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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은성수 금융위원장에 대한 아쉬움
2019-09-20 01:00:00 2019-09-20 01:00:00
"자본시장의 역할에 관한 얘기는 없고 금융당국과 은행이 중심이 되겠다고 하는 게 많이 아쉽네요."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소재·부품·장비 기업 관련 간담회 후 금융투자업계의 반응이다.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을 지내면서 국부펀드를 이끌어 본 경험이 있고 청문회 때 사모펀드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보여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와 관련해 자본시장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얘기다.
 
은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소재·부품·장비 산업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도록 다각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정책금융과 시중은행의 적극적인 지원 노력으로 기업의 경영 안정과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는 게 시급한 숙제"라고 말했다.
 
전용 펀드 조성과 금융 프로그램 점검·보완을 통해 금융이 산업 도약을 든든하게 뒷받침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하지만 모험자본 공급 등 자본시장과 관련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소재·부품 등의 산업을 키우는 데 정책금융과 은행의 역할은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나 일부 금융회사가 주도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정책금융은 규모가 제한적이고 그만큼 많은 기업을 지원하기 어렵다. 기술 개발·상용화 실패 등의 상황을 생각하면 자금 집행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고 그런 만큼 정작 자금이 절실한 기업이 지원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 위험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금융회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자란 이름으로 따라붙는 비용은 가뜩이나 자금사정이 좋지 못한 기업에게는 부담이다.
 
소재·부품 국산화 관련 기업의 상당수는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다. 기술 개발과 사업화까지 얼마의 비용이 들어갈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돼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소재·부품 국산화에 성공하고 관련 산업을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위험관리에 무게를 둬야하는 돈보다는, 위험을 감수하고 큰 수익을 기대하는 모험자본이 필요한 이유다.
 
금융투자업계가 모험자본의 역할이나 자본시장의 중요성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갖는 배경에는 사모펀드 규제 강화 우려도 있다.
 
은 위원장이 후보자 시절 청문회에서 규제 완화 방침을 밝혔지만 사모펀드 논란이 지속되고 부정적 인식도 커지고 있어 금융투자업계의 불안감은 사그라지지 않는 상황이다. 사모펀드 논란이 정치권에서부터 시작돼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투자업계의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의 역할을 강조하고 사모펀드 규제 완화와 모험자본 활성화 등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은 금융투자업계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금융당국의 수장으로서 사모펀드와 자본시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기능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사모펀드는 시중에 넘치는 부동자금이 기술과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금난으로 꽃피우지 못하는 기업으로 흘러들게 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다. 자금 문제를 해소한 기업의 활동이 활발해지면 고용 창출과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주식시장에 상장한다면 사모펀드 등에 투자한 자산가들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도 돈을 불릴 기회를 얻게 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구조는 자본시장뿐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에도 활력을 주는 것이기도 하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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