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불법은 아니지만, 안 된다?
입력 : 2019-07-15 06:00:00 수정 : 2019-07-15 06:00:00
안창현 중기IT부 기자
아직 STO(증권형토큰발행)는 국내에서 한 건도 진행된 적이 없다. 소문만 무성해 마치 STO가 활발한 것 같은 착시가 있을 뿐이다. 각종 컨퍼런스와 세미나가 열리고, ICO(암호화폐발행) 대안으로 부각됐지만, STO가 가능한지도 불확실한 게 현실이다. ICO든 STO든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모집은 안 된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적 제도적 정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체로 불법은 아니지만, 힘들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STO뿐 아니라 블록체인, 특히 암호화폐 관련해 국내 프로젝트들이 처한 상황이 이렇다. 규제 샌드박스도 마찬가지. 규제 공백상태를 메우기 위한 제도지만, 블록체인 산업과 관련해선 정부의 샌드박스 도입 취지도 무색해 보인다. 정부는 기업들이 규제에 얽메이지 않고 혁신적인 상품과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했다. 규제가 없는 경우 임시로 사업을 승인해 시장 진출을 돕고, 규제가 있으면 실증특례를 통해 예외적으로 규제를 면제해준다.
 
그런데 블록체인·암호화폐 기업에게 규제 샌드박스는 또다른 규제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업체인 모인의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심의를 또다시 미뤘다. 모인이 샌드박스 승인 신청을 한 지난 1월 이후, 벌써 4차례나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지난 1~3차 심의 때는 아예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과기정통부는 2차 심의위원회 당시 4월에 시행되는 금융 규제 샌드박스와 함께 논의하겠다며 모인 심사를 미뤘고, 3차 심의 때는 관계부처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지난 11일 열린 4차 심의위원회에서도 부처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은 반복됐다. 규제 샌드박스 시행 당시에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신청일로부터 심의까지 최대 60일을 넘기지 않도록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모인의 경우 반년이 넘도록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모인은 국내 사업은 유보한 채 미국과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에서 해외송금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규제 샌드박스가 외려 기업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암호화폐 산업에 대해 불안정한 시장과 자금세탁 문제, 투기 열풍 등이 우려된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이같은 문제들 때문에 관련 규제와 제도 정비는 시급해 보인다. 정부가 이에 대한 의지 없이 문제를 방치하는 것처럼 비춰져선 곤란하다. 더 이상 문제를 외면하는 건, 기존 금융권이나 기업들의 기득권 때문이라거나 괜한 개입으로 책임소재를 만들지 않으려 한다는 등의 오해만 키우는 일이다.
 
안창현 중기IT부 기자(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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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창현

산업1부에서 ICT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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