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전염병 대책, 안일함 넘어설 때
입력 : 2019-09-20 06:00:00 수정 : 2019-09-20 17:02:09
치료제도 없고 치사율 100%라는 무시무시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북한과 중국을 휩쓴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 정부 역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을 테다. 가축전염병이 찾아올 때마다 수많은 가축을 살처분하고, 상당한 예산을 투입해야 했던 '학습효과'가 분명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초기대응이 상당히 빨라져 해마다 찾아오는 AI의 경우 양성판정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고 있다. AI로만 봤을 때 2014~2015년 재정이 3364억원 투입됐는데 2017~2018년에는 827억원으로 줄어든 점만 봐도 방역관리의 질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새로운 가축질병에 직면했을 때다. 이제는 AI나 구제역이 발생했다고 해서 국민들이 소비를 꺼리지 않고, 농가는 백신접종 등을 통해 확산을 막는다. 십수년간의 경험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다르다. 국민도 농가도, 방역당국도 처음 경험하기 때문에 사태가 어떻게 번질지 가늠할 수 없다. 게다가 작년 하반기 중국을 시작으로 몽골·베트남·캄보디아에 이어 5월에는 북한에서도 발생할 만큼 감염속도 역시 빠르다. 중국의 피해규모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중국은 이미 전체 돼지의 30%에 달하는 13000만마리를 단계별로 살처분했다. 세계에 공급되는 돼지고기의 절반 가량이 중국에서 나오고 있고, 중국의 1인당 돼지고기 소비 규모 역시 세계 1위라는 점 때문에 중국의 돼지고기값은 30% 이상 폭등하기도 했다.
 
이처럼 해외 사례를 통해 반면교사를 삼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터지자마 두건이 연달아 발생했다는 점은 새 질병 유입에 대한 준비태세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파주, 연천 등 농장의 위치를 고려했을 때 북한 유입 가능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야생 멧돼지 차단도 선제적이지 못했고, 국내에 입국한 중국 여행객 소지품에서 바이러스까지 발생했었다. 충분히 발생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못한 것이다.
 
앞으로 일주일이 확산 여부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 더 이상 막지 못하고 추가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대된다면 방역망 문제 뿐 아니라 상당한 예산을 또 쏟아 부어야 할 것이다. 48시간 일시이동중지명령이 내려지자마자 일시적 물량 부족을 우려해 돼지고기 도매값이 폭등하는 경험도 했다. 이미 돼지고기 소비가 위축돼 있는데 살처분이 확대돼 공급량이 줄어 서민 고기인 돼지값 까지 폭등한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농가와 국민의 인식도 전환돼야 한다.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 방역시스템의 질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메뉴얼을 간과하고, 소홀히 넘어갈 때 방역의 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안일함을 넘어설 때다
 
김하늬 정책부 기자(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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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하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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