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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이 자초한 DLS사태)②은행 고위험상품 허용해놓고…위기땐 늑장대응
은행 DLS판매 허용→대외경제 악화→당국 늑장대응 '연쇄작용'
감독당국, 분쟁조정 신청 들어오자 그제서야 리스크 검토
매년 불확실성 가중되는데 마땅한 감독체계도 없어
2019-08-26 08:00:00 2019-08-26 08:00:00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올해 초 금융당국이 그간 무너졌던 금융신뢰를 되찾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DLS사태로 이를 실현하기 어려워졌다. DLS사태가 일파만파 퍼지기까지 많은 징후가 있었는데도, 금융당국이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이번 사태는 △고위험 파생금융상품 규제완화 △대외경제 악화 △부실 감독이라는 세가지 요건이 연쇄적으로 겹치면서 발생하게 됐다. 2014년 금융위는 고위험 금융상품을 은행에도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2015년에는 이러한 사모펀드 투자의 진입장벽을 대폭 낮춰줬다. 이어 2017년에는 은행이 고위험 금융상품인 DLS 펀드를 일반 고객에 판매했다.  2018년부터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경제 불확실성이 장기화 되자, 결국 DLS 사태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당국은 최근까지 DLS 위험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대외경제 불확실성으로 더 이상 안전한 것은 없다는 걸 아직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당국, 은행 고객에 고위험 파생상품 허용…"금융 본질과 거리 멀어"
 
DLS는 본질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금융상품이다. 한쪽이 수익을 얻으면 다른 한쪽이 큰 손실을 입는 일종의 도박과 같은 구조를 지녔기 때문이다. 자본을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금융의 본질적 속성과는 거리가 먼 상품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국 DLS 전체 판매액 8224억원 중 대부분이 원금손실 위기에 처했다. 특히 8224억원 중 99.1%가 은행을 통해 판매됐다. 손실배수가 250배에 달하는 파생상품이 은행의 일반 고객에 판매됐다는 점이 사태를 키웠다.
 
파생상품이 은행에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은 2014년부터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국채·외환기초 파생상품의 거래가 증권사에서만 이뤄져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고, 은행에 파생상품 거래를 허용했다.
 
은행은 물리적으로 투자권유가 비교적 쉽게 이뤄지는 특성이 있다. 지점이 많고, 예금·대출이라는 업무 서비스 때문에 소비자가 자주 드나들기 때문이다. 특히 비대면 금융보다 창구을 많이 이용하는 노령층이 무분별한 투자권유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예금 위주의 안정적 투자를 지향하는 은행 고객에게 고위험 금융상품을 판매하도록 허용한 금융당국이 비판받는 이유다.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에 대해 "원금 전액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을 은행이 판매하는 일이 옳은지 검토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사모펀드 투자 문턱 대폭 낮춰…당국, 불확실성 확대에도 뒤늦게 대응
 
당국 내부에서는 2015년 금융위가 사모펀드 투자자격를 완화한 것이 이번 DLS 사태를 유발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고위험 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한 것도 문제지만, 투자자격이 미흡한 소비자까지 사모펀드 상품에 가입하도록 문턱을 낮춘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당시 금융위는 △헤지펀드 같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는 최소 1억원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최소 3억원의 금액을 가지고 있으면 일반인도 투자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했다. 기존에는 △헤지펀드는 5억원 △사모펀드는 10억원이 있어야 투자가 가능했다. DLS 평균 가입금액이 약 2억원이고 고령의 은퇴자가 퇴직금으로 투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모펀드의 완화가 DLS사태를 유발하는데 어느정도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당국이 고위험 파생금융 상품의 판매를 완화한 가운데, 2017년 은행은 손실배수 250배에 달하는 DLS를 본격적으로 판매했다. 또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경제 불확실성이 본격적으로 발생한 것이 위험을 보탰다. 이어 2019년 5월,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독일 국채의 금리가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다. 파생상품 규제가 완화되고, 불확실성이 점차 악화되는 상황인데도 금감원은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분쟁조정 신청(최근)이 오고나서야 (위험을) 인지하게 됐다"며 "인력이 부족해 상시 모니터링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대외경제 불확실성으로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 지속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금융당국도 불확실성을 대비한 전문 금융감독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감독기관은 드러나지 않은 사안도 미리 인지하고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미 사고가 터져서야 수습하는 건 감독기관의 책무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자료/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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