능력차에 따른 수입의 차이를 법으로 규제하는 건 자본주의 원칙에 반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최고임금 규제 주장을 단순한 운동, 구호로 치부하기엔 우리사회 경제 양극화의 뿌리가 깊다. 자본주의의 폐해를 막을 수정자본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지도 이미 오래인 상황이다. 기울어질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뤄지는 경쟁이 과연 공정한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 또한 저성장이 뉴노멀로 자리잡은 지금,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염두에 둬야 '살찐고양이들'도 자신들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최고임금 규제를 수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국회를 향해선 냉랭한 기류가 흐른다. 의미 없는 공전이 거듭되는 가운데 적어도 공직자의 경우만이라도 규제를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제법 설득력있게 다가오는 상황이다.
 
최고임금 규제라는 화두는 적어도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을과 을'의 싸움으로부터 눈을 돌리도록 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심지어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타를 맞고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도 사회양극화, 소득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정책의 본 취지 만큼은 부인하지 않는다. 최저임금 논쟁 너머에 있는 최고임금 규제 주장이 과연 우리사회에서 어디까지 진척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김나볏 중기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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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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