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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인터넷은행 인가기준 논란, 당국이 자초했다
2019-07-11 06:00:00 2019-07-11 06:00:00
실패한 제3인터넷은행 인가 절차가 재추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당국 내부에서부터 삐걱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주주 적격성 등 인터넷은행 자격 기준이 부실해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당시 인터넷은행법이 국회에 통과될 때 대주주 적격성 등 내용이 너무 부실했다. 하지만 어쩌겠나. 국정과제니까 우선 대충이라도 통과시켜야 했다."
 
이처럼 대주주 적격성 등 인터넷은행법을 손봐야 한다는 문제인식이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팽배하다. 그럼에도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그간 논란이 됐던 인터넷은행 대주주 적격성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고 재심사에 돌입했다. 구체적 논의는 국회에 떠넘긴 상태다.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인터넷은행 자격)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이 있고, 또 반대로 은행 요건은 까다로워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이는 국회에서 논의하는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아무리 법 개정이 국회 담당이라도, 금융위 장관이 금융정책 의견을 피력하지 못하는 건 모양새가 이상하다. 금융당국이 내부 논의를 하지 않은 채 재심사를 강행하는 걸 보니, 대주주 적격성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 하다.
 
금융당국 내부 및 금융시장에서는 대주주 적격성 기준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지적들은 제3인터넷은행이 불발됐을 때 절정에 달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도대체 공정거래법 위반이 인터넷은행법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며 "누구는 경제의 기본원칙이라고 하는데 공정거래법이 언제부터 경제의 기본원칙이었는가"라고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규제할 거면 차라리 인터넷은행을 도입하지 말자는 의견까지 나온다. 네이버 등 혁신성이 높은 우량 IT기업들이 진입하지 못하면, 결국 인터넷은행도 일반은행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혁신 IT기업들이 진입하지 못하는 인터넷은행은 차라리 안하는 게 낫다"며 "그만큼 금융산업은 이미 포화상태"라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의 유력한 후보였던 네이버는 국내 인터넷은행 진입을 포기했다. 규제가 점철되고, 시도때도 없이 국회로 불려가 쓴소리를 받아야 하는 한국 시장에 회의감을 느꼈다는 얘기가 들린다. 오히려 네이버는 해외에서 인터넷은행 진입을 도전 중이다. 실제로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은 최근 대만 정부로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신청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이라도 금융당국은 국내 주요 플레이어들이 해외로 이탈하는 걸 막아야 한다. 대주주 적격성 완화가 그 첫 번째 과제다.
 
 
최홍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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