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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피일 미뤄지는 '삼바 증거인멸' 공판…재판부 '난감'
변 "공소사실 특정해달라"요구…검, 공소장 변경 예정
2019-07-23 12:05:10 2019-07-23 12:05:10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왕익 삼성전자 부사장 등의 재판이 변호인 측 요구로 재차 지연되고 있다. 재판부는 빠르면 다음 기일로 준비절차를 마무리하고 본 재판으로 들어가자는 입장이지만,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재판장 소병석)23일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받는 김홍경·박문호·이왕익 삼성전자 부사장과 증거위조·인멸 등 혐의를 받는 백상현·서보철 삼성전자 상무·양철보 바이오에피스 상무·이모 부장·안모 바이오로직스 보안담당 대리에 대한 2회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준비기일엔 피고인들의 출석 의무가 없지만, 이 부사장을 포함해 피고인 모두가 베이지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왔다.
 
당초 재판부는 공전하는 재판을 진행시키기 위해 이날까지 변호인의 공소사실 인정여부와 검찰이 신청한 증거에 대한 동의여부 및 5개의 사건으로 각 기소된 피고인들의 사건을 병합하는 데 대한 의견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안 대리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의 변호인들이 모두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의견 진술을 차회 기일로 미뤘다.
 
양 상무와 이 부장 측 변호인은 행위 자체를 특별히 부인하는 건 아닌데, 공소사실이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로 막연하게 기재돼 있고, 형사사건의 증거를 은닉·위조했다는 데 로직스 회사만 말하는건지 개인이 포함돼 있는지. 검찰이 허위라고 적시한 파일 2000여개가 다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등이 특정이 안 돼 인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양 상무의 경우 금융감독원이 굳이 특정 일자의 바이오시밀러 사업계획서 원본을 제출하라고 하지 않아 그냥 필요한 자료를 제출한 것뿐인데, 그게 거짓자료 제출이고 증거위조가 되는지 법리적으로 다툼이 있다고 부연했다.
 
이 부사장 등 삼성전자 임원 5명 측 변호인은 피고인별로 기록이 많고 피고인도 많은 편이라 아직 다 검토를 못해 의견진술이 어렵다면서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해주시면 인부에 도움이 되겠다고 하고, 공소사실 및 증거 관련 의견을 모두 다음 기일까지 밝히겠다고 했다.
 
안 대리 측만 재판에 앞서 재판부가 요구한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변호인은 법정에서 공소사실 중 메인서버 파일 삭제 등의 일부 은닉 혐의는 인정하지만, 공장 백업서버를 초기화했다는 다른 공소사실에 대해선 전혀 관여한 바 없고 알지도 못했다고 부인했다.
 
재판부는 사건 병합 여부에 대한 의견만이라도 들으려 재차 물었지만, 주요 피고인들의 변호인단은 기본적으로 재판부의 지휘에 따르겠다면서도 의견 진술은 다음 기일에 하겠다는 취지로 대답을 미뤘다.
 
검찰은 변호인단의 의견에 따라 공소장을 변경할 방침이다. 재판부는 증거은닉과 위조 및 교사 행위의 시점과 행위자를 최대한 특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이날 신청할 증거목록도 준비해왔지만, 피고인별로 겹치는 증거가 많아 사건 병합 여부를 결정하면 다시 검토키로 했다. 검찰은 바이오에피스와 삼성전자 측 변호인단이 인부 의견 준비를 못해왔다”, “기일을 더 달라는 의견을 밝힐 때마다 허탈한듯 웃기도 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6일 오전 11시 공판준비기일을 속행한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에 차회 기일까지 반드시 서면 제출과 함께 의견을 밝혀달라고 강조했다 .  
 
지난해 불거진 바이오로직스의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은 삼성전자와 바이오로직스 및 에피스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쳐 증거인멸 정황을 포착, 임직원 8명을 지난 5~6월 재판에 넘겼다. 이후 회계비리 본안 혐의 및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와의 관련성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온 검찰은 지난주 김태한 바이오로직스 대표에 대해 횡령·외부감사법 위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검찰은 수사를 보강해 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이 4조5000억대 분식회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삼성전자 사업지원TF와 삼성 바이오로직스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지난 5월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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